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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정교유착, 낯설지 않은 이단의 ‘단면’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6년 03월 18일 08시 47분 입력

통일교에서 시작된 정교유착의 고리가 신천지로 확대됐다. 검찰과 경찰이 정교유착을 밝혀내기 위해 합동수사본부합수본를 꾸렸고, 신천지 전현직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그리고 신천지의 심장인 과천 총회 본부와 가평 평화의 궁전을 압수수색했다. 신천지와 정치권의 거래 관계를 규명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신천지는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적 단체나 후보와 어떤 관계도 없고, 정치적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했다는 내부자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권력에 접근하기 위해 정치권에 접근하는 종교 단체, 표와 권력을 얻기 위해 이단과 결탁하는 정치인. 전혀 낯설지만은 않은 장면이다.

작전명 ‘필라테스’

신천지는 2021년 국민의힘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과 2024년 국민의힘 22대 총선 경선에서 특정 정치인이 당선될 수 있도록 신도들을 책임당원으로 가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신도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한편, 지역별로 정해진 수를 할당해 가입 현황을 관리해 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작전명은 ‘필라테스’였다.

 

▲가평 평화의 궁전을 압수수색한 합수본(제공 : 제보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기각한 것을 계기로 당원 가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은혜 갚기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합수본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전직 지파장 최○○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준비 절차가 시작될 무렵인 2021년 5~7월로 당원 가입 시기를 특정했고, 총회장 이만희씨의 지시로 ‘윤석열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며 당원 가입을 독려 혹은 강제했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언론에서는 당원비를 내기 싫어하는 신도들에게 당비를 대납해 줬다는 탈퇴자의 증언도 보도됐다.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신천지와 정치권과의 결탁 문제도 다시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천지의 정교유착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었다.

다시 수면에 떠오른 전 총무의 비자금

수사가 이뤄지면서 신천지의 2인자로 불렸던 고동안 전 총무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압수수색 영장에도 고씨는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2월 6일 합수본이 고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이만희의 지시가 있었는지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의 금고지기가 고씨라는 뜻이다.

 

▲고동안 전 총무의 금전비리 사건 
의혹에 대한 실태파악 사실보고서
(제공 : 제보자)

총회장 이만희에게 보고됐던 ‘총회 총무 고동안의 금전비리 사건 의혹에 대한 실태파악 사실 보고’를 보면 고씨는 홍보비, 법무후원비, 총회 중진 숙소비용 등 전국 12개 지파에게 113억 원 이상을 거뒀다. 이 보고서가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해당 비자금이 단순 개인 비리를 넘어, 정치권과의 관계 유지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를 이만희에게 보고했지만, 오히려 문제를 제기했던 이재원 전 지파장, 공희숙 강사 등 신천지의 사명자들만 제명되었고, 고씨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야 가족과 함께 제명됐다. 횡령 사실을 알았지만, 보고를 받고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이만희. 무언가 냄새가 나는 지점이다.

고씨의 제명 이유는 개인 비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의 횡령이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선, 총회장 이만희가 개입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해지는 지점이다. 최근 고씨가 신천지의 금고지기였다는 것과 또 다른 금고지기들이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고씨가 마련한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느냐, 이것을 이만희가 지시했느냐를 명명백백히 밝혀낼 수 있느냐다.

신천지, “개인의 정치 참여일 뿐, 직접 개입 없었다”

신천지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 ‘사실 무근’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보도되는 이슈에 대해 입장문 등을 홈페이지, 유튜브, 블로그 등에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신천지는 “‘경선 개입 동원설, 당비 대납’ 보도에 대한 신천지예수교의 입장”을 통해 경선 개입, 조직 동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당 입장문에는 “교회 차원의 지시나 조직적 움직임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별 참여를 전체의 범죄로 일반화하는 보도는 명백한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비 대납과 관련해서는 “사실 확인 없이 신천지 탈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로 단정한 확증편향적 보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1월 23일 이후에는 입장문조차 내지 않고 있다.

 

▲신천지의 입장문(출처:신천지 홈페이지)

 

이단사이비 척결보다는 정치적 계산 앞서 보여

신천지의 정교유착에 대한 합수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수사 향방을 결정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있다. 광주이단상담소 임웅기 목사는 “일단 합수본의 수사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지도록 신천지와 통일교 특검을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 쪽은 신천지 특검을 반대하고, 한쪽은 통일교만 하는 특검에 합의하지 않고 있는 국면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임 목사는 “이번 수사를 국정 운영과 지방선거 주도권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정치적 이익을 떠나 일관되게 공정하게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수사 방향이 정해진다면, 앞으로 이단사이비 단체들은 조직을 확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에게 ‘보험’을 들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단사이비 단체와 유착관계에 있는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그 칼날이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만희의 처벌은 고동안의 증언과 증거자료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죄 판결을 받은 횡령 사건과 비교해 정교유착이 이뤄진 기간에 따라 처벌 수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자금법 등 다른 사건에 대한 유죄가 없고 단순히 조직 동원과 같은 정교유착 관계로만 본다고 가정했을 때, 통일교 2인자 윤영호가 1심에서 다소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처럼 이만희에 대한 처벌도 그리 무겁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는 게 임 목사의 분석이다.

임 목사는 “신천지 내부에서 나오는 이야기, 이만희의 공개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 큰 변수는 고령, 건강 문제를 동반한 사망 소식이다. 형량이 적든, 형량이 많든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신천지 조직은 이만희의 신변이 중요하다. 신상에 변고가 생길 경우 조직은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낯설지 않다. 종교 단체와 정치권과의 결탁, 그리고 발뺌까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교에서 신천지까지 번진 정교유착 수사가 정치적 득실을 넘어, 피해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초석을 닦는 결과로 도출되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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