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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의 ‘비정한 결혼식’
가족과 직분, 선택의 기로에 선 가족들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4년 07월 24일 08시 30분 입력

■ 주 안에서의 하나 됨 … 신도들끼리 교제 및 결혼 강요 

■ 무활동자 결혼식 참여하면 가족일지라도 직분 포기

■ 결혼식으로 인해 무활동이나 제명된 2세, 3세 상처 이어져

 

여호와의 증인의 결혼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주 안에서의 하나 됨’이다. 하지만 이런 교리 때문에 가족 간에 관계가 깨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가족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행복을 꿈꿔야 할 결혼이, 가족까지 외면하는비정한 결혼식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에는 유독 ‘봉사’를 강조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가 숨겨져 있다. 

 

“여호와가 마련한 신성한 제도”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워치타워 온라인 라이브러리를 보면 결혼에 대해 ▲남녀가 하느님이 정하신 표준에 따라 부부로 결합하는 것 ▲여호와께서 에덴에서 승인하시고 제정하신 신성한 제도 ▲인류를 번성시키기 위한 적절한 마련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호와가 제정한 신성한 제도라는 생각이 결혼 이면에 깊이 깔려 있다. 그만큼 ‘주 안에서의 하나 됨’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끼리의 결혼을 강조한다. 심지어는 신도끼리 연애할 것을 강요한다.

이방인과의 이성교제는 비밀이다. 이성교제가 탄로 나면 가족과의 갈등은 물론 회중 안에서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이 속에는 믿지 않는 사람과 맞지 않는 멍에를 메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파수대(연구용)」 2024년 5월호에 실린 “결혼할 사람을 찾으려면” 기사에서는 적합한 배우자의 조건과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침례받은 그리스도인 중에서만 배우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침례를 받았다고 해서 다 자신과 잘 맞는 결혼 상대인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부지런히 봉사하다보면 독신 그리스도인을 만나게 될 것을 가르치고 있는 「파수대」2024년 5월호 기사

 

적합한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는 “성경은 주의 일을 많이 하라고 권한다”고 가르친다. 부지런히 봉사하며, 다양한 형제, 자매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새 힘을 얻고, 여호와를 섬기는 독신 그리스도인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논리다. 

 

탈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도 간의 결혼이 강조되고 있을뿐더러 교제를 시작할 때부터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이방인과 교제하다가 결혼하기 위해 이방인이 급하게 침례를 받게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이런 문제로 깨지는 경우도 많다. 

 

탈퇴자들은 같은 종교 안에서 교제와 결혼을 해야 차후에 종교에서 오는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고, 타 종교의 교리나 문화가 여호와의 증인 내부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탈퇴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증언도 있다.

 

결혼 후에도 배우자의 죽음과 성적 부도덕을 제외하고는 이혼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죄를 범한 사람은 음행을 통해 불륜의 상대와 한 몸이 됐기 때문에 무죄한 쪽에서 원한다면 이것을 근거로 결혼 관계를 끊을 수 있고, 다시 재혼할 수 있다. 

 

배우자의 성적 부도덕이 아닌 이유로 이혼한 경우 제명처분을 피할 수는 있지만, 회중의 모범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장로, 봉사의 종 등 특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여호와의 증인에게 결혼은 여호와가 마련한 아주 신성한 제도이기 때문에 헤어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누구나 참여해 함께 기뻐하는 결혼식”

 

여호와의 증인은 일반적으로 간단하고 품위 있는 예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예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례사다. 여호와의 증인 봉사자 중 한 사람이 약 30분 동안 한 쌍이 되는 부부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와 함께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에 성경 말씀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

지 설명한다. 

 

주례사 후에는 결혼 서약이 이어지고, 필요에 따라 반지를 끼워 주기도 한다. 이후 주례자가 두 사람이 법적으로 남편과 아내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여호와의 증인의 결혼식은 왕국회관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대부분 왕국회관에서 진행된다. 만약 예식 후 피로연이 있다면 다른 장소에서 갖게 된다. 

 

신도들끼리의 결혼이기 때문에 신도가 아닌 이방인의 참여가 엄격히 금지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왕국회관에서 결혼식이 열릴 경우라도 대게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고 한다. 
 

▲왕국회관에서 결혼식이 열릴 경우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여호와의 증인은 결혼식을 기쁨과 여호와의 영예 차원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이방인에게도 문을 열어 두고 있다. 

 

가족이냐, 직분이냐 선택 강요받는 가족들

 

여호와의 증인의 결혼식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는 있지만,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모든 사람의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탈퇴자 개인의 경험에 따라 상세한 부분은 달랐지만, 대체적으로 무활동자나 제명자의 경우 결혼식 참석이 제한된다. 가족도 어김없다. 

 

탈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직분의 유무에 따라 처분이 달라진다. 직분을 갖고 있지 않은 평신도가 무활동자의 결혼식에 참여한 것이 발각될 경우 장로들이 회의를 연다. 이후 개인적으로 충고하거나, 회중연단에서 공개적으로 충고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장로, 봉사의 종, 파이오니아(정규, 보조) 등 직분이 있는 신도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장로들이 회의를 열고 직분을 유지하게 할 것인가를 결정한 후 통보한다. 장로들과의 사이가 각별하다든가 하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해임된다고 보면 된다.

 

한 달에도 몇 번씩 연단에서 연설하고 회중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직분자가 제명자나 무활동자의 결혼식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모범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직분을 가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가족 중 무활동자나 제명자가 존재하고, 그가 이방인과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대부분의 무활동자는 탈퇴를 하지 않았을 뿐 여호와의 증인 사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방인과의 교제와 결혼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결혼식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직분이 해제되기 때문에 직분을 특권으로 여기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입장에서는 가족이냐, 직분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장로나 봉사의 종이 될 때 자기 집안을 훌륭하게 다스려야 하고, 자녀가 복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가족이 이방인과 결혼하는 것 자체가 집안을 훌륭하게 다스리지 못하고, 자녀가 부모에게 불복종한다는 증거가 된다는 이유로 직분을 놓게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호와의 증인 탈퇴자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는 결혼을 두고 고민하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무활동자로 살고 있는 신도의 자녀가 결혼을 앞두고 부모를 초대하고 싶지만, 응하지 않을 것 같아 고민하며 올린 글도 있다. 작성자는 가족에 대한 결혼식 참여만이라도 허용됐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취재 과정에서 제명을 당한 동생의 결혼식에 오지 않는 누나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누나는 결혼식 전날 동생에게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면 매형은 장로를 놓아야 하고, 본인은 파이오니아를 놓아야 한다”며 결혼식 불참을 선언했다고 한다. 

 

이 소식에 친척들도 분노했다고 한다. 결국 현재까지도 이 남매는 연을 끊고 살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한 부모는 ‘은퇴’ 등의 사유를 들어 자녀의 결혼식에 참여하고, 평전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제명자나, 무활동자 가족을 둔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결혼은 ‘축복’이나, ‘행복’이 아닌 잔혹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여호와의 증인 수뇌부는 직분과 봉사로 가스라이팅한다. 회중에서도 특권으로 포장해 수없이 봉사를 강조한다. 직분을 볼모로 가족과의 연까지 끊도록 강요한다. 가족보다 직분을 우선시하는 부모들을 보며 자녀들의 상처는 깊어져 간다. 

 

행복을 꿈꿔야 할 결혼식에서 비정한 부모의 모습을 봐야하는 자녀들, 가족이냐 직분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선 부모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 수뇌부. 주 안에서 하나 됨을 강조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결혼식에 비친 비정하고 잔혹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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