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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지 은혜로교회 문제 대처 부실로 원조 삭감 ‘경고’
미 시민권자 4명 탈출 사건 계기 … 강경한 조치 실현될까?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6년 02월 20일 08시 53분 입력

미국 정부가 피지의 세계 인신매매 지수를 최하위로 강등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유는 은혜로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그레이스로드그룹(대표 김정용, GR그룹)에 대한 안이한 대처 때문이다.

「피지타임즈」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OCCRP(Organized Crime and Corruption Reporting Project, 탐사 저널리즘 단체)에 보낸 성명에서 GR그룹과 관련된 초국가적인 조직범죄와 인신매매 징후는 물론 피지에서 의심되는 기타 인신매매 및 인신 관련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피지를 향해 미국이 세계 인신매매 지수를 최하위로 강등하겠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을 다룬 「피지타임즈」

 

이번 경고는 2024년 말,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은혜로교회 신도 4명이 탈출한 사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 국무부는 2025년 9월 말,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GR그룹을 처음으로 지목했다. 피지에 있는 GR그룹 소속 300여 명의 구성원들이 인신매매로 의심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보고였다. 이들이 겪고 있는 학대에는 휴일 없는 과도한 강제 노동, 신체적 폭력, 여권 압수, 임금 미지급 등이 포함돼 있다.

만약 미 국무부가 요구한 “결정적 조치”가 없다면 세계 인신매매 지수 강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수밖에 없다. 기한은 올해 3월 말까지다. 피지 정부 입장에서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지타임즈」는 “피지가 3등급 국가로 지정되면 미국의 모든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미국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같은 금융기관에 피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피지 정부도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티베니 라부타 총리는 법무부, 경찰청, 이민부, 재무부가 참여하는 ‘부처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가적 차원에서 방향을 제시할 의지를 밝혔다. 이에 발맞춰 피지 이민부 장관도 인신매매 등과 관련된 담당 부처, 기관 대표들을 차례로 면담하고 나섰다.

특히 빈곤 감소와 경제 성장 촉진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원조 사업 Millennium Challenge Corporation(MCC) “콤팩트 프로그램”에 피지를 포함하려는 계획이 철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대한 해외 원조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MCC협약은 피지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떻게든 해결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가능하다.

GR그룹은 지속적으로 피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피지 서부 지역에 60실 규모의 호텔 개장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의 경고에 따라 피지 정부가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지, 이 조치가 은혜로교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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