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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이 말하는 중립의 진실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4년 04월 11일 09시 00분 입력

중립 어기면 제명과 같은 처분인 이탈…모든 인간관계 끊어진다고 봐야

병역 거부, 개인의 양심이 아닌 교리에 의한 가스라이팅

 

“중립 다녀왔다”, “효도중립 간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말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병역 거부로 교도소에 다녀왔다는 뜻이다.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는 중립에 대해 ‘서로 싸우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이나 집단 가운데서 어느 쪽도 편들거나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립에 대한 표시로 애국 의식에 참여하거나, 군 복무를 하거나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적 지위를 위해 출마하거나 투표하는 것과 관련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간섭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 거부도 이 중립 교리에서 근간을 찾을 수 있다.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대한민국에서 군대와 관련한 소식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여호와의 증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대체복무가 생기기 전까지 병역 거부는 곧 범죄자로 낙인찍힌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가면서까지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 속에서는 개인의 양심이 아닌 중립이라는 교리가 자리 잡고 있다.

국가에 살지만, 국가에 속하지는 않은 신도들

여호와의 증인은 분열된 세상 가운데서 중립을 유지하라고 배운다. 하느님 나라에 속했기 때문에 세상 나라에 속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여호와의 증인이 발행하는 『파수대(연구용)』 2016년 4월호를 보면 법을 잘 지키고 관리들에게 존중심을 보이고 세금을 납부함으로 정부의 권위에 복종하지만, 정부 당국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하도록 요구한다면 정중히 그 요구를 거절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면 여호와의 증인은 국가를 부정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받아들이는 탈퇴자들의 생각은 제각기 다르다. 한 탈퇴자는 “국가를 부정하는 특이한 종교관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애국가 제창 거부, 투표 거부, 군복무 거부 등으로 자신의 양심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다른 한 탈퇴자는 “국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법을 존중하지만 국가의 법과 성경의 법이 충돌하게 될 경우 성경의 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부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지만, 두 의견의 공통점은 결국 여호와의 증인은 세상 나라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병역 거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인의 양심이 아닌 교리인 ‘중립’에 의해 생겨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

제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사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보다, ‘중립’이라는 단어를 더욱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런 사실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중립’으로 몰린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그렇다면 ‘중립’을 어긴 신도들은 어떻게 될까? 탈퇴자들에 의하면 병역 거부는 ‘이탈’로 간주한다. 여호와의 증인이 조직에서 구성원을 배제하는 용어는 두 가지가 있다. 제명과 이탈이다. 제명은 ‘추방한다’는 뜻이다. 침례 받은 증인이 성서의 도덕법을 어기는 일을 습관적으로 저지르면서도 회개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제명될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에는 제명에 대해 ‘증인들이 그를 멀리할 것’이라고 가르치면서도 가족간의 교류는 계속 될 것이라고 하고 있어 대외적으로는 가족 왕따를 시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탈은 제명과 처분의 기준이 같다. 그리고 처분의 수위도 같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증인을 그만두는 것을 선택했다는 의미만 다를 뿐이다. 결론은 같다. 여호와의 증인에서의 추방. 그리고 추방에 따른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제명은 곧 가족과도 이별 의미


문제는 제명처분이나 이탈처분을 받은 이후다. 여호와의 증인은 소위 ‘왕따 정책’을 취하고 있다. 제명이나 이탈자와의 연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설사 가족일지라도 문자도, 연락도, 만남도 허락되지 않는다. 탈퇴한 사람이나 지인(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이 결혼하거나 상을 당하더라도 찾아오지 않더라는 탈퇴자들의 증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입대하고 싶어도 왕따 정책 때문에 포기한다. 과거에는 이 때문에 교도소행을 택했다. 그들은 법정에서 “양심상 군대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굉장히 폐쇄적인 여호와의 증인 내부에서 자란 2세, 3세의 경우 제명이나 이탈은 곧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서의 단절을 뜻하기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여호와의 증인은 공식적으로 ‘가족왕따’에 대해서 부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또한 모순투성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여호와의 증인에 관해 자주하는 질문 중 ‘여호와의 증인은 더는 증인이 아닌 사람들과는 관계를 끊어 버립니까?’라는 질문에 “혈연관계는 지속될 것입니다. 결혼 관계를 비롯해서 정상적인 가족 간의 애정이나 교류는 계속될 것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문장만 보면 제명처분 받은 가족과의 교류를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제명된 가족구성원과는 전화, 문자 메시지, 편지, 이메일, 소셜 미디어로도 일상적인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파수대』 곳곳에서 제명 처분 당한 가족과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것을 사랑인 것처럼 포장한다. 『파수대』 2021년 9월호에서는 가족 왕따를 통해 결국에는 탈퇴했던 가족 구성원이 여호와의 증인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파수대』 2017년 10월호 ‘여호와의 징계에 존중심을 나타내십시오’ 기사에서는 제명된 가족 구성원과는 직접적인 만남 말고도 전화, 문자 메시지, 편지, 이메일, 소셜 미디어로도 일상적인 접촉을 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이렇게 여호와의 증인은 왕따를 종용한다.

탈퇴자들도 같은 고백을 한다. 제명은 곧 가족왕따라고 말이다. 대외적으로는 탈퇴한 가족과의 관계를 이어가도 된다고 관대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가족왕따’를 조장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한 탈퇴자는 “대체복무 자체가 특혜나 다름이 없는데 이것을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2020년 대체복무제가 시행된 이후 대체복무요원으로 편입된 인원 대부분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였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 군대에 다녀온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이탈’로 간주된다. 그리고 모든 관계에서 끊긴다. 이런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는 ‘개인의 양심’으로 포장되어 있다.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들의 병역 거부는 가족과의 관계를 위협하면서까지 ‘중립’을 강조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가스라이팅에 대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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