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작게보기
페이스북
불안을 야기하는 '예언', 12월 한국전쟁설
이용규 기자 aftereli@naver.com
2015년 01월 12일 14시 25분 입력

‘분단국가’ 혹은 ‘휴전국가’라는 한국의 시대적 정체성은 ‘전쟁’과 ‘종말’이라는 파국적인 결말을 상상하게 만든, 상존하는 불안이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의 종말론에는 사회가 불안할 때 불순물이 섞여 들어와 임박한 종말을 예고했다. 거친 냉전의 시절을 겪은 한국은, 이따금 들려오는 북측의 총포 소리에 ‘전쟁의 징후’를, 거기에서
‘종말의 징후’를 발굴해냈다. 그래서 풍문으로 들려오는 ‘2014년 12월 전쟁설’은 새롭지만 동시에 진부하다.

"2014년 12월에 한국전쟁 터진다"

최근 몇 개월 동안 2014년 12월 전쟁설을 퍼트려 온 홍혜선 전도사의 유튜브 영상은 뜨겁다. ‘한국의 타락한 목회자와 성도에게 분노하신 하나님이 계획하는 한국전쟁. 예언자의 계시를 듣고 회개하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으리라.’ 한국의 예언자들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영적 이스라엘 민족으로 대입하여 구약의 레퍼토리를 차용하곤 한다. 홍 전도사도 마찬가지다. 홍 전도사는 하나님으로부터 한국전쟁에 대해 받은 계시를 2014년 9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9건의 영상을 담아 유튜브에 올렸다. 그의 예언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갔다.
 

▲ 유튜브에 돌고 있는 홍혜선 전도사의 예언 동영상 갈무리

영상을 보면, 홍 전도사는 스스로를 “선지자”, “예언자”, “선견자”에 비유한다. 천국과 지옥을 1300번 다녀왔다는 홍 전도사는 한국전쟁 이전에도 미래를 보는 계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2014년 3월 26일, 홍 전도사에게 “한국에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라고 계시했다. 그리고 “그 메시지 후, 20일 후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고 홍 전도사는 설명했다. 이번 유튜브 영상은 홍 전도사가 하나님의 뜻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올렸다고 한다. 그는 “선견자, 선지자 입장에서 발표를 하는데, 주님께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셨다”고 예언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성령훼방죄” 때문이다. 홍 전도사는 하나님이 성령을 탄압하는 한국교회에 화가 나신 상태이고 전쟁을 취소할 계획도 없다고 하셨다고 한다. 홍 전도사의 예언 영상에는 구체적인 성령훼방죄는 언급되지 않는다. 홍 전도사는 한국전쟁의 배후가 누구인지, 북한이 전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한국이 어떻게 전쟁에 대처해야 하는지 “하나님의 명령”을 지시한다. 홍 전도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4년 12월에 한국전쟁이 일어난다. 전쟁은 생화학전, 전면전, 적어도 5개월 이상의 장기전이다. 북한이 전쟁을 위해 준비한 땅굴이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기업, 병원, 군대 등에 뻗어있다. 북한은 청와대 땅굴을 이용해 박근혜 대통령을 납치하여 전쟁을 유인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남한에 있는 국민 45%의 종북세력이 국방부, 방송국, 기업 등을 통해 북한의 땅굴이 알려지는 것을 막고 있다. 땅굴을 막지 않으면 대한민국 인구의 50%가 사망하고 적화통일된다. 11월까지 15군데의 땅굴을 막아야 사망 수를 25% 줄일 수 있다. 땅굴 찾기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지옥에 간다. 북한이 땅굴을 통해 아이들을 납치해서 인육으로 먹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가정은 피난 가야 한다. 666 칩을 받지 않도록 교육하지 않은 천주교, WCC에 가입한 교회, 종북세력은 회개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전쟁의 배경에는 프리메이슨이 있다.

홍 전도사의 예언을 보면 그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 사상적으로는 음모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읽힌다. 한국에서 ‘종북 프레임’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을 비판할 때 보수인사들이 이용하는 잣대다. 음모론자들에게 프리메이슨은 적그리스도로서 세계정부를 구성하는 비밀결사단체다.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경우, 음모론의 견지에서 종교통합을 하려는 적그리스도로 곧잘 표현된다. 홍 전도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666칩’은 ‘666베리칩’을 말한 것으로 추측된다.

“땅굴 막아라”, 전쟁설 곳곳에서 확산

특히 ‘땅굴’에 천착해있는 계시는 한성주 장로의 땅굴 강연과 맞물리면서 전쟁설의 확산을 부추겼다. 지난 10월 12일 분당기쁜우리교회(담임 이현숙 목사)에서 있었던 한 장로의 땅굴 강연이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으로 퍼졌다.
 

