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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다단계를 해도 되나요?
정종훈 교수 mrmad@hdjongkyo.co.kr
2015년 07월 10일 10시 22분 입력
▲ 본지 편집자문위원, 연세대학교 기독교윤리학

우리 주변에는 다단계 회사가 적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다단계 회사인데도 다단계 회사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다단계란 일반적 유통망인 도매단계와 소매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직접 판매원이 되어 연쇄적인 소개로 소비자들을 넓혀가는 무점포 판매기법입니다.

회사는 판매원이 직원은 아니기 때문에 월급이나 의무보험 또는 퇴직금을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판매원은 여가활동으로 하면서 능력에 따라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보일 것입니다.

대개 다단계는 소비자 자신이 판매원이 되어 가지를 치면서 다른 소비자들을 확대하고, 그 소비자가 계속 다른 판매원으로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거대한 유통망을 순식간에 형성할 수 있습니다.

다단계는 유통 구조를 축소함으로써 양질의 물건을 값싸게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다단계 회사가 실제 우리 사회와 소비자들에게 공익적인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소비자를 판매원으로 만듦으로써 유통 구조의 종사자들에게 들어갈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해서 회사의 이윤만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소비자가 물질적인 욕망으로 인해 판매자가 되고, 판매자가 자신의 실적을 위해 다시 소비자가 되는 순환 구조 속에 소비자든, 판매자든 다단계 회사의 소모품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다단계의 물건은 시장에서 다른 회사의 물건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독점 가격이 과연 소비자 친화적인 가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된 수가 469만 명이었는데 실제 판매활동을 한 사람은 118만 명이었고, 판매활동을 한 상위 1% 미만에게 지급된 연평균 수당은 5046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99% 판매원의 연평균 수당은 40만 5000원에 불과했습니다.

상위 1% 판매원이 받은 수당의 총액은 5942억 원으로 나머지 99% 판매원이 받은 수당의 총액 4744억 원을 훨씬 웃돌은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99% 판매원의 연평균 수당을 다시 세분하면, 상위 1% 이상~6% 미만 466만 원, 상위 6% 이상~30% 미만 54만 원, 상위 30% 이상~60% 미만 9만 6000원, 상위 60% 이상 2만 3000원이었습니다.)

이처럼 다단계 회사는 판매원의 1% 미만에게만 해당되는 연평균 수당을 보편화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단계 회사가 판매원들을 수시로 교육하는 것 역시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과정이고, 성공한 1%의 사례를 통해서 99%의 판매원들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세뇌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군가가 다단계의 판매원이 되면, 자신의 하위에 속한 판매원이 되도록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계속해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언젠가 받게 될 수당은 많든 적든 자신이 끌어들인 사람들의 희생과 수고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때로는 자신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불필요한 물건까지 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교회에서 다단계를 해도 될까요? 한마디로 ‘아니오’입니다.

첫째로, 다단계는 기독교가 지향하는 성실한 노동의 정직한 대가를 보증하지 않습니다. 다단계는 복권이나 부동산 투기, 슬롯머신이나 경마, 화투나 마작 등의 도박처럼 인간의 무한한 탐심을 자극할 뿐입니다.

둘째, 다단계는 신앙의 좋은 관계에 있는 다른 신도들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변질시킵니다. 신앙생활을 막 시작한 어느 초신자가 경제적 이해관계에 골몰하는 기존 신자에게 실망해서 신앙 자체를 폐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셋째, 다단계는 신앙을 위한 주님의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왜곡합니다. 교회는 무엇보다 예배를 드리는 곳이고, 신앙교육과 성도간의 친교와 선교를 위한 곳이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닙니다.

넷째, 기독교인에게 적당한 돈은 필요하지만, 기독교인은 돈 때문에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기독교인은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고, 모든 소유의 주인도 하나님이며, 따라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청지기로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이 다단계를 허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욱이 교회에서 교인을 상대로 한 다단계는 절대 금물임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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