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작게보기
페이스북
법조인이 바라본 이단사이비 문제
김보라미 변호사 인터뷰
조믿음 기자 jogogo@hanmail.net
2016년 10월 14일 17시 32분 입력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이단 연구가나 피해자는 물리적 테러를 감수하고 대처의 전면에 나서야 했다. 물론 지금도 간헐적으로 폭행 사건이 발생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단사이비의 대응도 변했다. 소송으로 피해자나 이단 대처사역자들을 압박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한농복구회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몇 년간 30여 건의 이단사이비 관련 재판을 맡아 피해자들 편에 섰던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나눔)를 만났다. 김 변호사는 종교인이 아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법조인은 이단사이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졌다. 김 변호사를 만나한 시간 가량 이단사이비 문제에 대한 의견과 조언을 들었다

모욕과 명예훼손으로부터 피해자 보호해야

모욕과 명예훼손은 이단사이비 관련 사건의 대부분을 이룬다.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사건은 일반 모욕, 명예훼손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보라미 변호사는“일반적인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저지르는 사람 중에는 피해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악플러를 예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악플러들은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당위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단사이비 사건은 진짜 피해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단사이비 단체는) 피해자들의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단체가 그런 점에서 예민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보장되어야

‘이단’이라는 표현은 태생적으로는 가치중립적 용어지만 현시대, 특별히 교회 안에서는 부정적 가치판단이 내재된 용어다. 이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자체로 법적인 문제제기를 한 단체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종교적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

김보라미 변호사는 “악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라면 넓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전한 비판은 범람하는 사이비 종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교주의 영생불사나 시한부종말론 등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피해가 발생하는데, 비판하는 목소리를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허무맹랑한 주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도 문제이지만, 기독교의 건전성 확보도 필요

이단은 차치하고 사이비는 종교를 빙자한 사기집단으로 인식된다. 비뚤어지고 체제 저항적 믿음은 언제든지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다. 옴진리교(교주 아사하라쇼코)의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인민사원교주 짐 존스 신도들의 집단 자살, 이단 대처 사역자 살해, 테러 등 사이비 종교 근절을 위해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대한 민국에서는 현행법상 사이비 종교를 제재할 수 없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사이비 종교라도 ‘종교’라는 이름으로 헌법상 보호를 받는다”고 전한다. 김 변호사는 사이비 종교 대처는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특별히 한국교회의 자체 정화가 이루어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이단사이비 단체로 넘어간 신도 대부분이 개신교인이라는 사실은 개신교가 그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개신교가 사회 지도층 역할을 충실히 해야, 가령‘A 단체는 이단사이비이니 미혹되지 마십시오’라는 말이 공신력을 얻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개신교 목사 양성 과정, 그중에서도 무인가 신학교를 문제 삼았다. “이○○목사 사건(편집자 주: 본지 2015년 1월 ‘신천지 위장교회 폭로한 신대연 관계자 승소’기사 참조)을 진행하며 무인가 신학교를 통해 자격 없는 목사들이 양산되고 심지어 여러 노회에 중복 가입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설교를 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교회의 지도자로 세워져 정통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는다면 이단사이비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판례가 모이는 과도기적 단계

이단사이비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A를 고소해 무죄판결이 나와도, 같은 건으로 B를 고소하기도 한다. 시간 뺏기, 돈 뺏기 전략임을 알지만 딱히 대응 방법이 없다.

김 변호사는 “종교적인 표현을 높은 수준으로 보장해 주는 판결이 일관되게 나온다면 이단사이비의 무차별적인 소송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단사이비 관련)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사건 수는 많아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길지 않다. 지금은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판례들이 모이는 과도기적 단계다. 때문에, 하급심이 일관된 판단을 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보라미 변호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기적인 싸움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현행법상 격한 표현은 조심하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며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처활동을 하셨으면 좋겠다. 너무 고생하니까”라고 안타까워했다.



< 저작권자 © 현대종교.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