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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생존자 메이플의 『흔적』
현대종교 | 김정수 기자 rlawjdtn@hanmail.net
2025년 10월 16일 08시 37분 입력

“나는 더 이상 누구도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연막에 속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쓴다”. 메이플이 밝힌 『흔적』이 세상에 나오게 된 이유다. 『흔적』은 메이플이 2010년 JMS에 들어가면서부터 탈퇴 후 2023년 법적 싸움을 하는 시기까지 연도 순으로 JM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신의 시간을 그려냈다.

『흔적』이 남긴 메이플의 흔적
 

▲메이플의 저서 『흔적』

 

메이플은 JMS를 경험한 10여 년의 시간을 400여 페이지에 담아냈다. JMS가 처음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부터 정명석을 고소하고 재판하는 순간까지 메이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메이플의 흔적에는 당시 JMS 신도들을 만나며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친절했던 신도들, 함께 하면서 즐거웠던 순간, 메시아를 만났다는 착각 속에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겠다는 결심, 출소한 정명석의 실체, 성범죄 고소와 이후 당한 미행, JMS를 돕는 공권력 등 죽고 싶은 심정까지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특히 성폭행 당했을 당시 경찰의 질문과 답변 일부가 『흔적』에 담겨 있다.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해 답변해야 했던 메이플의 고통도 함께 전해진다. 독자로 하여금 메이플과 동화되어 함께 분노하게 되고, 끝까지 싸워준 메이플에게 감사하고 박수치며 응원하게 된다.

메이플과 함께 싸웠던 지원자들은 『흔적』에 응원의 글을 남겼다. 김도형 교수는 “메이플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정명석과 그 추종자들은 이 땅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을 것이다”라며 “그 악행을 끝장낸 메이플에게 우리 한국 사회가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성현 PD는 “나는 목격했다.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걸. 그 계란의 이름은 메이플, 바위의 이름은 JMS다”라며 “자신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되돌려준 그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믿을 수밖에 없었던 JMS

메이플이 JMS를 접한 것은 만 16세다. 코즈웨이베이 윈저하우스 쇼핑몰에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20대 여성 세 명을 만나 설문조사에 응하면서 시작된다. 뜬금없이 성경 이야기를 해준다는 말에 기독교 학교를 다녔던 메이플은 관심이 생겼고, 성경의 기적을 과학적으로 풀어주는 것에 흥미를 보이게 됐다고 한다. 거부감 없이 교리를 받아들이며 수료식을 마쳤고, 수학과 과학적으로 예언을 풀어 2023년이 봉인된 숫자이며 재림주가 정명석임을 믿게 되었다고 JMS 입교 이유를 설명했다.

교리 외에도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 설립된 많은 교회와 신도들을 보고 JMS를 하나님의 역사로 믿었다. 교회 내 의사, 변호사, 중국 고대 명인의 후손이자 건축가, 부유층 등 각계각층에 지식인과 전문가들도 많았다. 메이플에게 견고한 신앙을 주기에 충분했다.

감옥과 같은 JMS만의 규칙

메이플은 JMS의 엄격한 규칙이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내려주신 하나님의 법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커피와 콜라, 라면 금지, 오토바이 금지, 헬멧 쓰지 않고 자전거 타는 것 금지,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바지와 치마 금지, 젖은 머리로 교회 오는 것 금지, 민소매 금지, 어두운색 옷 금지, 미디어 금지, 이성과 단독으로 함께 있거나 식사 금지, 이성이 운전으로 집에 태워주거나 수영 가르치는 행위 금지, 단둘이 엘리베이터 타는 것 금지, 교회 내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 있는 것 금지, 교회에 단독으로 남아 있는 것 금지 등 철저하게 제한된 생활을 강요당했다. 이러한 엄격하고 제한된 삶에도 메이플은 하나님께만 전적으로 헌신해야 하며 하나님을 질투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신앙스타가 되다
 

▲메이플이 홍콩 여스타들과 촬영한 단체 사진과 정명석의 사인 (출처: 『흔적』)

 

메이플은 정명석의 신부이고 애인이며, 사랑해야 한다는 말에 세뇌되어 매일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일기를 쓰고, 편지를 작성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인생의 목표가 생겨 신앙 스타가 되기로 다짐했다. 결혼하지 않고 평생 하나님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후 신앙스타를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신앙스타가 되라는 정명석의 편지를 받고 지명받은 것에 감사로 충만했다.

이후 신앙스타는 하나님의 아내이고 육도 하나님의 것이다. 몸도 바쳐야 한다. 선생을 신랑으로 여기고 사랑하라는 교육을 자주 받았다. 월명동 기숙사에 배정된 후 정명석이 수감된 교도소에서 면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2017년 정명석 출소 1년 전 메이플은 입학과 졸업이 까다로운 신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교회 부목회자로 신앙상담, 말씀 교육, 설교 등의 기회가 주어졌다.

정명석 출소 후 직접 대면

메이플은 정명석 출소 후 직접 만나며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정명석은 나무나 돌에서 여성과 남성의 성기 모양이라는 등 성적인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자고 있을 때 발로 얼굴을 밟으며 빨리 일어나라고 하기도 하고, 성적 농담도 자주 했다. 급기야 빈번한 신체 접촉으로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정명석은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들의 엉덩이를 치거나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여성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어 의아했던 기억도 『흔적』에 남겼다. 정명석의 이상한 성적인 행동과 발언 등 의심스러운 행위는 그가 주님이라는 이유와 자신의 믿음이 부족하고 잘 모른다는 생각, 섭리의 사랑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리화하며 덮게 되었다.

메이플은 성피해를 입은 과정에 대해 진술서 일부를 책에 담았다. 경찰의 질문과 메이플의 답변을 통해 당시 정명석의 추악한 말과 메이플의 힘들었던 심리를 살필 수 있다. 정명석의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되는 과정 속에 혼란과 JMS 신도들의 회유가 있었다. 당시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탈퇴를 확신하게 되었고, 이후 하나님과의 사랑이 아닌 성적 도구에 불과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정명석·정조은 재판, 넷플릭스 방송
 

▲정명석 출소 후 성폭행 피해자 기자회견

 

고소를 준비하면서 안티 JMS 카페에 고소의 의지를 전하고 법적, 경제적 지원을 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김도형 교수와 연결되고 넷플릭스 제작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급성위경련으로 거듭 구토를 하면서도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또 다른 고통을 직면하게 됐다. 메이플을 공격하는 수많은 메시지와 영상, 전단지 배포 등 ‘더러운 창녀’라는 욕까지 들으며 이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메이플은 당시 썼던 일기를 『흔적』에 남기며 정명석의 실체는 무엇인지, 악몽을 꾸며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있었는지를 적어 내려갔다. 메이플은 책을 쓰면서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멀미를 하듯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글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감정을 적어 마음을 치유해 보라는 권면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진지하게 썼다고 전했다.

수십 년 동안 어떤 피해자도 용기 내지 못했던 일을 메이플이 목숨을 걸고 해냈다. 메이플의 결단으로 정명석은 죽기 전에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정명석 성폭력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메이플의 『흔적』은 탈퇴자들과 생존자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 『흔적』을 통해 JMS의 실체와 한 생존자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호주의 JMS 피해자 리즈 카메론도 오디오북 『Cult Bride』를 지난 6월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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