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 교리상 “인침을 받은 자”는 곧 구원과 직결되기에 신도들에겐 민감

■ 2017년 “인 맞음 확인 시험” 실시로 신천지 신도 대거 탈퇴한 바 있어

■ 또다시 시험 치르는 건 신도 이탈 감내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목적 있다는 방증

신천지가 요한계시록 강의 실력으로 인 맞은 것을 확인하겠다고 공지했다. 만 6년 전인 2017년 8월에도 이와 같은 해프닝이 있었다. 신약성경을 중심으로 치른 시험을 통해 인 맞은 자를 평가하겠다고 했었다. 시간이 흘러 다소 뜬금없이 새로운 지령이 떨어진 셈이다. 단순한 시험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신천지 신도들이 들썩이는 것은 구원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인 맞음이 뭔데?
 

▲2022년 신천지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미 144,000명이 인침을 받았다고 밝힌 이만희 대표 (출처: 네이버 블로그 지킴이)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 신천지는 요한계시록 7장에 나오는 “인침을 받은 자”라는 표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구원받은 신도를 뜻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신천지는 144,000명의 신도가 채워지면 본인들의 시대가 열리고 신천지 신도들만 구원을 받는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2015년 자체 추산 약 16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게 되자 인침을 받은 144,000명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교리를 변개했다. 그때부터 신천지 신도들은 인침을 받은 자 곧 인 맞은 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다. 

하나님만 안다며 

좌우지간 하루아침에 인침을 받은 144,000명 교리가 생겨났고, 신도들은 인 맞은 자가 되기 위해 무작정 열심히 했다. 포교활동은 물론이고, 집회 참석, 헌금 생활, 각종 행사 참여 등 신천지와 관련된 일이라면 잠과 식사를 줄여가면서까지 열심을 내었다. 144,000명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작정’이다. 신천지 신도들이 어떤 일이든 YES맨이 된 이유는, 인 맞은 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퇴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100% 인 맞은 자가 있고 90% 인 맞은 자도 있다 ▲인을 맞았더라도 바뀔 수 있다 ▲인 맞은 자는 오직 하나님만이 아신다 등이 있었다. 즉 인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체계화되지 않은 교리이기에 신천지 신도들은 무한경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 맞음 확인 시험으로 재미 봤던 신천지
 

▲2017년 8월 인 맞음 확인 시험을 실시했던 신천지

 

사실 신천지는 2017년 “인 맞음 확인 시험”을 통해 재미를 봤었다. 2016년 신천지의 체제가 크게 흔들렸던 적이 있다. ▲육체 영생한다고 믿어왔던 이만희의 척추 수술 ▲후계자로 거론되던 김남희의 이탈 ▲대법원, CBS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공익성 인정 판결 ▲19대 대선 네거티브 전략 중 하나로 거론 ▲각종 공영방송에서 신천지 비판 등 다양한 사건을 치르며 내부 균열의 조짐이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 신천지가 초강수를 둔 것이 “인 맞음 확인 시험”이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인 맞은 자를 시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신천지 내부에서는 핫이슈였다. 당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천지 신도들의 모습이 자주 노출되었다. 잡음도 있었다. 시험을 계기로 탈퇴를 결심했던 한 신도는 “제사장은 하나님만이 아시기 때문에 그날이 이를 때까지 묵묵히 신천지에 충성해 왔는데, 단순 암기로 제사장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에 허탈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신천지 입장에서는 잡음을 잠재우고 충성 신도를 걸러내며, 그 덕분에 다시금 체제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엔 왜? 아무런 예령도 없었어 
 

▲요한계시록 강의 실력으로 인 맞은 자를 평가하겠다고 공지한 신천지

 

하루아침이다. 인 맞음 확인 시험 이슈가 지나간 지 만 6년. 신천지는 아무런 예령 없이 “참으로 인 맞은 자는 성경 강의를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자”라며 “만일 지파장, 교회 담임이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신천지에서 제명 처리할 것”이라고 공지를 내렸다. 그러면서 “신천지 성도는 남녀노소 누구라도 신약 (요한)계시록을 통달해야 한다”며 “게으른 자는 천국에 가지 못한다. 그리고 배운 것에 대해 매주 시험도 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신천지 측은 “남녀 성도들에게 신약 계시록에 대해 수요일마다 돌아가면서 강의를 시켜야 한다”며 “인 맞은 자는 강의를 잘할 것이다. 인 맞지 못한 자는 강의를 못할 것이다. 신천지는 거짓말 성도가 교인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지 이후, 신천지 언론으로 알려진 「천지일보」 측은, “목회자도 어려운 계시록인데 … 신천지, 8세 어린이도 유창하게 설교”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8월 13일에 작성된 기사에는 “(신천지가) 지난달 19일부터 국내외 최초 평신도 수요예배 설교를 진행하는 가운데, 3주 차부터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유년부·학생부 회원들이 설교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국 78개 교회 312명의 일반 성도가 수요예배 설교를 진행했다”고 홍보했다. 

이만희 사후 대비의 한 방편 
 

▲요한계시록 설교를 하고 있는, 신천지 유년부·학생부 회원들 (출처: 「천지일보」)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소장은, 강의를 통한 인 맞음 확인 시험은 이만희 사후를 대비하는 방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그리고 비대면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신천지 신도는 계속해서 감소했다”며 “동시에 고령인 이만희의 건강 상태는 계속해서 악화되어가고 있어 신천지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신천지를 이끌어갈 간부들 입장에서는 말을 잘 듣는 신도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소장은 “신천지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이어온 신도의 경우 최소 50~60대가 되었다”며 “신천지가 교리를 변개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중년의 신도들은 시험에 부담을 느끼고 떨어져 나가고, 맹목적으로 따라오는 20~30대 청년 신도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잡아 주길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의 실력으로 인 맞은 여부를 확인한다는 공지 이후 탈퇴한 신도들은 아직 없지만, 2017년도와 같이 많은 신도가 이탈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2017년 8월에는 성경 시험을 통해 인 맞음을 확인하겠다고 했었던 신천지. 당시에도 신도들이 혼란스러워하며 탈퇴가 이어졌다. 신천지 신도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침을 받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만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요한계시록 강의 실력을 통해 인 맞음을 평가한다는 것은, 신도 이탈을 감내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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