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가장 추천하는 관광지 중에 곶자왈 환상숲이 있습니다. 환상숲 해설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게 듣게 되는 내용이 있는데 갈(칡)나무와 등나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갈나무와 등나무는 줄기가 서로 얽혀 자라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갈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갈나무와 등나무가 서로 까다롭게 뒤엉켜 있는 상태가 ‘갈등’의 어원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살이와 비슷하죠? 우리의 인생에도, 자녀를 교육하는 문제에도‘갈등’은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갈나무와 등나무가 서로 까다롭게 얽혀 있다고 하여서 그것을 억지로 떼어놓으려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둘을 떼어 풀어 놓기는 매우 어려울 뿐더러 그것은 오히려 자연의 섭리를 해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을 교육하는 부모 및 사역자의 마음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게 됩니다. 부모의 손에 핸들링(?) 되던 아이들이 반항하기 시작합니다.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의 방에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사용하는 언어도 너무나 거칠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봅니다. 그렇게 착하기만 하던 우리 아이가 변한다고 느껴지자 부모도 어쩔줄 몰라하며 온갖 방법으로 고치려고 애쓰기 시작합니다.그러나 더 큰 갈등만 깊어지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이때, 아이들의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어른들의 생각을 먼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끔찍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아니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의 질풍노도의 시기는 ‘고쳐야 할 병’이 아니라 ‘지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다가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해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갈나무와 등나무를 억지로 떼어내면 갈등보다 더한 화火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의 삶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려 하다가 그들의 화를 돋워 낼 수 있습니다. 그 아이들의 그 시기를 존중하고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루소가 『에밀』이라는 책에서 ‘소극적 교육’ 즉 ‘교육 같지 않은 교육’을 제시했는데, 사역자들과 부모들이 그런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삶에 사사건건 끼어들어서 부모가 원하는대로 가지치기를 하고 갈등을 제거하려는 순간 청소년 시기의 생태계는 깨어지고 아이들은 더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시도’하여 ‘실패’하고 넘어지면서 내면과 외면적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 놀라운 경험과 성취를 부모의 인위적인 교육으로 인해 놓치게되는 수가 있습니다. 부모의 불안감 (내 아이가 뒤떨어질까 봐...)으로 시작되는 인위적인 교육은 인생의 황금기인 청소년 시기를 부모가 원하는 수준의 ‘숲'으로만 인도하게 될 것입니다. 루소의 표현대로라면 자연적으로 자연스럽게 태양을 보게 하는 것, 간섭과 지배를 최소화하는 것이 자녀(청소년)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이죠.
우리의 기독교 교육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을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교육하며 키우기보다는 아이들 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뜻(엡2:10)이 발현되도록 조금 더 소극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아이들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태양 되시는 그분을 보도록 필요한 적당한 물을 주며 지켜보는 것. 하나님께서 우리의 자녀들에게 일하실 공간을 비워두고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아는 것.그것이 기독교 교육이면서 전인적 교육의 시작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청소년 시기의 자녀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입니다.'우리 아이가 초등학생때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며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청소년 시기는 고쳐야 할 병이 아니라 지나가야 할 과정이라고 유진 피터슨 목사님은 말했습니다(『거북한 십대, 거룩한 십대』 - 홍성사).
저는 그 유진 피터슨 목사님의 진심 어린 조언은 그들과의 갈등을 잔소리로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억지로 갈등을 해결하다가 더욱 깊은 갈등에 이르지 말고 아이들을 한 번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어떨지요? 성경의 말씀처럼 마땅히 행할 길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때로는 말을 아끼고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눈빛이 더 깊은 깨달음을 주게 됩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달합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인내하시는 모든 부모님을 축복합니다. 지금까지 제주어깨동무학교 교목 권오희였습니다.추천도서: 『에밀』 - 루소, 『거북한 십대 거룩한 십대』 - 유진피터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