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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명환 소장 다시 읽기 “한국 신흥종교의 교리적 특징”(上)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18년 03월 21일 18시 41분 입력

탁명환 소장이 하나님의 품에 안긴 지 벌써 2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탁 소장의 삶과 사역을 폄하하려는 이들이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앞장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아가며 일하는 선각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뒤를 쫓으며 끊임없이 평가하고 비판하는 평론가들이다. 탁명환 소장은 선각자였다. 선각자의 삶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만약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을 위해 실패할 경우의 수를 하나 줄여주었으니 성공적이고, 뜻을 이룬다면 다른 이들이 그 길을 따라올 것이니 역시 성공적이다. 탁명환 소장과 현대종교에 대한 이단들과 이단옹호자들의 비난이 사후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은, 아직도 탁 소장과 현대종교의 사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탁명환 소장 다시 읽기”를 통해, 오늘날 사회와 교회가 씨름하는 이단사이비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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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眞理)와 교리(敎理)

 

▲탁지일 교수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신흥종교 단체들이 내세우는 교리는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제가끔 자기네 교리가 으뜸가는 진리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신흥종교의 교리를 연구하고 한꺼번에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며 다시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러나 겉보기에 상이한 것 같은 신흥종교의 교리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이 공통점을 살핌으로써 우리는 신흥종교의 미로를 헤칠 수가 있다. 신흥종교의 기본교리에서 보는 첫째 공통점은 교리의 혼합주의(混合主義; Syncretism)이다. 불교나 기독교 등의 기성종교가 그들 나름대로 독특한 교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반하여 많은 신흥종교가 혼합적인 성격을 보이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천도교의 <유불선합일(儒佛仙合一)> 사상이다. 이돈화(李敦化)의 천도교 창건사를 보면 <오도(吾道)는 원래 유(儒)도 아니며, 불(佛)도 아니며, 선(仙)도 아니니라. 그러나 오도는 유불선합일 이니라. 즉 천도는 유불선이 아니로되 유불선은 천도의 한 부분이니라.> 유불선합일을 표명하는 단체는 무수하게 많다. 삼법수도교화원(三法修道敎化院)등 물법계와 증산계의 대부분, 대종교, 갱정유도(更正儒道; 일명 일심교), 각세도(覺世道)등에서도 혼합 사항을 얼른 발견할 수가 있다. 신흥종교에 있어서 윤리는 유교적, 의식(儀式)은 불교적, 수도 방법은 도교적(道敎的)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둘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가시적(可視的)인 지상천국 혹은 현실적인 극락세계관이 강하게 나타나는 점이다. 동학의 <후천(後天)5만년>, 강증산의 <후천개벽사상>, 계룡산 새일수도원의 <지상천년왕국>, 세계일가공회의 <통일평화세계>, 대전 광명대도의 <죄인없는 광명세계>, 용화교의 <후천용화선경>, 朴泰善(박태선) 信仰村(신앙촌)의 <천년왕국> 등도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지상천국이나 극락을 제시하는 것이다. 종교라는 것은 본시 유토피아의 꿈을 안고 있다. 기성종교의 유토피아는 불가시적인 내세(來世)의 천국이나 극락이다. 그래서 내세관이 교리의 중요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신흥종교의 유토피아는 현실적인 지상에 설정된다. 이 점은 바로 신흥종교가 지니는 매력이기도 하다.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막연한 약속에 지친 민중들은 보다 구체적인 지상천국 약속에 끌리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신흥종교는 내세관이 없다는 공통특징을 지니게 된다.

 

셋째는 재림주(再臨主) 또는 구세주 대망(待望)사상이다. 대부분의 신흥종교에 있어서 교조나 교주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풍우뢰화(風雨雷化)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기적, 영통(靈通), 도술조화(道術造化)를 부릴 수 있는 전지전능의 현인신(現人神)이어야 하며 말세에 나타나는 재림주, 미륵불 또는 구세주이어야 한다. 대신사(大神師)로 불리는 동학의 최수운(崔水雲)교조, <천사> <옥황상제>라 불리는 강증산 교조에게서 우리는 그러한 속성을 본다. 또 <영모임(靈母任)> <동방의 의인> <감람나무>라 불리는 전도관의 박태선 교주, <우주의 아버지> <제2 아담> <참아버지>로 지칭되는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 <선지자> <어린종>이라 불리는 장막성전의 유재열(柳在㤠)교주, <하나님> <심판왕> <재림주> <창조주>라 불리던 동방교의 노광공 교주 등의 호칭에서 우리는 강한 구세주 신앙을 본다.

 

넷째 여러 집단에서 시한부 말세심판설의 강조를 볼 수가 있다. 어떤 집단에서는 말세심판이나 천지개벽이 몇 년 몇 월 며칠에 이루어진다고 딱 잘라 주장한다. 이 주장이 지상천국 ·구세주 신앙과 결부될 때 신도들은 절망과 희망의 엇갈림 속에 빠진다. 그리고 시한이 별일없이 넘어가면 그럴듯한 변명으로 합리화시키거나 시한을 다시 정하는 것도 이들 집단에 공통된 현상이다. 다섯째 신흥종교에는 아주 강한 선민(選民)사상이 있다. 한국이 예수의 재림국이라는 통일교, 세계 24개국이 항복하고 한국풍습을 따른다는 미륵증산교, 한국인이 <동방의 성민(聖民)>이라는 동방교의 주장은 모두 선민사상을 담은 것이다. 심지어 광명대도에서는 를 <고리아(高理我)> ― 「높은 이치가 나에게 있다」로 억지로 해석하기까지 한다.

 

여섯째 대부분의 신흥종교는 무속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다. 엘리어드M. Eliade는 샤머니즘의 기본교리를 샤먼의 엑스터시Ecstasy라고 설명했거니와 신흥종교에서도 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가 있다. 동방교는 기독교를 표방했으나 그 내밀교리內密敎理는 제사의식, 푸닥거리 등 샤먼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교주들의 강신(降神)체험, 접신(接神)현상, 신비(神秘)체험이나 강증산의 부적(符籍), 소지(燒紙)의식, 명부공사(冥府公事), 천지공사(天地公事), 도덕교(道德敎)의 강필(降筆)등은 샤머니즘적인 복합 현상이라고 설명될 수가 있다. 대부분의 신흥종교의 교주들은 무속적(Shamanistic)인 성격을 지니며 신흥종교와 샤머니즘의 불가분의 상관성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위의 내용은 1981년 대한기독교교육협회에서 발간한 『한국인 종교의 흐름』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연구의 선구자였던 탁명환 소장의 연구 및 분석 방법론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다. 수세기에 걸친 서양 종교사회학자들의 논의를 넘어서는 탁명환 소장의 한국적 신흥종교연구의 유형분류 및 연구방법론이 「현대종교」 및 관련 연구자들을 위한 주요한 선행연구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