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작게보기
페이스북
한기총 이단 재검증, 가능할까?
이용규 기자 aftereli@naver.com
2015년 05월 11일 14시 18분 입력

다락방, 평강제일교회의 이단성 문제를 재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기총)가 재론 절차를 차근히 밟고 있다. 이단검증특별위원회(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세웠다. 한기총의 진정성과 권한에 여전한 의구심을 품고 있는 주요 교단에 전문위원을 파송해 달라 했다. 이단해제를 밀어붙였던 홍재철 전 대표회장 때와는 외양상으론 분명 다르다.

재검증, 권한과 진정성 필요해

이단 문제로 한기총에 등을 돌린 교단이나 교계의 입장은 한기총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해 미온적인 편이다. 해결되지 않은 두 문제 때문이다. 한기총 재검증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 큰 줄기가 있다. 하나는 ‘권한’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성’이다.

한기총은 홍재철 목사가 재임한 2013년, 가입 교단이 이단으로 결의한 다락방과 평강제일교회를 ‘이단성이 없다’고 규정해버렸다. 교단과 교계가 일제히 한기총을 비판했지만, 한기총은 ‘한국교회 대표기구로서 이단 규정 및 해제 권한이 있다’고 버텼다.

▲ 한기총이 교단의 동의 없이 이단을 해제하자, 신학대학교수들은 "한기총은 교회연합기구로서 이단 규정 및 해제할 권한은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한교연)은 “기독교연합기관이 이단 및 사이비임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전했다. 예장통합은 “한기총이 여러 교단의 결의를 무시하고 이단을 해제하여 한기총과 한교연이 분리됐다”며 “한교연과 긴밀하게 협조”해주길 요청했다. 기감에서는 “(한기총 이단문제로) 정통교단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부탁했다. 이단 규정 및 해제는 교단 고유의 목회적 권한이라는 것이 교계 다수의 입장이다.교단들은 한기총을 탈퇴했다. 교계에선 무늬만 대표인 이단옹호집단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영훈 목사 체제로 바뀐 한기총은 재검증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기총이 객관적으로 이단문제를 평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어떻게 교단의 이단결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처리할지 의문부터 제기됐다.

진정성과 권한에 대한 쟁점은 한기총 공문에 대한 회신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답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기총은 작년 11월, 250여 교단과 단체, 신학교 등에 공문을 발송해 다락방과 평강제일교회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았다. 이의신청하면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교계의 답신에는 재검증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를 해석한 한기총 이대위 보고서는 ‘역시나’ 개혁의 의지는 없다는 평가를 받게 만들었다.

정당성 없고, 믿기도 어렵고

먼저, 권한 문제. 한기총에 이의를 제기한 교계 입장의 골자는 ‘한기총은 이단 규정 및 해제의 권한이 없다’ 이다. 172인의 신학대학교수는 “재심 자체가 혼란을 가중시키므로 한기총 이단해제는 재심이 아니라 원인 무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번째, 진정성. 이대위는 ‘류광수 목사 및 고 박윤식 목사의 재심’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보고서는 이단해제를 주도했던 이건호 목사, 김만규 목사, 예영수 목사, 정학채목사 등이 작성했다. 이대위는 172인의 신학교수들의 질의를 “허무맹랑한 괴문서”, 한국교회연합의 질의를 “한기총을 무단 이탈한 불법 단체”로 비하했다.

교단의 요청도 무시했다. 예장통합의 이의는 “한기총을 음해하는 이단감별사들의 주장”, 기감의 이의에 대해선 “(기감은) 이단교단에 포함” 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대위는 다락방 류광수 목사와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를 “한국 교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훌륭한 목회자”라고 평가했다.

밀어붙이는 한기총, 검증은 가능한가

권한과 진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기총은 재검증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한기총 내부에서도 잡음이 있지만, 이영훈 목사의 의지가 분명하다는 분위기다. 한기총은 지난 2월 27일 임원회에서 오관석 목사(하늘비전교회 원로)를 위원장으로 세워 이단검증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대위원장으로는 박중선 목사(예장합동진리)가 임명됐다. 3월 21일에는 예장통합, 합동, 백석, 고신, 기감, 기성, 기침, 기하성, 그리스도교회협 등 9개 교단에 공문을 보내 전문위원을 파송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 한기총은 제26-2차 임원회에서 오관석 목사를 검증위원회 위원장으로 세웠지만, 적절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출처: 한기총 홈페이지)

곧바로 지적이 나왔다. 검증위원장 오관석 목사와 이대위원장 박중선 목사의 이단옹호전력 때문이다. 오 목사는 『한국교회의 새물결과 김기동 목사』(2009)라는 책에서 김씨의 설교를 “깊이 파서 생수가 터지는 말씀”, “영감이 있고 깊이 있는 경지의 말씀”이라고 평가한 적 있다.

그해, 5월 오 목사가 성락교회 크리스천세계선교센터 입당감사예배에서 설교했다는 보도가 있다. 박 목사의 경우, 성락교회로부터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이단에서 해제하려 한 정황이 적발됐다. 한기총이 재검증하는 다락방은 성락교회와 교리가 유사하다.

한기총의 전문위원 파송 요청에는 반반인 분위기다. 4월 10일까지 보내달라는 공문에 예장통합, 합동, 고신을 제외한 5개 교단이 전문위원을 파송했다. 전문위원을 보내지 않은 3개 교단은 한기총의 이단문제로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이다. 만약 이들 탈퇴교단이 검증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기총은 재검증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검증위가 구성되고 재검증이 이뤄지더라도 권한의 문제는 상존한다. 172인의 신학대학교수 대표 허호익 교수(대전신학대학교)는 “문제는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이다. 이단문제로 탈퇴한 교단이 검증위원회에 참여한다면 이단해제 결정이 취소되지 않겠나. 그렇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권한의 문제는 남아있다. 교회연합기관은 각 교단의 이단규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종전 한기총의 결정을 원인무효하고 더 이상 이단을 규정하거나 해지하는 일은 한기총이 하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한기총에 대한 한 줄기 기대가 ‘역시나’로 끝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소리들이 많다.
 



< 저작권자 © 현대종교.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