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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신천지 그리고 교회와 우리
종말론사무소 일상 업무 보고
윤재덕 소장
2020년 05월 20일 08시 47분 입력

동료 여러분들께 오랜만에 글로서 소식을 알립니다. 종말론사무소의 윤재덕 소장입니다. 코로나19가 신천지와 결부된 이후, 저는 언론에 소환되어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방송국에 앉아있으면서도, ‘내가 이 자리에 왜 앉아있는 거지?’라는 질문이 속에서 올라왔습니다.

▲윤재덕 소장
종말론 사무소소장
본지 객원기자

  

함석헌 선생의 말대로 “신의 발길질에 채여”, 저도 모르는 곳으로 떠밀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저만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이 나라 전체가, 아니 이 세계 전체가 전대미문의 질병이 창궐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를 마주했고 지금도 그 대면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모르는 곳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게다가 신천지는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최초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로 알려진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 참석 여부를 속이라는 공지나,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도 2인 1조로 포섭을 나가라는 공지를 보냈다는 사실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 부산 야고보 지파장의 우한 언급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천지의 시설 공개와 명단공개로 문제가 일단락되기는커녕, 지자체들이 신천지를 고발하기도 했었고, 그러는 와중에도 이만희씨 친형의 장례식장 참석자 명단은 미궁 속에 있었습니다. 온 국민이 신천지 기자회견을 응시하고 있는 와중에도 신천지 숙소로 사용되고 있었던 한마음 아파트에서의 집단 감염이 있었습니다.

또 신천지 특전대와 위장교회가 드러났고, 신천지라는 조직 자체가 방역 사태의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습니다. 신천지는 국가 방역망의 사각지대였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검찰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권력의 힘으로 지도부를 압박하고, 얼른 신천지 신도들에게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국가권력을 통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조바심 내고 있을 때, 저는 정작 교회를 잊고 있었습니다. 이 사태 속에서 교회가 어둠 속의 별처럼 빛날 수 있다면, 어떤 빛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몇몇 교회들의 예배 강행을 보며, 혀를 차기 바빴습니다. 사회가 바라는 신천지에 대한 불안이 곧 교회를 향한 불안으로 옮겨붙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이웃을 향한 신뢰를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구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우리의 이웃들을 불안하게 만들며 뉴스에 오르내렸습니다. 이런 상황이 불만스러웠지만, 그 불만 속에는 사랑이 없었습니다. 그들을 마치 우리의 형제, 자매가 아닌 것처럼 바라보았으니 말입니다.

싸우고자 하는 이들은 두려워하는 이들입니다. 그들 또한 두려워하지 않게, 그래서 무익하게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게, 우리의 동료인 그들을 설득하고 권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서로 연대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것이 교회의 역할임을,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용기가 교회의 모습임을 제가 잊고있었습니다.

우리는 알아야 안심할 수 있고, 통제해야 불안이 가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불안은 여전히 잔여물처럼 남습니다. 사회 전체가 이러한 불안의 풍랑에 흔들리고 있을 때는, 불안을 밟고서 걷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이웃들이 불안해할 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가장 불안하고 위급할 때 필요한 것을 정말 보여주는 사람 말입니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이웃의 범주에 제한이 없어서, 원수마저도 사랑의 대상이라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마치 신천지 교인인 것이 드러나 사회의 불이익 당할 것을 걱정하는 신천지 신도에게, 그럴일이 없도록 우리가 지켜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 원수 사랑의 역할이 마치 교회의 선택사항인 것처럼 제가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잊고 있었던 교회의 모습은, 이 위기 상황 속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교회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일원인 저는 교회다운 교회를 찾고 기다리면서도, 정작 그러한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깊은 아쉬움입니다.

코로나19와 신천지 문제 속에서, 이 사회의 문제는 나의 문제와 너의 문제로 구분될 수 없음을, 우리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신천지 문제를 남의 문제처럼 생각하는 것은, 신천지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를 잊었을 때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형제, 자매였던 이들이 신천지의 전방위적인 환대에 속았고, 교회보다 친밀한 인간관계에 매력을 느꼈으며, 교회에서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천지는 교회의 일그러진 면을 비추는 거울이라 하겠습니다. 그 거울에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우리의 추한 몰골이 드러나 있습니다. 병자가 고침을 받고 부활하는 영광의 몸으로 변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우리가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는, 우리 자신에게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병이 낫고 깨끗해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20만 이웃들의 귀환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대종교 지면에 <요셉의 곡식창고 프로젝트>에 관해 말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뿌옇던 그림이 점점 제 마음에 뚜렷해짐을 느낍니다, 동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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