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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중인 이단, 세습 중인 교회에게 묻다
이단, 한국교회에게 묻다 (5)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15년 12월 31일 14시 24분 입력
▲ 탁지일 교수 (이사장 겸 편집장)

이단들의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이단운동의 성패여부는, 후계구도의 성공적 정착여부에 달려있다. 그 이유는, 성공적 세대교체는 종교사회학적으로 이단운동이 안정적 시기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모든 종교는 처음에는 신흥종교운동(a new religious movement)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신흥종교운동이 종교(a religion)로 정착한 것은 아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단체들만이 기성종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도 상당 기간 사회문화적인 검증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쳐낸 신흥종교운동만이 종교로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주요 이단들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우선 눈에 띄는 단체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이다. 자칭 “재림 그리스도”이며 “하나님”인 설립자 안상홍씨가 1985년에 사망한 후, “어머니 하나님”을 자처하는 장길자씨가 이 단체를 이끌어 오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장씨 지도아래 교세가 급증하고, 국내외에서 체계적인 조직 확장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한편 장씨의 권한도 제한적으로 보이며, 그녀 곁에는 영구직 총회장 김주철씨가 실세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설립자 사망에도 불구하고, 후계자에 의해 조직이 체계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즉 종교로의 정착을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심각성을 가지고 하나님의교회 문제에 대처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하나님의 이름을 가장 망령되이 일컫는 이단이 한국 땅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나님의교회에 대한 연구와 대처 없이, 한국교회의 이단대처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하나님의교회를 제외한 여타 이단들의 세대교체는 실패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해방 이후 가장 대표적인 기독교 이단들인 박태선씨의 전도관과 문선명씨의 통일교 경우가 주목된다. 박태선씨의 경우, 자녀들의 스캔들 등으로 인해 세대교체가 어려워지고, 추종자들이 분열되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다. 물론 현재도 천부교와 신앙촌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기는 하다.

한편 문선명씨의 통일교 사례가 흥미롭다. 2012년 문선명씨의 사망을 전후해, 통일교 후계구도는 아들들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자타가 공인한 후계자로 물망에 오르던 3남 문현진씨가 후계구도에서 멀어지면서, 4남이 문국진씨와 7남인 문형진씨가 후계자로 등장했다. 문국진씨는 사업부문을 문형진씨는 종교부문을 맡는 세대교체가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최근 문선명씨의 부인 한학자씨의 재등장과 함께, 두 아들은 후계구도로부터 멀어졌다.

현재는 어머니 한학자씨와 아들들이 서로를 “사탄”이라고 비난하며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소위 참가정에서 참어머니와 참자녀들이 이전투구하는 ‘거짓가정’의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통일교의 성격상, 종교적 명분과 권력을 잡는 사람이, 결국 경제적인 부도 거머쥐게 되는, 통일교 내부의 관계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혈연을 넘어, 재산과 권력을 향한 피할 수 없는 후계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또한 하나님의교회와 함께 한국 이단의 쌍두마차격인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세대교체도 주목받고 있다. 설립자 이만희씨가 측근인 김남희씨를 소위 “영적 배필” 후계자로 지명한 뒤, 순조롭게 후계 구도를 구축하는 듯 보인다. 최근 신천지의 홍보는 두 사람의 관계와 김남희씨에 대한 신격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영생불사 한다는 보혜사 이만희씨가 후계자를 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신천지의 2인자들이 김남희씨의 후계 승계를 가만히 두고만 볼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이들은 이만희씨의 사망 혹은 통제력 약화시기에 유력 지파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 혹은 분리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신천지는 세대교체를 둘러싼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단들의 세대교체 실패는 곧 이들의 몰락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한편 이단들의 세대교체 시기는, 한국교회 이단대처와 이단피해 회복의 주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신중한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단들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현재, 교회의 세습 문제가 교회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습'이라는 표현 속에는 이미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교회세습에 비판적인 이들은, 일부 교회지도자의 부와 권력이 합법적으로 혹은 변칙적으로 세습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반대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세습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하나는 고난의 승계이고, 다른 하나는 부와 힘의 대물림이다. 후임목회자를 찾기 어려운 도서산간지역의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부모님의 뒤를 이어 그곳에서 사역하기로 결단하는 자녀들을 과연 누가 세습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된 이들을 말없이 묵묵히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목회자 부모님의 뒤를 이어 희생의 길을 걷기로 결단하는 자녀들에게 누가 세습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신실하고 성실한 목회자 부모의 애틋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을 따라 고난을 승계하는 신앙의 자녀들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소중한 신앙유산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사회적 동의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진행되는 교회의 세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교회의 세습을 기업의 비윤리적 세습에 빗대어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자녀들을 위해 십자가의 길보다 면류관의 길을 마련해주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일면 이해는 된다. 하지만 사회적 공인으로서 떳떳하지 않은 대물림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사회적 공신력 및 지도력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의 작은 실수에도 높은 윤리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오늘 날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일부 교회의 지도자들의 도가 넘는 내리사랑을 걱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윤리적 도덕적 우위를 점할 때만이, 주변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세대교체 중인 이단들이, 세습하는 교회를 비판한다면, 과연 한국교회는 어떤 방어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을까? 신행일치의 높은 도덕성을 지닌 교회만이, 사회와 이단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답할 수 있다. 부의 세습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고난의 승계에 고마워할 줄 아는 교회만이, 세대교체 중인 이단들의 몰락과 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편 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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