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개혁주의 신학자였던 로레인 뵈트너(Loraine Boettner)는 그의 책 『조직신학』(The Trinity)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주기도문에서의 사례(事例)처럼 ‘아버지’라는 말이 우리의 기도에서 사용될 때, 그것[아버지]은 삼위일체의 첫 위격만 배타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 하나님으로서의 삼위를 지칭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다(When the word “Father”is used in our prayers, as for example in the Lord’s prayer, it does not refer exclusively to the first person of the Trinity, but to the three Persons as one God. The Triune God is our Father.).”
지방교회는 뵈트너의 이러한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말했다. “성부는 배타적으로 제1격만이 아니며, 삼일 하나님께서 우리의 성부이시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아들은 성부(聖父)이시요, 성령은 성부(聖父)이시다’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정통 신학자 뵈트너의 주장은 ‘아들은 아버지聖父시요, 아들은 성령이시다’라는 지방교회의 ‘양태론 이단 교리’와 동일한 것이란 말인가!
지방교회가 뵈트너의 주장을 이처럼 제멋대로 요약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즉 정통 신학자 뵈트너가 지방교회와 동일한 교리를 주장했으니 지방교회의 ‘양태론 이단 교리’는 정통 교리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지방교회의 자의적 주장처럼 정통 신학자 뵈트너가 정말 ‘양태론 이단 교리’를 신봉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죽은 정통 신학자를 이단으로 둔갑시키는 지방교회의 포교 술책은 참으로 부적절하다. 뵈트너는 위에서 ‘아버지’를 결코 ‘성부(聖父)’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삼척동자도 알만큼 자명한 것이다.
뵈트너는 주기도문의 ‘아버지’는 성부(聖父)만이 아닌 삼위(三位)를 두루 지칭한다고 다음과 같이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가! “그것[아버지]은 … 삼위일체의 첫 위격만 배타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 하나님으로서의 삼위를 지칭한다” 그러니 “삼위일체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다”라는 그의 말에서 ‘아버지’는 성부(聖父)가 아닌 ‘본질적인 의미의 아버지’를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강해 설교가인 존 맥아더 목사는 주기도문의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the father/childrelationship)를 보여주는 말”이라고 한 것이다. 뵈트너의 위와 같은 주장은 ‘삼위의 동일한 본질과 속성’을 논하며 나온 것이다.
주기도문의 “아버지”에 관한 그의 주장 바로 앞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삼위의] 각자는, 동일한 권능을 행사하시고 동등하게 신적인 영광에 참여하시며 동일한 예배를 받으실 권리가 있으신, 참으로 하나님이시다” 즉 뵈트너는 주기도문의 “아버지”를 ‘위격적’이 아닌 ‘본질적’인 의미에서 사용한 것이다. 달리 말해, “아버지”는 ‘성부’(聖父)가 아닌, 동등한 본질과 속성과 자격을 가지신 ‘본질적인 의미의 아버지’를 뜻하는 것이다.
지방교회는 예수님을 “영원하신 아버지”로 지칭한 이사야 9장 6절을 근거로 “아들은 아버지(聖父)”라는 ‘양태론 이단 교리’를 만들었다. 반면 삼위 하나님이 (위격적으로) 구별된 분들임을 확고히 믿는 정통 삼위일체론자들은 “영원하신 아버지”를 “영원불멸을 주시는 창조자(존 칼빈)” 혹은 “영원하신 훈련자, 수호자, 공급자(Keil and Delitzsch)” 등으로 이해했다. 정통 신학자들 중 “영원하신 아버지”를 ‘성부(聖父)’와 동일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하면 지방교회 같은 ‘양태론 이단’이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통 신학자 뵈트너는 주기도문의 “아버지”를 성부(聖父)와 결코 동일시하지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聖父)시다”라는 이단 교리가 그의 책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죽은 정통 신학자의 입을 빌려, 그의 뜻과는 정반대로, 자신들의 ‘양태론 이단’ 교리를 전파하는 지방교회의 행위는 참으로 비윤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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