▲ 12월 17일 안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강연한 한성주 장로

강연에서 한 장로는 “12월 17일 이전에 통일전쟁을 한다”고 확신했다. 한 장로는 “백령도, 연평도에서 점령 작전을 하고 전면전이 되면 땅굴로 수백만 명이 솟아나오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3년 전 김정일 영전에서 “3년 내에 통일전쟁을 하겠다” 했고, 오는 12월 17일이 바로 3년이 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한 장로의 강연과 홍 전도사의 예언은 내용상 상당히 유사하다. 한 장로 역시, 홍 전도사처럼 현재 종북세력이 땅굴의 존재를 은폐하고 있고 땅굴을 발견하여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땅굴의 존재에 대한 의혹이 범람하자 국방부는 급기야 “한성주 장군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 장로에게 강연 자리를 내준 분당기쁜우리교회 담임 이현숙 목사도 과거, 한국전쟁을 주장하여 구설에 올랐던 사람이다. 아가선교교회 시절, 이 목사는“꿈에서 전쟁에 관한 예언을 보았다. ”2007년 12월, 이 목사는“3차 전쟁이 세상에 일어나고 주님이 오실 것이다. 꿈에서 본 예언의 전쟁들이 기도로 빗나갔으면 좋겠다”고 설교했다. 2009년 2월에는 “2008년 2월쯤 딱 1년 전에 한국전쟁에 대한 예언을 받고 오히려 핍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예언은 종말론 속에서 이해된다. 종말론에 몰두한 이 목사는 천국과 지옥을다녀왔고, 베리칩을 666이라고 주장했던 여러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목사나 지금의 홍 전도사나 신앙의 텃밭은 ‘비슷’하다.

홍 전도사의 영상과 함께 유행하는 서사라 목사의 유튜브 영상도 한국전쟁을 지지한다. 서사라 목사도 수회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한다. 홍 전도사가 한국전쟁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서 목사는 전쟁의 필연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서 목사는 영상을 통해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마태복음 24장 7, 8절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를 인용하면서 한국전쟁이 성경에 기록되어 필연적으로 일어나야만 하는 전쟁이라고 계시하셨다고 한다.

풀러신학교, “홍혜선 풀러 졸업생 아니다”

홍 전도사가 퍼뜨리고 있는 전쟁설이 힘을 얻자, 그가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는 미국의 풀러신학교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풀러신학교는 “홍혜선씨에 대해 풀러의 졸업생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많은 문의를 받았다”며 “홍혜선씨가 풀러에서 공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위 과정을 마치지는 못했다. 따라서 풀러의 졸업생이 아니다”고 밝혔다. 홍 전도사의 예언 사역에 대해서도 “홍혜선씨의 천국과 지옥을 보았다는 간증과 하나님의 직통계시에 대한 주장을 근거로 하는 예언사역은 풀러신학교의 신학적 입장과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홍 전도사의 신학적 입지를 대변할 수 있는 배경은 사라졌다.

전쟁설이 교계 안에서 확산되자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지난 11월 7일 ‘땅굴괴담, 12월 전쟁설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교연은 “최근 한반도 전역에 남침용 땅굴이 존재한다거나 12월에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교연은 “사회가 불안할 때마다 종말론과 전쟁설은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목회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인 주장을 하는 간증자들을 교회 강단에 세우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성도들은 일부 간증자들의 일방적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모든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각자의 맡은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형택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는 “신뢰할 수 없는 거짓된 직통계시로 사람들을 미혹하려는 사람이 한국에 많은데 속아서는 안 된다. 이단적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교회를 휩쓸었던 데이비드 오워의 한국전쟁 예언 때도 그랬다. 한국전쟁에 대한 불안과 관심이한꺼번에 집중됐다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이번 전쟁설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12월에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늦춰진 전쟁’이라 믿고 흉흉한 전쟁과 종말의징조를 찾아 헤맨다. 전쟁의 필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들은 성경에서 종말 카드를 꺼내들고야 만다. “언젠가 전쟁이 일어난다”는 전망은 충분히 추론가능하지만, “어느 때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예언은 적중률이 확연히 떨어진다. 어차피, 전 세계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모든 그리스도인은 재림 전까지 말세 속에 산다. 착안점은 입증 불가능한 계시 위에 종말을 예감하는 게 아니라 계시된 성경 위에 종말을 고대하는 것이다.



< 저작권자 © 현대종교.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