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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우려한다’는 신천지의 주장,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만희씨 구속을 둘러싼 국제 인권 담론과 신천지 내부 확산 과정을 추적하다
현대종교 | 에스라 김 목사
2026년 09월 21일 08시 00분 입력

지난 2026년 6월 24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신천지는 「하늘샘물」과 「천지일보」, 자체 방송 및 각 지파의 영상콘텐츠를 통해 이 총회장의 구속을 둘러싼 국내외 반응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그 가운데 반복해서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국제사회가 우려한다’는 것이다. 「하늘샘물」은 “95세 초고령자 구금사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대한민국 인권,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표지제목 아래 유럽의 학술대회, 해외 학자들의 발언, 국제 인권단체의 활동,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문서 등을 한데묶어 소개했다.1) 이를 그대로 읽으면 세계 여러 나라의 학자와 인권단체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이만희씨의 구속을 문제 삼고 있으며, 한국의 인권 상황을 국제사회가 폭넓게 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하늘샘물」이 말하는 ‘국제사회’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제기한 목소리는 어디에서 시작돼 어떤 경로를 거쳐 신천지 내부와 대중에게 전달된 것일까. 「하늘샘물」에 등장하는 인물과 단체, 학술행사와 문서를 하나씩 추적해 보았다.

유럽종교학회 공식 입장이 아니라 254개 세션 가운데 하나였다

「하늘샘물」이 가장 비중 있게 소개한 사례 가운데 하나는 2026년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9회 유럽종교학회(European Academyof Religion, EuARe)였다. 유럽종교학회는 종교학과 신학, 철학, 법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행사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대한민국 인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하늘샘물」 2026년 8월호(출처: 신천지 홈페이지)


신천지는 “유럽종교학회 참석 학자·인권 전문가들”이 “초고령자 구금의 필요성과 인간의 존엄 문제”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체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신천지를 다룬 행사는 학회 전체를 대표하는 특별회의나 공식 선언이 아니었다. 유럽종교학회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번 학회의 세션은 총 254개였고, 등록된 참석자는 1320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학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시간대별로 열리는 선택강의 형식의 세션에 참석하는데, 학회가 제공한 프로그램을 보면 전체 254개의 세션 중 신천지와 관련된 세션은 딱 하나가 있었고, 그 세션의 현장 사진을 보면 참석한 사람들은 발표자와 신천지 신도들을 포함해 약 25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럽종교학회의 한세션에서 신천지가 논의됐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이를 유럽 학계가 신천지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거나 유럽종교학회의 공식 입장으로 제시됐다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국제학술대회 안에서 특정 연구자들이 제안하고 구성한 하나의 세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세션을 구성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유럽종교학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6년 학회에는 총 1320명이 등록했으며, 254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필자가 공식 프로그램을 확인한 결과, 이 가운데 신천지 관련 세션은 1개였다.


유럽종교학회 신천지 세션을 구성한 사람은 누구였고 무엇을 말했나


공식 프로그램에 기재된 신천지 세션의 발표자들과 주제2), 발표 내용3)은 아래와 같았다.

1. 마시모 인트로빈(Massimo Introvigne) 신흥종교연구센터(CESNUR, Center for Studies on New Religions)의 창립자, 신흥종교연구센터가 2018년 5월에 창간한 라인 매체 비터 윈터(Bitter Winter)의 편집장

- 제목: 신천지 소개: 천년왕국 운동인가, ‘사악한 사이비’인가?
- 내용: 신천지의 역사와 교리를 간략히 소개한 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신천지를 향해 형성된 사회적 낙인이 대중의 인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발표는 이번 구속을 신천지를 대상으로 한 오랜 반대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으로 해석했다.​

2. 로시타 쇼리테(Rosita Šorytė) 유럽신앙자유연맹(FOB, European Federation for Freedom of Belief) 소속, 비터 윈터(Bitter Winter) 부편집장

- 제목: 신천지와 호주 빅토리아주의 ‘사이비’ 조사: 탈퇴자, 도덕적 공황, 그리고 대학가의 우려
- 내용: 호주 빅토리아주 의회의 ‘사이비(cults)’ 조사 사례를 소개하며, 호주 대학 내 신천지를 둘러싼 도덕적 공황(Moral Panic)과 조사위원회에 출석한 탈퇴자의 증언을 분석하고, 감정적인 탈퇴자 증언을 대표적인 증거로 활용하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3. 마리아 바르데(María Vardé)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소속 박사과정 연구자이자 강사

