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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 수정한 여호와의 증인의 사정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5년 12월 17일 09시 31분 입력

■ 장로, 봉사의 종 재검토 사유에서 가족 고등교육 삭제
■ 제명된 ‘가족’서 ‘성인가족’으로 문구 변경
■ 노르웨이 등 유럽서 제기되는 문제 영향준 듯

여호와의 증인이 2025년 9월 장로 지침서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를 개정했다. 특히 장로, 봉사의 종 자격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관해 서술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같은 변화는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의 인권 침해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봉사의 종 재검토 사유에서 ‘고등교육 문제’ 통째로 삭제

여호와의 증인은 이번 개정을 통해 장로 혹은 봉사의 종 가족의 고등교육 문제를 재검토 사유에서 통째로 삭제했다. 2024년 판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에서는 임명된 형제의 자격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자녀의 고등교육 문제’를 명확히 지침했다.

 

▲봉사의 종 재검토 사유에 고등교육이 들어간 2024년 판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

 

2024년 판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는 “임명된 형제나 그의 아내, 자녀가 고등교육을 추구하는 경우, 그 형제는 자신의 삶에서 왕국 권익을 첫째로 두고 있음을 생활 방식을 통해 나타내고 있습니까? … 그는 고등교육의 위험성과 관련하여 충실한 종이 발행한 내용에 대해 존중심을 갖고 있습니까?”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형제나 그의 가족이 고등교육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들은 신권적 목표를 갖고 있습니까? 교육을 추구하느라 집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일이나 야외 봉사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일, 또는 그 밖의 신권 활동을 하는데 지장을 받고 있습니까?”라고 확인 사항을 적시했다.

여호와의 증인 내부에서 사용할 용도로 배우는 고등교육이 아니라면, 가족의 고등교육은 장로나 봉사의 종 자격을 박탈 당하는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이 때문에 개인차가 다소 존재 하지만 자녀의 고등교육을 반대하는 장로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문제는 노르웨이 정부가 여호와의 증인의 법적 인가를 취소하면서 부가적인 근거로 언급한 바 있었다.

제명된 ‘가족’에서 ‘성인 가족’ 변경

여호와의 증인은 제명되거나 이탈한 가족 구성원과 한집에서 사는 것을 교리적으로 막고 있었다. 소위 ‘배척 관행’, ‘왕따 교리’라고 하는데, 제명되거나 이탈한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그들이 회개하고 돌아올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논리다.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 2025년 판을 내놓으면서 이 관행을 다소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판에서는 임명된 형제의 자격을 반드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탈한 가족이 집으로 들어와 살도록 허락하는 경우를 들었다. 그러면서 “한집에 사는 가족 특히 친형제자매에게 영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그 형제의 결정이 회중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2024년 판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

 

이와 관련하여 2025년 판에서는 회중에서 내보냈거나 이탈한 ‘성인’ 가족을 자기 집에서 함께 살도록 허락하는 경우로 수정됐다. ‘성인’이라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계속 제기되고 있는 아동 학대 관련 문제를 피해 가려고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판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

 

게다가 2024년 판에서는 열 가지 이상의 확인 사항을 나열했던 것과는 다르게 2025년 판에서는 “고린도전서 5:11의 권고를 존중하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한집에 사는 가족에게 영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의 ‘배척 관행’이 계속 문제로 대두되자, 강제성이 없다는 뉘앙스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법적 인가 보존 위한 고육지책

여호와의 증인은 수혈 금지, 국가 부정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리로 인한 배척 관행으로 인한 인권 침해, 아동 학대 등의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여호와의 증인에서 이탈하거나 제명당하면 모든 관계에서 단절된다. 더욱이 미성년자가 제명당한 후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사회적인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고등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제명 후 홀로서기란 여간 쉽지 않다.

노르웨이 정부는 2022년 1월 여호와의 증인의 제명 처분으로 발생된 인권침해를 이유로 종교 인가와 보조금 취소를 감행했다. 이에 여호와의 증인은 소송을 냈고, 2024년 3월 4일 오슬로 지방법원은 여호와의 증인의 패소를 판결한다.

2025년 3월 1일 보르가팅 항소법원이 1심의 결과를 뒤집는다. 여호와의 증인의 관행이 탈퇴자들의 가정 파탄과 사회적 고립 등 심각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유로운 탈퇴권을 침해할 만큼 “충분히 부당한 압력”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 대처 사이트 ‘avoidjw’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감정적, 심리적 조종이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강압적일 수 있다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항소심에서는 이겼지만, 여호와의 증인 입장에서는 이번 법적 분쟁이 꽤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교리들이 수정되지 않으면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와 비슷한 종교법을 가진 국가에서 법적 인가를 취소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덴마크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의 이혼과 배척 관행으로 인해 종교공동체법이 개정됐고, 영국에서는 현직 의원이 의회 석상에서 여호와의 증인을 컬트로 지칭하는 등 배척 관행과 범죄 피해자의 침묵 강요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뜻이다.

종합해 보면 보조금 등 법적 인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교리 변경의 배경에 깔려 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에는 사과는 커녕 꿈쩍하지도 않았던 여호와의 증인 수뇌부가 사탄으로 인식하는 세상 정부가 주는 ‘돈’과 ‘권리’를 위해서 교리를 변경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은 여호와의 증인과 수뇌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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