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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자, 이단의 근원과 계보를 밝히다
목창균의 『이단 논쟁』과 허호익의 『한국의 이단 기독교』 서평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17년 04월 19일 14시 13분 입력

▲탁지일 교수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목회적, 비정치적 이단 연구의 필요성

이단 연구는 ‘상식적’이어야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단 연구보고서를 읽으면서, 때로는 내용 이해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이단 연구를 하는 필자도 어려워하는 이 내용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곤 한다.

이단 연구는 고상한 교리적 언어의 나열이 아니라, 주변 사회가 공감하는 상식적인 변증이 될 때 이단대처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단 연구는 ‘목회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학자들의 심오한 교리 분석을 뛰어넘어 목회 현장의 필요에 부응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변증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이단을 접하는 신앙인들에게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알려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회의 본질은 이단에 대한 정죄가 아니라, 복음에 대한 신앙과 실천이라는 점이 우선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이단 연구의 결과는, 초대교회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조의 역할처럼, 평범한 신앙인들의 신앙고백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이단 연구는 ‘비정치적’이어야 한다.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교파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이단 문제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접근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단 연구가 ‘정적 제거의 명분’이나 ‘교권 장악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단 연구는 그 초점이 교회와 가정이 겪고 있는 ‘이단 피해의 회복과 치유’에 맞춰져야 한다.

주목할 만한 조직신학자들의 이단 연구서 발간

갈증을 풀어주는 조직신학자들의 이단 연구서가 나왔다. 서울신학대학교 목창균 명예교수의『이단 논쟁』(두란노, 536쪽)과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의 『한국의 이단 기독교』(동연,600쪽)이다.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Mcgrath의 이단 연구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막연한 부러움이 두 조직신학자의 저서를 보며 다소 해소된 느낌이다. 특히 장로교 이단 연구가 주류인 한국교회 상황에서, 성결교 관점의 이단 연구서가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의미가 있다. 다수의 이단 연구가 장로교 신학에 기초하다 보니, 때로는 교파 간 신학적 차이에 대한 부적절한 이단시비가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점에서 목창균 교수의 『이단 논쟁』은 그 발간만으로도 한국교회 이단 연구에 있어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또한 이단에 대한 교리적 연구뿐만 아니라, 소속 교단의 실질적인 이단대처 활동에 오랜 기간 참여해 온 허호익 교수의 『한국의 이단 기독교』 역시 한국교회 이단의 교리적 뿌리와 현실적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공헌이 기대된다.

목창균 교수의 『이단 논쟁』

저자인 목창균 교수는, 『이단 논쟁』이 그의 열 번째 저작이자, 은퇴 후 첫 번째 저작이라고 밝히면서, “한국 교회와 성도를 섬기는 일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야겠다고 다짐한 마음의 결실”이라고 책 출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은퇴와 함께 신학자로서의 본격적인 삶의 여정을 시작하는 저자의 첫 저서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단 문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목 교수는 성경과 초대교회로부터 최근 한국교회에 이르는 포괄적인 이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단이란 무엇인가”라는 서론에 이어, 제1부에서는 초대교회와 중세교회의 이단 논쟁들을 그리스도론, 삼위일체론, 종말론, 은총론 등을 중심으로 다룬다. 그리고 종교개혁교회와 현대교회 시기를 다루는 제2부에서는 로마가톨릭교회와 종교개혁교회, 그리고 칼빈주의와 알미니우스주의를 다루는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이단들인 여호와의 증인과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사례를 연구한다. 이어서 제3부에서는 문선명의 통일교와 박태선의 전도관을 비롯한 김기동(귀신론과 무속신앙), 이장림(시한부 종말론), 이윤호(가계치유론), 이초석(예수중심교회), 이명범 (레마선교회), 이재록 (만민중앙교회)의 이단성을 다루고 있다.

