▲15년 동안 신천지 신도였던 가족의 모습. 지금은 탈퇴하여 일반 교회에 출석 중이다

온 가족이 신천지에 빠졌다. 신천지는 가족 구성원 중 부모님을 시작으로 그들의 자녀들까지 미혹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신천지 안에서의 삶은 15년 동안 지속되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어두운 삶의 그림자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빛이 사라진 이 가족 앞에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의 발자취를 첫째 아들 이연우(가명)씨와 함께 따라가 보았다.

비유 풀이에 미혹된 어머니를 시작으로

어머니는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다. 신천지 신자 중 한 명이 학원생이었다. 자연스럽게 수업을 하며 듣게 된 신천지의 교리. 어머니는 특히 말씀을 ‘불’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교회 안에서 들은 성경 지식과는 다른 신천지식 비유 풀이가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 어머니는 신천지 교리가 더 알고 싶어 신천지 신자와 함께 센터를 방문했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일반 교회에서 유치부 교사까지 맡아 활동할 만큼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그만큼 말씀에 대한 갈급함도 컸다. 그러나 평소 이단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센터를 통해 배우는 공부가 신천지에서 진행하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어머니는 비유 풀이식 성경공부에 빠져들었다. 센터 과정이 끝날 무렵, 본인들의 신분을 신천지라고 밝혔지만 이미 세뇌된 이후라 문제 될 게 없었다. 신천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머니를 신천지의 열성 신자로 만들었고 급기야 온 가족을 포교 대상으로 삼도록 교육했다.

교회는 다 같은 교회인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는 어머니의 권유로 의심 없이 신천지로 옮겼다. 그때 당시 아홉 살이었던 이씨는 동생과 함께 신천지 예배에 참석했다. 신천지가 가장 선망하는 ‘가족 신앙 공동체’가 된 것이다.

신천지 가족 신앙 공동체

본격적인 신천지 신도로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신천지 예배를 드리고 활동을 시작한 어머니와 아버지. 사회생활과 병행하며 신천지 신도로 자리 잡아갔다. 종교의 선택권조차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이씨와 그의 남동생은 신천지에서 가르치는 교리가 전부인 줄 알았다. 청소년기와 청년기로 성장하면서 학교생활에는 관심이 없었다. 신천지 예배를 드리며 같은 또래의 신천지 친구들과포교활동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가로막는 일이 생겼다.

불법 조장, 의문 드는 신천지 교리의 모순

이씨가 스물한 살이 되었을 때 믿고 의지했던 신천지 교사 한 명이 암으로 죽게 되었다. 뒤 이어 신천지 청년부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형이 사고로 죽었다. 이씨는 “육체영생을 강조하는 신천지를 100% 신뢰했다. 하지만 믿고 의지했던 선생님과 형의 죽음으로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신천지에 대한 마음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신천지만 믿으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말로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신천지 신도인것을 들킨 청년을 관리 대상으로 삼고, 계속해서 미행하라는 신천지의 지시에 회의감마저 들었다. 

▲신천지 신도 시절 이씨가 보았던 교재들

  

가족 간 위화감 조성시키는 신천지 

이씨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씨는 신천지 탈퇴를 결심했다. 이씨는 탈퇴 결심 후 신천지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씨가 신천지에서 보이지 않자 신천지 강사가 가족과 친구들을 센터로 불렀다. 가족과 친구들을 이용해 이씨의 신천지 탈퇴를 막고자 함이었다. 신천지 강사는 이씨가 신천지를 부정하는 말을 했는지 추궁했다. 이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북한의 인민재판 같았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모습에 이씨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다. 하지만 결심만으로는 신천지를 탈퇴하기 어려웠다.

부모님은 이씨에게 “신천지 나가면 죽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루하루가 다툼이었다. 가족과의 다툼으로 목은 항상 쉬어 있는 상태였다. 싸우는 소리에 이웃이 달려오기도 했다. 이씨가 가족에게 들은 말 가운데 가장 상처받았던 말이 있다. “죽으려면 혼자 죽어!”였다. 신천지는 가정을 뒤흔들고 둘로 나눴다. 정신을 차린 이씨는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육체영생을 강조하는 신천지의 교리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과 가출과 미행을 조장하며 불법 행위를 강요하는 신천지의 행태를 직접 경험한 이씨는 신천지에서탈퇴했다.

직장마저 퇴사 강요하는 신천지

이씨의 신천지 탈퇴는 부모님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다져진 신천지 가족으로서의 자부심과 신앙적 결속력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장남의 도발이 그들의 눈엔 가시 같았다. 부모님은 그런 이씨에게 동생만큼은 놔두라고 했다. 이씨의 남동생은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후 입대를 했다. 제대 후 다시 회사로 복직한 동생에게 신천지는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신천지에만 집중하게 하려는 그들만의 묘략이었다. 생계마저 포기하고 신천지 활동에 전념하기를 원하는 강압적인 강권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남동생은 얼 

마 지나지 않아 신천지를 탈퇴했다. 이씨는 신천지를 탈퇴한 동생과 함께 부모님을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신천지에서의 15년, 장벽이 허물어지다

어머니는 두 아들의 신천지 탈퇴가 믿기지 않았다.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신천지를 부정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신천지를 탈퇴하라는 아들의 말은 고통이었다. 회유와 설득으로 몇 날 며칠을 보내던 중 이씨는 신천지 강사로 활동하다 탈퇴한 분의 간증영상을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 간증의 내용은 신천지 신도로 십여 년간 있으면서 내 아이를 나와 똑같은 환경에서 키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가정은 뒷전인 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신천지의 명령에만 굴복하는 자신의 삶을 자식에게 유전처럼 물려 줄 순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같은 엄마로서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에 동질감을 느껴 신천지에서 탈퇴하기로 결심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 싫었다. 신천지에서만 나온다면 다시 예전처럼 화목한 가정이 될 것 같다는 아들에 말이 어머니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지난 신천지에서의 15년을 정리했다.

완전한 회복을 향한 가족의 몸부림

어머니의 신천지 탈퇴는 아버지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여기서(신천지) 같이 영생해야 하지 않겠냐”며 감정에 호소하는 신천지 신도들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마음은 굳건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에겐 “혼자 영생을 받을 수는 없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먼저였다. 신천지 신도들은 흔들리기 시작한 아버지를 찾아 집으로 쫓아왔다. 그들의 마지막 회유책은 종말론이었다. 말세의 때에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우리와 같이 영생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가족 모두는 신천지에서 나와, 완전한 가족으로의 회복을 꿈꾸기 시작했다. 현재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단상담소에서 진행하는 반증교육을 듣고 신천지에서 받은 교리가 잘못되었음을 확신했다. 또한 이씨는 회심 교육을 받으며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 기도 중이다.

이씨는 “가족 모두가 이단상담소 목사님을 통해 4개월 간의 회심 교육을 듣기를 원한다”며 “신천지를 나오니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고, 가족다운 가족으로 회복되었다”고 전했다.  

촘촘한 그물망에 싸여 절대 빠져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신천지에 과감하게 돌을 던진 가족들의 용기는 울림 있는 여운으로 남는다. 새로운 마음으로 함께 두 손 잡고 출발선 앞에 서 있는 가족들의 발걸음에 희망과 기대가 넘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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