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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재판이 남긴 흔적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6년 07월 06일 09시 00분 입력

■ 노르웨이 정부 vs 여호와의 증인 보조금, 등록취소 등 둔 소송전 

■ 1심 정부가 이겼지만, 항소심, 대법원에서 종교의 자유 침해 인정 

■ 여호와의 증인, 재판에 유리하도록 여러 교리 및 관습 수정 ‘의혹’ 

 

보조금 지급과 종교단체 등록 취소를 감행했던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여호와의 증인이 낸 소송이 여호와의 증인 측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표면상으로는 보조금 및 종교단체 등록의 문제였지만, 사실상 종교의 자유와 아동·제명자의 인권 보호가 정면충돌한 사건이었다. 

 

소송 과정에서 여호와의 증인은 문제가 됐던 교리와 관습을 수정했고, 이 같은 변화가 영적 깨달음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법적 리스크 관리 ▲유럽 인권 환경 대응 ▲보조금 회복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 타임라인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슬로 주정부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국가 보조금 지급을 거부하면서다. 오슬로 주정부는 ‘셔닝shunning’, 이른바 왕따 정책이 탈퇴를 어렵게 만들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미성년자에게 심리적 압박과 사회적 통제를 가한다고 봤다. 

 

이어 2022년 12월, 여호와의 증인의 종교단체 등록을 공식 취소한다. 이는 곧 국가 보조금 중단, 국가 공인 종교단체 지위 상실, 법적 혼인 주례 권한 상실을 의미했다. 여호와의 증인 측이 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1월 재판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탈퇴자들은 가족 단절,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같은 해 3월 4일 오슬로지방법원은 정부 측에 손을 들어줬다. 보조금 거부와 등록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항소했고 ▲교리 오해 ▲절차상의 오류 및 증거 부족 ▲헌법 및 인권 침해 ▲국가 개입의 정당성 없음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2025년 3월 14일 보르가르팅항소법원은 1심을 뒤집는다. 그러면서도 단절 관행과 이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결과는 인정했다. 이어진 대법원에서 2:3으로 같은 판결이 나면서, 소송전은 여호와의 증인 측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 대처 사이트인 AVOIDJW는 “왕따 정책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판결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할 법적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평가하며 “왕따 정책이 건강하고 무해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교리 변경은 없다는 2022년 중앙장로회 보고 제8보 (출처: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교리, 관습 완화한 여호와의 증인 

 

1심 재판 직후인 2024년 3월 15일 ‘2024년 중앙장로회 보고 제2보’가 업로드된다. 여호와의 증인이 강하게 고수하고 있던 제명 정책과 복장 규정에 대한 완화를 암시했다. 이어 『파수대』 8월호에 완화된 정책이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종전에 단 한 번의 사법위원회로 결정된 제명을 여러 번 만나 제명에 대해 논의하도록 했다.  

 

또한 제명자에 대해서도 길게 대화를 나누거나 교제하지는 않지만,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 제명자가 죄를 깨닫고 회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인 왕따를 시켜 왔던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아울러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사법위원회가 열릴 때, 보호자와 동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워치타워 온라인 라이브러리에 실린 『파수대』2024년 8월호 기사 목록

 

이뿐만 아니라 ▲봉사의 종 재검토 사유에서 가족의 고등교육 문제 삭제 ▲제명된 ‘가족’에서 제명된 ‘성인 가족’으로 문구 변경 ▲자가수혈 허용까지, 재판 기간 동안 문제가 됐던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 및 관습들이 완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내용과 시기가 지나치게 겹친다. 
 

▲제명된 가족(좌)에서 제명된 성인 가족으로 변경된 2025년 판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우)

 

압력은 됐지만, 핵심 교리는 여전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노르웨이에서의 재판이 여호와의 증인에게는 많은 부분 압력이 됐던 것으로 평가된다. 오슬로 주정부가 제기한 미성년자 제명, 왕따 정책을 비롯한 인권 문제 등의 부분에서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명 정책과, 제명자 혹은 이탈자에 대한 거리두기가 존재하고, 공동체 내부에서 운영되는 사법위원회와 이를 통한 징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핵심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재판은 마무리됐고, 여호와의 증인은 종교단체로서의 지위와 보조금 등의 이익을 회복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여러 교리와 관습이 완화되거나 수정됐다. 여호와의 증인 수뇌부의 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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