- 제목: 라틴아메리카의 신천지: 성경 교육, 헌신의 단계, 그리고 반(反)사이비 담론
- 내용: 중남미 지역의 신천지 확산 사례를 소개하며, 신도 인터뷰를 바탕으로 신천지의 성경 교육과 신앙 경험을 설명하고, 해외에서 유입된 반(反)이단 담론이 지역 사회의 인식에 영향을 미쳐 신도들이 의심과 경계 속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4. 마르크 네메시(Márk Nemes) 신흥종교연구센터(CESNUR) 부소장

- 제목: 종교 시장의 (불)평등한 기회: 유럽 내 신천지 활동의 개관
- 내용: 유럽 빌립지파를 대상으로 한 현지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신도들의 개종 경험과 신앙생활을 분석하고, 많은 신도들이 기독교 배경에서 교리의 일관성을 찾아 신천지에 가입했으며 이후 사회적 편견을 경험한다고 주장했다.​

5. 알레산드로 아미카렐리(Alessandro Amicarelli) 유럽신앙자유연맹(FOB) 회장

- 제목: 영국의 신천지: 언론의 편향, ‘사이비’ 낙인, 그리고 성경 중심 공동체의 실상
- 내용: 영국 언론의 신천지 보도 사례를 분석하며, ‘사이비(cult)’라는 용어가 사회적 낙인을 형성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소수 종교에 대한 평가는 편견이 아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명의 발표자는 서로 다른 국가와 사례를 다뤘지만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들은 신천지를 ‘사이비’로 규정하는 시각을 비판하며, 언론 보도와 반사이비 운동, 탈퇴자들의 증언이 신천지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도덕적 공황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천지를 성경 중심의 새로운 종교운동으로 이해하고 종교의 자유와 인권의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이번 학회에서 처음 모인 연구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트로빈과 네메시는 각각 신흥종교연구센터의 창립자와 부소장이며, 쇼리테는 신흥종교연구센터가 창간한 온라인 매체인 비터 윈터(Bitter Winter)의 부편집장이다. 또한, 쇼리테와 아미카렐리는 신흥종교연구센터의 학술대회와 비터 윈터 등을 통해 인트로빈과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 왔다. 바르데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소속이지만 최근 신흥종교연구센터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인트로빈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기록이 확인된다. 특히 인트로빈과 쇼리테, 아미 카렐리는 이미 2020년 코로나19 당시 신천지를 주제로 한 웨비나와 백서, 기자회견 등에서 함께 활동한 기록이 확인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세션 역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신흥종교연구센터 네트워크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는 것이 사실관계에 더 부합한다.​
 

▲2020년 “Covid-19와 종교의 자유 한국에서 신천지를 희생양으로 삼다”라는 주제로 열린 웨비나. 이곳에 참석한 인트로빈, 쇼리테, 아미카렐리는 이번 2026년 유럽종교학회의 신천지 세션에서도 발표자로 참여했다.(출처: 유튜브 채널 <신흥종교연구센터(CESNUR)>)


학술 발표 이후 이어진 신천지 대표자의 발표와 서명


흥미로운 점은 이 세션이 단순한 학술 발표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세션의 내용을 비터 윈터에 실은 인트로빈의 설명에 따르면, 다섯 명의 발표가 끝난 뒤 신천지 대표자가 참석자들에게 이만희씨의 상황을 설명했다고 전했다.4) 신흥종교연구센터 부소장인 마르크 네메시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신천지 세션의 사진들을 보면, 세션에는 여러 명의 신천지 리더들이 참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신천지의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하늘샘물」에는 신천지 세션 발표자 5명과 이번 세션의 좌장인 다비데 S. 아모레(Davide S. Amore), 그리고 같은 학회에서 다른 세션의 발표자로 참석한 마차시 보디(Mátyás Bódi) 등 총 7명이 이만희 총회장 석방 촉구와 관련된 문서를 들고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 실렸다. 「하늘샘물」은 이를 “유럽종교학회 참석 학자 7명의 이만희 총회장 석방 촉구 탄원 서명”이라고 소개했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해당 문서의 정확한 형식이나 제출 대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천지 세션의 참석자 중 한 명이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국인 리더는 유럽종교학회가 끝난 약 2주 뒤인 2026년 7월 18일 내부 전도 교육에서 “본부와 모든 사명자들은 총회장님의 석방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저 역시 국선부(필자 설명: 국제선교부로 추정), 하세광(필자 설명: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HWPL)과 함께 TF팀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독일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라고 독일 신도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종합해보면, 이번 유럽종교학회의 신천지 세션에는 해외 신천지 리더들이 참석했고, 신천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인사들에게 이만희 총회장의 구속 상황을 전달하였으며, 「하늘샘물」이‘석방 촉구 탄원 서명’이라고 소개한 문서를 들고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또한 학회 참석 이후 독일 신천지 리더는 내부 교육에서 총회장 석방을 위한 해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황은 신천지가 해외에서도 이만희 총회장 구속과 관련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하늘샘물」은 신천지 주요 사명자들의 참석 사실이나 신천지 대표자의 발표내용은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비터 윈터(Bitter Winter)를 거쳐 「하늘샘물」로

