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거짓말을 하며 신천지에 다니는 것을 속인 시점부터 신뢰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실력과 학벌을 겸비한 판소리국악과 교수가 되겠다던 딸의 꿈을 위해 없는 형편에서도 최선을 다하셨던 부모님은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린 딸을 보는 것이 정말 죽을 만큼 힘드셨다고 한다.

▲김은강 한양대 국악과 졸업 2015년 신천지 탈퇴 후  안산상록교회 출석 CCM 찬양팀 ‘로페카멜로디’ 보컬

  

자신의 꿈을 위해 주말마다 인천에서 대구를 오가며 판소리 공부를 했던 딸, 오로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청소년기에 친구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하고 그 힘들었던 시간을 다 이겨내고 대학 졸업하던 날 아빠를 부둥켜안고 감사의 말을 전하며 눈물 흘리던 딸, 부모 뜻 한번 거역하지 않았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착한 딸이 한순간에 부모를 속이고 신천지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심정은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표현을 하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험난한 과정들을 통해 딸을 신천지에서 되돌려놓긴 했지만, 가족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신천지의 피해자였다. 동생은 짐승같이 변한 누나를 보고 군대로 복귀해서 제대할 때까지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고, 부모님은 나와 함께 반증 교육을 받으셔야 했기 때문에 3개월 넘게 내려놓은 생업을 다시 추스르시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셨다.

그리고 믿었던 딸이 거짓말과 연기를 밥먹듯이 했다는 배신감에 더 이상 딸을 믿을 수 없게 되셨다. 내가 바깥에 혼자나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셨고, 귀가가 늦어지고 연락이 안 되면 수시로 확인 전화를 하셨다. 무슨 일을 해도 부모님은 나를 의심하셨고 어디를 가면 내가 신천지에 보고하듯이 부모님께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순간 변심하여 신천지로 다시 돌아갈까봐 교회 주변에 방을 얻어 주셨고 1년 동안은 교회에서 진행되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나는 가족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신천지에 있었을 때는 내가 144000명 안에 들어 나라의 제사장이 되는 것이 곧 나의 영원한 꿈의 직장을 얻는 것이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이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에 초반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좌절감과 상실감이 너무나도 컸다. ‘이제 나는 뭐 해 먹고 살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외면하고 있었던 고민하기 싫었던 취업문제, 진로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회사 동료와 선배들, 친구들, 가족들에게 모두 거짓말을 했기에 그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전공의 길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방황했던 것이 내가 한 말과 행동을 해결하고 싶지 않은 도피와 회피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3개월쯤 지나서 회사 동료 및 지인들에게 연기, 거짓말한 것을 사과했다. 친척들에게도 솔직하게 얘기를 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솔직하게 사과하고 신천지였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직장 동료들과는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 나를 구원해주셨던 기쁨과 감사만 가득 넘쳤던 마음과 부모님과 함께 3개월 간 후속 교육을 받으면서 한 방에서 먹고 자고 밤새 대화를 나누던 꿈같은 시간도 잠시, 일상으로 돌아와 적응해 나가기까지는 개인적으로 상담 후에 구원 문제로 고민했던 것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구원을 받았으면 그 이후의 삶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변화된 것은 없었다. 1년 동안 교회 가까이 살면서도 말씀을 읽고 정통교회의 신앙관을 배우는 과정임에도 어느 순간이 되면 이러한 모든 것들이 안보이고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교회에서 교육을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계속 받지도 않고, 잠수를 타기도 했다.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고 방 안에만 있으려 했고,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밤이 되면 폭식을 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자책하고 눈물만 흘리기를 몇 달을 반복했다.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 만든 고립과 소외로 인한 좌절감, 상실감으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을 자꾸 어둠 속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멍청하게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나 자신에게 자존심이 상했고 자존감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시는 부모님과도 계속 부딪히게 되면서 별일 아닌 일에도 서로 날카로운 송곳과 같은 말로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힘겨운 날들을 보냈다. 탈퇴 후, 1년간의 기억은 사실 잘 나지 않는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것은 교회 가까이에서 생활하던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다시 부모님이 계시는 인천집으로 돌아간 것, 엄마 손을 잡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 운동에 미쳐서 많게는 하루에 8시간씩 운동을 하며 10kg 넘게 살을 뺀 것 등이다.

이뤄놓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지금까지 판소리라는 한 길만 보고 열심히 노력해서 쌓았던 나의 모든 것들이 신천지로 인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그나마 땀을 흘리고 아무 생각 없이 운동하는 그 시간이 공허함을 채우는 수단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과하게 집착할 정도였다.

신앙적인 부분은 해결이 되었지만, 나의 정체성과 심리에 혼란을 겪게 되면서 이유 없이 분노하고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울기만 했다. 그래서 늘 이단사역 하시는 분들은 신천지에서 탈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탈퇴 후 치유와 회복이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것 같다. 이단상담소의 소개를 받아 다른 교회에서 운영하는 일반 심리상담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6개월간 전문상담사에게 심리상담을 받은 적도 있다.

그렇게 심리상담을 받으며 시시때때로 분노하는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일찍부터 경쟁에 대한 압박감으로 청소년기와 대학 생활을 보낸 나는 신천지에서도 경쟁과 실적 위주로 돌아가는 생활에 맞춰져 살아야 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도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집에서는 착한 딸, 학교에서는 뭐든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아이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다.

조금은 쉬어도 되고 힘들면 투정을 부려도 될 나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책임지려 했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내 마음속에선 곪아 터져가고 있는데, 그런 내 마음을 바라보고 안아 줄 여유도 없었고, 방법도 잘 몰랐다. 그렇게 마음속의 상처들이 분노로 표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분노 일기를 쓰면서 화를 가라앉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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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지 탈퇴, 그리고 치유와 회복 이야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