현대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단 종파 전체를 다룬 백과사전적인 서적”이 아니라, “이단이 어떤 것인지를 해명하고 건전하고 바른 신앙이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책의 성격을 설명한다. 실제로 이 책은 교회사에 나타난 주요한 이단 논쟁들에 대해 명료한 주제별 접근을 통해 이단 논쟁의 커다란 숲을 보게 해주는 동시에, 국내외 이단들의 보편적 특징이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단논쟁에 있어서 나열식 설명이나 분석적 비판을 넘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하려는 지에 관한 신앙의 핵심적 진술들을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이단 연구 서적의 역할이라는 것을 본서를 통해 깨닫게 된다.

허호익 교수의 『한국의 이단 기독교』

허호익 교수가 운영하는 「한국신학마당」theologia.kr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면, 허 교수의 신학적 관심분야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주요 이단의 계보와 교리 비판”이라는 책 부제목의 의미에 대해, 허 교수는 “이단의 교리와 전도 전략을 분별하여 경계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이단의 미혹으로부터 경건한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국의 이단 기독교』가 목창균 교수의 책과 다른 점은, 그 연구범위를 한국 기독교  이단들로 한정하는 한편 현장 차원의 이단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 해방 전후, 한국전쟁 시기에 등장한 각종 이단의 뿌리와 상호연관성을 심도 있게 연구하면서 김성도, 백남주, 황국주, 김백문, 정득은, 박태선, 문선명에 이르는 소위 “피가름 교리의 계보”를 분석한 후, 이들의 교리 및 관계성이 어떻게 현재의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 등의 이단운동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한다. 이와 함께 박옥수(구원파), 변승우(큰믿음교회, 현 사랑하는교회), 류광수(다락방), 이승헌(단학)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는 최태민에 대한 연구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를 예로 들면서, 허 교수는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는 한 개인과 가정을 몰락하게 할 뿐 아니라, 사회를 혼란시키고 나아가 국가의 기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역사적 실체”를 목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 사회와 교회를 혼란케 한 여러 이단의 교리적 근원, 상호 관련성, 폐해 등에 대해 실제적인 사례들을 들어 경고하고 있어, 목회자뿐만 아니라, 평신도들을 위한 이단예방교육 교재로의 활용도 적절해 보인다.

이단의 미혹을 넘어, 피해의 회복으로

이단에 미혹된 지인들과의 대화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같은 한국 사람이고,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단은 성경을 왜곡해서 가르치는 것을 넘어, 성경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눈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눈을 갖게 되는 순간, 세상과 가정과 이웃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된다. 소통이 불통이 된다. 즉 행위의 기준이 신앙적인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무조건적인 ‘순종과 불순종’의 단순한 잣대로 바뀌게 된다. 그렇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이단에 미혹programmed되는 것보다, 미혹으로부터 회복deprogramming되는 과정이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게다가 설령 이단에서 빠져나오게 되더라도, 곧바로 신앙의 길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단과 교회 모두 싫어지는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때가 바로 새로운 신앙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신앙고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이단 논쟁』과 『한국의 이단 기독교』가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단 피해 회복을 위한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 동안,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중에서도 가족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지인과 애인은 포기할 수 있어도, 남편, 아내, 부모, 자식은 결코 이단에 빠진 사랑하는 가족을 잊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가족의 끈질긴 기도와 노력이 이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이단문제의 핵심은 이단피해의 회복이다. 그리고 이러한 회복은 관계의 회복일 뿐만 아니라, 신앙의 회복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목창균 교수의 『이단 논쟁』과 허호익 교수의 『한국의 이단 기독교』는, 안으로는 신앙인들에게는 반면교사인 이단을 통해 올바른 신앙고백과 신앙인의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밖으로는 이단에 빠진 피해자들에게 이단 교리의 실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효과적인 교리적 변증을 가능하게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이단 관련 문제는 가능한 피해가려는 학계의 분위기 속에서, 이단 연구에 관심과 노력을 쏟는 두 학자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 글은 「기독교사상」 3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