이 세션에서 발표된 내용은 행사 직후 비터 윈터를 통해 다시 기사로 소개됐다. 인트로빈은 세션 전체를 정리한 글을 게재했고, 쇼리테와 아미카렐리, 네메시는 각각 자신의 발표를 기사로 발전시켰다. 즉, 유럽종교학회에서 생산된 담론은 비터 윈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산됐고, 이후 「하늘샘물」과 「천지일보」, 신천지의 방송과 영상 콘텐츠를 통해 국내 신도들과 일반 대중에게 국제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인 것처럼 제시됐다. 결국 하나의 학술 세션에서 생산된 발표 내용과 현장의 활동이 여러 매체를 거치며 ‘국제사회의 우려’라는 서사로 반복·확산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6년 유럽종교학회의 신천지 세션에는 현장 사진으로 볼 때 발표자와 신천지 해외 리더들을 포함해 약 25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이 이만희 총회장의 상황을 공유했다. (출처:신흥종교연구센터(CESNUR) 부소장인 마르크 네메시의 페이스북)

 

▲2026년 7월 18일 독일 신천지 내부 전도교육에서 발언하는 프랑크푸르트 한국인 리더. 유럽종교학회 참석 이후 이만희 총회장 구속과 관련한 국제 활동을 신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제보자 제공)


‘국제사회’는 누구였는가


이번 글은 해외 학자들의 견해가 옳고 그른지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천지가 이를 어떻게 ‘국제사회의 목소리’로 구성하고 활용하는지를 추적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늘샘물」과 신천지가 반복해서 사용하는 ‘국제사회’라는 표현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확산됐는지를 추적해 보았다. 그 결과, 「하늘샘물」이 소개한 유럽종교학회의 신천지 세션은 학회 전체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254개 세션 가운데 하나였으며, 발표자들 역시 오랫동안 신흥종교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함께 활동해 온 연구자들이었다. 이들의 발표는 신흥종교연구 센터가 만든 온라인 매체인 비터 윈터를 통해 다시 기사화됐고, 이후 「하늘샘물」과 신천지 매체를 통해 ‘국제사회의 우려’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결국 「하늘샘물」이 말하는 ‘국제사회’는 서로 독립적으로 형성된 다양한 국제 여론이라기보다, 오랫동안 협력해 온 연구자와 종교자유 단체들의 네트워크에서 생산된 담론이 신천지 내부로 다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해외에서도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누가 그 말을 했는지, 그들은 이전부터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그 발언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반복되고 확대됐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국제사회’라는 크고 권위 있는 표현 뒤에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서 있는지를 확인할 때, 비로소 신천지가 제시하는 국제 인권 담론이 형성되고 활용되는 방식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하늘샘물」, 제83호(2026년 8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https://www.shincheonji.org/ko/newspaper/viewpdf?id=11207

2) 2026년 전체 프로그램 목록, 유럽종교학회 홈페이지, 

https://secure.onlinecongress.it/Olc/Client/Content/Images/1997208256990597002202207/AbstractBook.pdf, 신천지 프로그램은 429-430.

3) Massimo Introvigne(마시모 인트로빈), (구속의 그림자 아래 로마에서 열린 한 세션), 비터 윈터(Bitter Winter), 2026년 7월 9일,Shincheonji: A Session in Rome Held Under the Shadow of an Arrest (구속의 그림자 아래 로마에서 열린 한 세션), 비터 윈터(Bitter Winter), 2026년 7월 9일, https://bitterwinter.org/shincheonji-a-session-in-rome-held-under-theshadow-of-an-arrest/

4) 같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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