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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 2세와 학교생활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6년 07월 20일 08시 24분 입력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고, 또래와의 생활을 통해 사회를 미리 경험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간관계를 습득해 나간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이다. 네이버카페 <여호와의 증인 카페>를 이용하는 탈증인(여호와의 증인 탈퇴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들이 겪는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짚어봤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 이미지(ChatGPT)

 

같은 학교, 다른 세계

탈증인들은 학교생활에 대해 같은 나라에 살고,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혼자 다른 세계에 속한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여호와의 증인의 세계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호와의 증인은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사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부의 권위를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정부에 대해 “세상의 통치자는 여호와의 주권에 대항하는 으뜸가는 반역자인 사탄 마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투표나 군복무 뿐만 아니라 국기에 대한 경례, 태극기 그리기 등의 행동을 하지 못한다.

문제는 학교에서다. 모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거부해야 하고, 애국가를 부를 때도 입을 꾹 닫고 있어야 한다. 태극기를 그릴 때도 그리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과 또래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괜히 목을 긁적이거나, 입을 뻐끔거리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는데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는 것이 탈증인들의 증언이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는 더욱 곤욕이다. 친구 관계까지도 위협을 받는다. 여호와의 증인 가정은 이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 가정 내에서야 그럴 수 있다 할지라도, 학교생활에 있어서 자신의 생일도 챙기지 않고, 친구의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학교생활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증언이 나온다. 닉네임 퐈이아플라이는 “생일을 축하해주는 친구의 마음을 온전히 고맙게 받을 수 없고, 그 친구에게 보답도 할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체벌이 가능했던 과거의 경우 종교적 신념 혹은 강압에 의한 행동임에도 매를 맞거나 심하게 혼이 난 경험들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네니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탈증인은 “지금은 성인이 됐지만, 초등학교 때 생일을 지키지 않는 것 때문에 친구 생일 선물을 안 사왔다고 선생님이 벌을 내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더 큰 후에는 알아서 잘 대처하겠지만, 부모님이 전부인 초등학생 때는 학교생활이 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종교적 신념 혹은 세뇌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불안함, 체벌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압박까지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에게 학교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좁아지는 인간관계

많은 여호와의 증인 부모들은 같은 종교를 갖고 있는 친구들과의 교제만을 허락한다. 여호와의 증인 청소년들은 어릴 적부터 “이방인 친구와 놀지 말라”는 말로 인해 마음대로 놀거나, 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이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닉네임 크레용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전혀 어울릴 수 없었다”며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거나, 놀러 가는 일도, 친구들과 SNS로 채팅을 하거나 같이 게임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메신저를 검사하고, 부적절한 내용이 있으면(본인이 적은 것이 아닐지라도) 여호와의 증인 장로들에게 알려 해당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조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 이미지(ChatGPT)

 

표면적으로 나쁜 친구를 사귀면 품행이 나빠지게 되기 때문에 친구 관계를 조심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청소년들의 봉사(포교활동)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 자녀들은 중학생만 돼도, 미침례 전도인으로 전시대 봉사를 하거나, 호별 방문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심한 경우 학교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여호와의 증인 자녀들끼리 내부결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호와의 증인 청소년들이 전시대 봉사나 가가호호 방문 때 친구들과 마주칠까봐 걱정하는 이야기와, 이 때문에 인간관계가 깨지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었다.

가기 싫은 죽음의 기념식, 가고 싶은 수련회

여호와의 증인은 부활절이 아닌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부활절이 성경에 근거한 날이 아니며, 예수가 “나를 기억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로 꼽는다. 이 시기는 학교에서는 수련회나 현장학습 등을 많이 간다. 일정이 겹칠 경우, 여호와의 증인 자녀들은 수련회에 참여할 수가 없다.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년 초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친해질 수 없는 여호와의 증인 자녀들의 새 학기 출발은 썩 좋지 않다. 학교 측에서 부모와의 통화를 통해 설득을 시도해 보지만, 강경한 부모들은 결국 수련회 등에 보내지 않는다. 닉네임 익명1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아예 안 생길지 의문이고, 종교 때문에 학급 반장도 포기하고 무엇을 해도 남들보다 밑바닥 같기만 하다”면서 “어릴 적부터 종교로 인해 생긴 불안과 결핍은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같고, 평생 못 고쳐질 것 같다”고 심리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여호와의 증인 가정의 이야기는 아니다. 강경함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어려움이기도 하다. 종교라는 이유로, 청소년들을 세뇌하고,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격으로 보인다. 탈증인들은 결국 성인이 되더라도 사이비 신도가 되거나 정신 혼란, 자살 충동, 사회부적응 등을 경험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여호와의 증인 교리와 관습, 압박이 어른이 된 많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탈퇴자들이 왜곡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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