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다 회장 사망 기사를 보도한 NHK

창가학회(SGI)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이 지난 11월 15일 95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일본에 뿌리를 둔 신흥종교 창가학회는 국내에서 남묘호렌게쿄나 SGI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국내에 150만여 명의 신도가 있을 정도로 교세가 큰 단체로 주변에서 한국SGI라는 단독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에 뿌리 둔 신흥종교
 

▲이케다 회장을 소개하는 한국SGI 홈페이지

 

1930년 일본에서 설립된 창가학회는 신흥종교 단체다. 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케다 회장은 1960년 창가학회 3대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60년대 ‘반국가, 반민족 단체’로 규정되어 문교부의 포교 금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1975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한국SGI에 따르면, 창가학회는 현재 세계 192개국에서 1200만여 명이 활동 중이며, 국내에는 전국 350여 개의 문화회관, 150만여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창가학회는 일본 일련종(창시자 니치렌)의 수십 곳의 분파 중 하나인 일련정종에서 갈라진 분파다. 니치렌이라는 승려의 불법 사상을 배우는 종교단체다. 일본 정부가 군국주의 시절 국가신토사상을 추진했고, 창가학회 초대 회장 마키구치 쓰네사부로와 그 제자 도다 조세이가 이를 거부해 투옥된 바 있다. 마키구치 쓰네사부로는 옥사했고, 출옥한 도다 조세이가 창가학회의 기반을 다지고, 이케다 회장 취임 후 일본 회원 수가 140만여 가구에서 800만여 가구로 크게 성장했다.
 

▲불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남묘호렌게쿄를 계속 봉창하는 신도 (출처: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신도들은 집에 불단을 세우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남묘호렌게쿄를 계속 외운다. 봉창하면 운명을 바꾸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희귀병이나 말기 암도 창가학회를 통해 치유할 수 있고, 병원 치료 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이한 점은 이케다 회장에 대한 맹신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케다 회장에 대해 탈퇴자들은 “신격화되어 있다”, “절대자로 믿었다”고 전한다. 이미 부처가 되어 있다고 믿는 신도의 고백도 들을 수 있다.

문화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창가학회
 

▲창가학회 언론 「화광신문」(출처: 「화광신문」 홈페이지)

 

창가학회는 문화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 350여 곳의 한국 SGI의 이름을 문화회관이라고 명명한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시회, 음악회는 물론 문화예술활동의 전개가 돋보인다.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잇는 공감과 감동의 힘으로 평화와 사랑을 꽃피웁니다”라며 10개의 문화그룹을 소개한다. 태극취타대, 라이온 코러스, 피스 싱어즈, 평화예술단 ‘연’, 푸른빛 합창단, 빅토리아윈드오케스트라, 아리랑 고적대, 해돋이 합창단, 신세기파이오니아윈드앙상블, 글로리아리틀챔버오케스트라 등의 문화활동을 한다고 홍보한다.

꾸준히 언론을 통해 교리와 자체 소식을 전한다. 주간지 「화광신문」, 월간지 「법련」을 발행하고 있으며, 이케다 회장의 설교, 창가학회 활동이 담겨 있다. 신도들이 여러 곳에 무료로 배포하며 창가학회를 홍보한다. 일본 내에는 「세이쿄신문」이라는 종합일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교육기관인 행복유치원도 운영한다. 2008년 설립되었고,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해 있다. 이 외에도 헌혈, 불우이웃돕기, 도서기증, 이미용 봉사, 수재민돕기 등 사회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평화를 외치는 NGO 활동과 더불어 캠퍼스에서는 유니피스(전국대학생평화연합동아리)라는 동아리로 활동한다.

정치에 깊이 개입해 온 이케다 회장
 

▲1968년 창가학회 부정투표사건이 보도된 기사 (출처: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창가학회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케다 회장은 1963년 집권 자민당과 정권을 함께 운영하는 연립 공명당의 전신인 공명정치연맹의 설립자이기 때문이다. 1968년 창가학회 투표권 도난사건이 일어났다. 도난된 입장권으로 공명당에 투표한 사건이다. 1970년에는 창가학회와 공명당에 의한 언론출판 방해 사건도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이케다 회장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창가학회가 종교단체의 모습을 보이지만, 이케다 회장의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정치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는 이케다 회장이 “어렸을 때부터 천하를 쥐겠다는 말을 해왔다”며 “자신이 최고 권력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고 전했다. 이케다 회장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국왕이고 대통령이고 정신계의 왕자이며 사상문화계의 지도자이며 최고 권력자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정치 관계자들과도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고 탈퇴자들은 말한다. 국내 신도 수가 150만 명 이상인 창가학회는 한 표가 소중한 정치인들이 외면할 수 없는 단체다. 이케다 회장 빈소에 윤석열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의 조화와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를 방증한다. 일본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케다 회장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공명당 창설과 관련해 정교 분리에 문제가 있다는 등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개인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종교적으로는 교세 확장을 이룬 절대자, 문화사업을 통한 이미지 개선, 정치권과의 밀접한 관계와 부정들. 창가학회 이케다 회장의 족적이다. 국내에서 많은 신도 수가 있기는 하나,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할 정도로 창가학회의 종교·사회적인 문제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곳이다. 신격화에 준하는 이케다 회장의 사망이 향후 창가학회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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