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작게보기
페이스북
탁명환 소장 다시 읽기 “한국 신흥종교의 유형과 기능”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18년 05월 30일 10시 36분 입력

탁명환 소장이 하나님의 품에 안긴 지 벌써 2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탁 소장의 삶과 사역을 폄하하려는 이들이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앞장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아가며 일하는 선각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뒤를 쫓으며 끊임없이 평가하고 비판하는 평론가들이다. 탁명환 소장은 선각자였다. 선각자의 삶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만약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을 위해 실패할 경우의 수를 하나 줄여주었으니 성공적이고, 뜻을 이룬다면 다른 이들이 그 길을 따라올 것이니 역시 성공적이다. 탁명환 소장과 현대종교에 대한 이단들과 이단옹호자들의 비난이 사후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은, 아직도 탁 소장과 현대종교의 사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탁명환 소장 다시 읽기”를 통해, 오늘날 사회와 교회가 씨름하는 이단사이비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

 

▲탁지일 교수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우리나라의 신흥종교는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가 있다. 첫째는 공격형(攻擊型), 속세를 반대 ·비판하면서 멀잖아 망해버릴 사탄의 세상이라고 주장한다. 통일교, 여호와의 증인이 이에 속한다. 둘째는 도피형(逃避型)이다. 더럽고 죄 많은 세상에는 소망이 없으니 내세에 기대를 걸고 은둔한다. 전도관, 일월산기도원, 용화교 등 계룡산 신도안의 여러 집단을 들 수가 있다. 셋째는 세상과 타협 ·동화해 나가는 수락형(受諾型)이다. 원불교, 천도교 등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흥종교는 교주 숭배형의 카테고리에 든다. 이런 유형에 관계없이 신흥종교는 그들 나름대로의 기능과 역기능을 지닌다.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은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면 신흥종교의 기능적인 면은 무엇인가.  

  

첫째, 신흥종교는 급격한 사회적 변동과 갈등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신도에게 주고 있다. 카리스마인 교주를 만나고 이야기함으로써 종교적 체험이 강해지고 신념을 얻는다. 둘째, 신도들 간의 상조 ·협조 기풍이 기능적으로 작용한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서로 돕는 형제애가 발휘되며 살아 있는 신인교주를 향한 열성이 매사에 능률을 올린다. 이런 인간관계 속에서 정직하며 일을 열심히 한다. 전도관계, 생산공장 여공들에게서 이런 기풍을 본다. 셋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구체적인 해답을 주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반면 신흥종교는 여러 가지 역기능적인 면을 지니고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종종 사회질서를 혼란시키고 파괴한다. 가정파탄이나 범법행위로 인한 말썽이 그것이다. 둘째, 독선과 아집, 이로 인한 분파작용이다. 이로 인한 인간관계의 단절, 휴머니즘의 결여 등은 적잖은 문제를 야기한다. 셋째, 신비 현상이다. 주술 따위의 지나친 강조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해쳐 문제의 올바른 접근을 방해한다. 넷째, 세속권세와 야합하여 정치의 부정 ·부패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많은 신흥종교는 표면상 만년여당의 색채를 띤다. 그러나 이것은 보호색에 불과하며 실속은 만년야당이다. 동방교에서 정부를 위해 성금을 내면서 이를 자랑하나 뒤로 돌아서면 교주가 임금이 된다고 선전하는 따위이다.

  

같은 동방교에서 외곽선임(外閣仙任)이란 법조정계, 언론계, 수사기관 등의 인사를 포섭하여 비호를 받은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반면 권력층에서는 그들의 표면적 협조에 속거나 집단의 힘을 과대평가하여 역기능을 조장하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교도의 집단거주지의 표(票)가 두려워 선거당사자가 이들 페이스에 말려드는 경우이다. 부산 태극도 촌의 선거부정 사건 등이 여기 속한다. 다섯째, 신흥종교가 안보문제의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종파는 국가 안위에 관계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도 말썽이 나면 종교 자유를 규정한 헌법의 그늘에 숨거나 교묘하게 합리화한다.

  

특히 깊은 산속 집단에 간첩이 침투하는 경우 등도 생각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러면 현재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우리나라의 신흥종교들은 그 기능과 역기능, 어느 쪽이 우세한 것일까? 기성종교에도 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는 것은 아닐까? 신흥종교와 기성종교의 한계는 그 역사의 장단을 빼고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근래 현상이다. 기성종교의 독자성이나 특색이 사려져 가고 있으니 기성종교도 교리의 혼합(混合)주의 경향으로 해서 <신흥종교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불교나 기독교 등은 신흥종파의 영향을 받아 그 의식이나 신앙 행위 ·선교과정 등이 신흥종교 비슷하게 변질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반면 신흥종교는 사회의 혼란과 불안을 딛고 선 위기의 종교요 서민의 종교다. 그러므로 사회의 하층을 형성하는 사람들, 무력 ·욕구불만에 젖은 계층 등이 대부분의 신도계층을 형성한다. 기성종교가 사회 소외 계층의 문제를 무시하거나 해결하지 못할 때 신흥종교밖에는 찾을 곳이 없는 것이다. 이때 신흥종교가 한결같이 건전하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많은 신흥종교가 불건전하다면 역기능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할 소외계층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래서 기성종교의 맹성(猛省)이 요청되며 당국의 정화책(凈化策)이 아쉽다고 하는 것이다.

  

✽위의 내용은 1981년 대한기독교교육협회에서 발간한 『한국인 종교의 흐름』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기독교계 신흥종교운동연구의 선구자였던 탁명환 소장의 연구 및 분석 방법론에 대해 소상히 알 수 있다. 수세기에 걸친 서양 종교사회학자들의 논의를 넘어서는 탁명환 소장의 한국적 신흥종교연구의 유형분류 및 연구방법론이 「현대종교」 및 관련 연구자들을 위한 주요한 선행연구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