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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 지우지 못하는 만민중앙교회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5년 04월 28일 09시 29분 입력

■ 사망했지만, 여전히 권능이 필요한 만민중앙교회
■ 이재록 책 읽으며 영성 높여 … 골수 신도 탈퇴 막는 ‘꼼수’인 듯
■ 교세 감소 막을 길 없어 이재록 신격화 계속 ‘전망’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이 2023년 12월 31일 사망했다. 직무대행으로 만민중앙교회를 이끌던 이수진은 두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위임목사 취임감사예배를 통해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만민중앙교회 당회장으로 등극한 그였지만, 여전히 이재록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록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 것인지, 지우지 못하는 것인지 이재록의 흔적을 최대한 남겨두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계속 치유를 보여줘야 한다

만민중앙교회에서 이재록은 여전히 ‘신’으로 남아 있는 모양새다. 이재록은 자신을 ‘성령’, ‘목자’라고 지칭했고, 죽음도 피해 간다고 했다. 그런 그가 지병으로 사망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만민중앙교회는 이재록의 신격화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만민하계수련회에서 권능의 손수건을 들고 기도하고 있는 이수진의 모습(출처 :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

 

여전히 이수진의 손에는 권능의 손수건이 들려 있다. ‘권능의 손수건’은 만민중앙교회가 신도들을 현혹하던 주된 방법이었다. 자신이 금식만 하고 기도만 하면 아팠던 몸이 낫는다며 ‘치유사역’을 시작했던 이재록이었다.

이재록이 수감돼 치유의 권능을 직접 보여줄 수 없게된 만민중앙교회는 그가 손수건에 안수하고 안수 받은 손수건을 아픈 부위에 갖다 대기만 해도 병이 치료된다고 세뇌했다. 여전히 만민중앙교회는 손수건을 손에 들고 기도한다.

무안단물은 권능의 손수건과 함께 이재록의 치유도구였다. 2020년 수질 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고 폐공 됐지만, 조경용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켰다. 3월 2일 무안만민교회에서는 권능의 무안단물 25주년 기념 감사예배를 진행했다.

 

▲이재록의 육성 기도를 들을 수 있는 자동응답서비스 안내문(출처 :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에서는 자동응답서비스를 통해 이재록의 기도를 들을 수 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이재록 육성이 녹음된 기도를 받을 수 있다. 아니 기도를 들을 수 있다.

자동응답서비스에는 ▲10번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 ▲20번 운전을 위한 기도 ▲30번 3분 설교 ▲40~43 환자기도 ▲50, 60번 찬양 ▲70번 하루를 마치는 기도를 들을 수 있다. 이미 사망한 이재록에게 기도를 받는 아이러니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재록 저서로 영성 성장 도모?!

최근 만민중앙교회는 제1차 전 성도 영적 성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전 성도를 대상으로 영정 성장을 위한 훈련을 마련했다. 문제는 여기서도 이재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만민중앙교회는 영적 성장을 위한 교육 차원으로 ‘원로목사님 저서읽기’를 제시하고 있다. 이수진이 당회장에 오르기 전에는 ‘당회장님 저서읽기’로 운영됐다. 올해는 『내 이름으로 주시라』,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것은』, 『지혜』,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죄와 의와 심판에 대하여』,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등이 제시됐다. 이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 관리 프로그램도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록은 죽었지만, 신도들의 마음 속에서 그의 흔적을 지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원로목사님 저서 읽기 안내배너(좌)와 관리 프로그램(우)(출처 :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

 

기성교회에서 대부분 성경 통독, 특별집회,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성경이 아니라 이재록의 책을 읽으면서 ‘영정 성장’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영적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재록의 가르침을 교인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벼랑 끝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의 상습 성폭행과 징역형으로 만민중앙교회의 교세는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록의 구속 전과 구속 후인 2018년과 2021년 요람의 부목사, 장로의 수만 단순 비교해봐도 교세는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37명이던 부목사 수는 2021년 54명으로, 장로는 179명에서 115명으로 대폭 줄었다.

2023년 연말, ‘죽음이 피해 간다’고 했던 이재록이 사망하면서 허탈감에 빠진 신도들의 탈퇴 속도는 더욱 빨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록의 사망 직후 주일이었던 2024년 1월 7일 주보를 보면 장로 71명의 명단이 있었지만, 2025년 1월 5일 주보에는 장로 61명의 명단만 존재할 뿐이었다. 약 1년 동안 약 10명 정도의 장로가 줄어든 것으로, 만민중앙교회의 급격한 교세 감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급격한 교세 하락 속에서 이재록은 놓으려야 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수진 체제를 공식화했지만, 흔들리는 신도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골수 신도들의 탈퇴를 막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 이재록의 권능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만민중앙교회의 속사정이다.

실제로 2024년 2월 24일 열린 취임감사예배에서도, 하나님께서 목자의 길을 가라 하신다. 목자님(이재록)도 나를 대신해 이 일을 감당하라 하셨다면서 “목자님이 이루셨던 사역들을 이어 나가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신도들을 향해 이수진 자신이 이재록을 잇고 있다는 정통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재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재록이 2023년 12월 31일 사망했다. 그의 아내이자 만민중앙교회 부설 만민기도원 원장 이복님이 올해 1월 19일 사망했다. 만민중앙교회의 두 축이 무너진 셈이다. 1세대들이 떠난 자리를 메울 방법이 없어 보이는 만민중앙교회. 교세 감소도, 이재록 신격화도 멈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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