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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과 『양심의 위기』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4년 11월 27일 09시 40분 입력

■ 중앙장로회(통치체) 내부자가 밝히는 여호와의 증인의 진실
■ 성서 아닌 다수결 의한 결정과 교리 변경 과정 구체적 진술
■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객관적인 진실 확인할 수 있기를”


여호와의 증인들에게도 베일에 싸여있는 통치체(중앙장로회) 내부의 이야기. 레이몬드 프렌즈의 저서 『양심의 위기』 표지 문구가 강렬하다.

워치타워 4대 협회장의 조카이자, 통치체의 성원이었던 저자의 고백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 ‘충격’ 혹은 ‘배신감’으로 다가온 듯하다. 통치체 성원들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양심의 위기』 (출처: jw.or.kr 증인뉴스)

책을 접한 전직 여호와의 증인(탈증인)들은 시간과 재정을 들여서 판권을 구입하고, 직접 번역에 참여하며 2016년 『양심의 위기』를 한국에서 출간했다.

레이몬드 프렌즈, 그는 누구인가?

저자는 책 서두에서 자신에 대해서 길고,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여호와의 증인 골수 신도이며, 통치체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 신빙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책 전반에는 당시의 자료들로 함께 여호와의 증인과 관련된 일화들이 구체적이고 담담하게 진술되고 있다. 구체적이고 담담하기에 더욱 진실성이 엿보인다.

레이몬드 프렌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열렬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 1938년 신시내티에서 열린 대회에서 제2대 협회장 조셉 러더포드의 연설을 듣고, 본격적인 여호와의 증인의 활동에 들어갔다.

이듬해 침례를 받은 1940년부터 전 시간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미국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박해가 이어지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그대로 목도한다.

이후 웰스톤에서 특별파이오니아가 되어 전파 활동을 계속했고 1945년 “기름 부음 받은 자” 중 한 사람이 되어 푸에르토리코의 지부 감독자로 임명되는 등 열정적으로 여호와의 증인 활동을 한다.

1965년 그는 여호와의 증인이 “베델”이라고 부르는 곳 중에 중앙기관에 속하는 국제본부에 초대받아 성서사전을 편집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이 기간, 그의 믿음에 조그만 균열이 생긴다. 워치타워 협회의 가르침 중 몇몇이 성서의 정확한 해석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사이 1970년 통치체의 구성원이 7명에서 11명으로 증원되고, 레이몬드 프렌즈도 그 일원이 된다.

이 통치체는 여호와의 증인이 가진 교리를 뒷받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일부 소수가 통치체를 구성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지도와 관리를 맡고 있다.

이 시기 저자는 양심의 위기를 강하게 느낀다. 회의의 중요한 의제는 세계 각지의 회중이나 지부로부터 오는 상담 편지에 답변하는 일이었는데, 상당수는 신도의 잘못에 대해서, 제명 처분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자료가 함께 첨부되어 있는 
책의 일부분

1975년까지는 전원일치를 요구했으나 그 후로는 2/3의 찬성 의견으로 결정을 내렸다. 수혈 문제, 대체복무 문제를 넘어 은밀한 부부의 성생활까지 비집고 들어갔다.

가장 큰 문제는 성서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통치체 안에서 과거 출판물의 전통적인 기준이나 한 두명의 의견이 기준이 되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회의에 임한 성원도 졸거나,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결정된 이들의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1976년 이후, 양심에 의한 발언들로 인해 그는 조직 내에서 입지를 잃게 된다. 그리고 몇 년 후 일부 「파수대」 기사에 대해 양심에 따라 승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1981년 12월 31일 레이몬드 프렌즈는 사법재판을 거쳐 “조직을 탈퇴한 사람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제명된다.

계속되는 교리 변경 그리고 진실

설립자 럿셀은 1874년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게 재림했으며, 1914년 아마겟돈 전쟁이 일어나 세상 권력이 멸망하고 천년왕국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대 지도자 러더퍼드도 1925년과 1975년 종말을 예언했지만, 모두 불발로 끝났다. 하지만 통치체는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1914년 천년 왕국이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마지막 때에 대한 표징을 본 세대가 지나가 버리기 전에 아마겟돈이 온다고 했는데, “이 세대”의 기준이 (1914년 당시 기준으로) 15세 이상인 자들이었다가, 14만 4000명의 특별한 여호와의 증인들을 가르키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한 연대 계산을 지속해서 틀렸고, 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통치체 회의를 통한 교리 변경만 있을 뿐.

실제로 『양심의 위기』를 읽은 탈증인들도 비슷한 지점에서 통치체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양심의 위기』에는 마지막 때, 수혈, 대체복무, 중립 등 커다란 문제에서부터 부부간의 성행위 등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교리와 지침 변경 과정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리고 이 변경에 대해 생겨난 부작용들에 대한 통치체 성원들의 무책임한 모습도 보인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 통치체 성원들은 성령의 특별한 인도를 받는 신비한 존재로 교육되고 인식되는데, 책을 통해 자신들의 틀린 주장에 대해 변명거리를 찾는 모습이나, 의제나 회의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가 책을 통해 고스란히 증언됐다. 통치체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자, 객관적인 눈을 갖게 됐다.

한 탈증인은 “종말과 관련된 교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도, 회중의 장로들에게는 답변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었다”며 “『양심의 위기』를 접하게 되면서 계속 변경되는 종말의 시기 등 틀린 교리에 대한 변명거리를 찾고, 또한 이를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하는 통치체 성원들을 보게 됐다”며 “그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다른 탈증인은 “통치체는 하느님의 말씀의 유일한 통로로 믿고 있었고, 그들은 하느님 영의 인도를 받아 만장일치로 모든 사안을 결정하고 양식을 베푼다고 배워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책의 내용을 보면 사안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채 다수결로 결정하고, 회의가 진중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공감 능력 없이 사심으로 판단하여 제명 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시간이 지나 교리를 수정하면서 충분한 설명도 없는 상태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진리냐는 깊은 의문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도 네이버 카페 <여호와의 증인 카페>에는 『양심의 위기』를 읽은 신도 혹은 탈증인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양심의 위기』가 담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수뇌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감정이 섞이지 않은 담담한 기술이 여호와의 증인과 이를 이끌어 가는 조직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 무는 의문에 실마리가 되길

『양심의 위기』를 접한 신도들에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충격’이었고 ‘혼란’이었다. 혹은 의문에 대한 ‘확신’이었다. 신념이 깨지고, 자신이 믿고 있던 조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몇 탈증인들과 현역 신도들이 한국어판 출판에 나섰다. 조직이 대답해 주지 않는, 혹은 회피하고 있는 신도들의 질문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재정으로, 또한 번역 등 재능기부로 보탰다. 어렵사리 판권을 얻게 되었고, 종이책 출판까지 할 수 있었다. 이후 발송까지 『양심의 위기』를 한 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심의 위기』 헌정 홈페이지 대문화면

 

레이몬드 프렌즈가 직접 경험했던 조직과 내부의 진실을 알리고, 통치체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것처럼 여호와의 증인이 하느님의 유일한 지상통로인지, 조직의 지침에 따라 겪는 사회적, 개인적 희생이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조직을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는지 직접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해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앞으로 종이책으로 얻은 수익과 카페 회원 등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양심의 위기』 2쇄를 출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끊겨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독자들이 여호와의 증인을 탈퇴하든, 탈퇴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저 책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고, 개인의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양심의 위기』 한국어판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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