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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신천지 블루
현대종교 |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20년 11월 12일 08시 54분 입력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재판을 방청하려는 신도들이 노숙(露宿)도 불사한다. 지난 9월 17일과 28일에 진행된 이만희의 감염병예방법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관련된 공판준비기일 방청권을 얻기 위해 신천지 신도들이 자정부터 줄을섰다고 한다. 왜곡된 충성심일까, 비상식적인 집착일까, 아니면 절박한 마지막 승부수일까? 

▲탁지일 교수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첫째, 이만희는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이 현재 신천지 신도들의 상황 인식의 출발점이다. 이만희를 불로불사 영생불사하는 보혜사로 믿어온 신천지 신도들에게, 이만희의 구속은 범법 행위의 대가가 아니라 억울한 무고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만희는 범죄자가 아니라 마녀재판의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만희의 구속은, 사탄의 세상과 거짓 교권으로부터 박해받고 있다는 증거라는 자의적인 교리 해석을 시도한다. 결국 노숙도 불사하는 신천지 신도들의 모습은, 이만희가 부당하게 정죄 받고 고난당하고 있다는 왜곡된 충성심의 표출이다.

둘째, 신천지 신도들은 이만희의 범죄혐의와 구속집행 사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곧 신천지와 이만희를 선택한 자신의 결정이 실패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다가올 이만희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영생불사한다는 이만희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의 가족과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붙들었던 신천지 교리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이율배반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만희의 구속은 실제상황이고, 인간 이만희의 죽음도 정해진 순리이기 때문에, 신천지 신도들의 자기합리화도 그 한계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비상식적인 집착 이외에 딱히 선택할 수 있는 별다른 경우의 수가 없는 상황이다.

셋째, 신천지 숫자가 14만 4000에 이르게 되면, 자신도 이만희처럼 영생불사하고, 세상의 왕과 같은 제사장들이 될 수 있다고 신도들은 믿었다. 하지만 2015년에 이미 14만 4000이 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주변 신천지 신도들도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왕과 제사장이 되기는커녕, 코로나19 초기 확산의 원인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국내외에 각인되어 버렸다.

‘신천지’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깊이 내재된 최악의 단어가 되어버렸다. 결국 불가능한 ‘영생불사’를 위해, 그리고 기약 없는 ‘왕 같은 제사장이 되는 날’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심정으로 거리로 나서는 신천지 신도들의 노숙이 안타깝기만 하다.


과연 이만희의 재판 방청을 위해 거리에서 쪽잠을 청하는 신도들이 비정상인가, 아니면 이들을 거리로 내몬 신천지가 문제일까? 모략이라는 이름의 거짓말로 접근해 세뇌한 후,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아 간 신천지가 사태의 원인제공자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회복을 위한 반증교육과 노력을 신천지는 ‘강제개종’이라고 비난하며 선전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먼저 거짓말로 다가와 강제로 빼앗아 간 이들은 신천지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노력은, 강제개종이 아니라, 신천지가 훔쳐간 가족을 다시 찾아오기 위한 ‘애타는 몸부림’이다.

출구 없는 방에 갇혀버린 신천지 신도들을 빼내올 방법은 없을까? 나올 수 있다. 나올 수 있도록 교회와 사회가 도와야 한다. 출구가 없다면 방을 에워싼 벽을 허물고라도 ‘신천지에서 나오려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이만희 구속 등으로 잔뜩 움츠려들고, 민감하게 자기방어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회의와 후회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우리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고, 이 와중에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분열과 정쟁은, 소중한 하루하루를 더욱 숨 막히게 만들고 있다. 분파적이고 이기적인 이권과 패권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이단 신천지에 빠져서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사회적 안전망을 벗어난 ‘신천지 블루’의 사각지대에서 스스로를 희망고문하며 노숙까지 불사하고 있다.

 

✽ 이 글은 「국민일보」 2020년 10월 13일 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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