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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논란
조민기 기자 5b2f90@naver.com
2018년 12월 19일 15시 01분 입력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보도한 JTBC (출처: JTBC)

 

■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입영 거부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 오해”
■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9.25% 여호와의 증인 신도
■ 여호와의 증인, 대체복무제 도입한 국가에서 교리적 문제로 대체복무 거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지 14년 만이다. 그간 양심적 병역거부를 핑계 삼아 국가 체제를 부정하는 교리적 신념을 지켜온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환영했다. 그러나 아직 합리적인 대체복무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 판결이 내려져 국민적 여론은 냉랭하기만 하다.


헌재에 이어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대법원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고려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입영거부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 오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결정에, 지난 6월 헌법재판소(헌재)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헌재는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입영 거부 또는 소집 불응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냉랭하기만 한 국민적 여론 누구를 위한 판결인가?


대법원의 판결에 국민적 반응은 어땠을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SNS에 “이제 조만간 양심적 병역거부하는 방법이 실시간(으로) 뜨겠군”, “양심이란 말을 아무렇게 쓰지 말자. 병역거부가 왜 양심적이냐? 종교적 병역거부라고 하자.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비양심적이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늘어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포털사이트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는 방법을 묻는 검색이 급상승했다. 며칠 뒤엔 ‘여증 코인’이란 말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여증 코인은 여호와의 증인과 비트코인을 합친 신조어다. 여호와의 증인 가입을 통해 군면제받아 인생을 역전할 수 있다는 조롱의 뜻이 담겨있다.


국민의 반응이 냉랭한 건 대법원의 판결이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특혜로 비쳤기 때문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2004~2013년도 병역거부자 6164명 중 6118명(99.25%)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무죄 판결이 내려짐과 동시에 조건 반사적으로 여호와의 증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엔 교리적 병역거부인 것을 국가는 알고 있는가?


한국과 유사한 상황을 겪었던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수감생활을 택했다. 군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민간 대체복무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들의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이후 여호와의 증인 측은 본인들 입맛에 맞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할 때까지 각 국가와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역시 “대체복무와 관련한 국제 인권원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항이 군과 무관한 정부 부처나 기관이 관할해야 한다는 점”이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 역시 두 국가가 겪은 내홍을 고스란히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기총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개인적인 이유로 거부할 수 있도록 하여 법원 스스로 법질서를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며 “사법부의 과도한 권력 행위로 이미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허무함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앞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청년들에게는 병역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꼼수를 알려 준 꼴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대체복무제도 마련과 실행 여부는 산 넘어 산으로만 보인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복무기간과 형태가 제시된다고 할지라도, 교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온 여호와의 증인 측이 트집 잡을 게 분명해서다. 헌재의 요청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미루었어야 했다. 국민의 4대 의무로 지켜왔던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내린 것은 아닌지 염려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