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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빌어!
(종이) 잡지들!
현대종교 | 탁지원 소장 takjiwon@hdjongkyo.co.kr
2021년 04월 02일 08시 37분 입력

​팬데믹과 더불어 거짓말이 진실을 가리는 페이크데믹,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파괴하는 플랫폼데믹, 그 외 무료가 유료를 잡아먹는 프리데믹과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무너뜨리는 디지데믹 등에 대해 얼마 전에서야 알게 됐다. 그중 본지의 관심사인 디지데믹, 즉 종이와 잡지가 사라질지도 모를 시대에 관한 10년간의 소회를 칼럼에 담아 봤다. 어떤 것 하나 힘들지 않은 것이 없는 시대이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부디 잘들 버텨주길 바란다.

1. 201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모 잡지가 폐간됨과 동시에 적지 않은 잡지들이 줄줄이 폐간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잡지협회’도 예외 없어 회원사 중 몇 곳의 폐간 소식이 전해졌다. 창간 잡지보다 폐간 잡지가 늘고 있다. 종이 매체의 시대가 끝날지도 모르는 암울한 시대, 염려 가득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2. 2015년

예상과 다르게 종이 잡지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으나 종이책의 소멸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결국 출판 사업이 디지털화된 음악 산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도 들려온다. 본지가 속해있는 ‘한국기독교잡지협회’에서는 관련 의견들을 검토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편승하기 위해 이미 전자 잡지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라 생각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전자책이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조차 전자책 매출이 줄고 있으며,반면 종이책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뭐랄까? 종이책이 주는 아날로그적 편안함과 오래도록 손에 익은 질감을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기가 아직까진 어려운 일이라고 해야 하나? 흔히 ‘전축’이라 불렸던 옛날 기계가 전해주던 살가움과 추억이 최첨단 오디오로도 대신할 수 없기에 다시금 턴테이블을 겸비한 오디오 시장이 재형성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종이책의 예상 밖 선전이 미국에서는 동네 서점의 재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땅에도 건물마다 들어서 있는 카페와 미용실 수에 한참은 못 미쳐도 동네마다 서점 하나씩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에 편승해 종이 잡지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 모든 것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이 결코 옳은 선택이지만은 아닐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종이책과 전자책의 대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건강한 공존함이 시대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지혜라고 생각함이 더 필요할 듯싶다.

3. 2020년

빌 게이츠도 30여 년 전 (디지털 시대에는) 종이가 소멸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종이 잡지나 신문 등은 새로운 미디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작금의 시대는 그것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종이 잡지 시장의 위태로움이 더 걱정이다. 모 신문에 소개됐던 ㅅ 대표의 이야기는 코로나 사태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도 문화 사업을 하는 출판인의 자긍심을 굳게 지켜왔으나 조금이라도 경비를 줄이려고 10년 동안 가족같이 지내던 편집기자들을 눈물로 보내고, 일이 서투르기만 한 부인과 직장에서 해고당한 아들, 그리고 며느리까지 총동원하여 가족 사업으로 일을 이어가고 있다.

식비를 아끼려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사무실에서 해결하고, 원고 교정을 위해서는 밝은 조명이 필요하나 전기요금을 줄이려고 천장의 조명등도 꺼버렸다. 모두가 사무실에 매달리다 보니 집에 남겨둔 손주들은 돌아가면서 돌본다”고 했다. 본지의 상황이 이 정도까진 아닌 것에 잠시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순간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갑작스레 마음이 무거워졌다.

본지는 현재 월간지의 해외 배송이 오랫동안 멈춘 상황이고, 집회 사역은 도대체 늘질 않으며, 독자는 매주 감소하고 있다. 전쟁 중에도 가능한 해외 배송까지 막히는 등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번과 같은 사태를 앞으로 또 맞닥뜨리게 될진 잘 모르겠다.

✽ 그렇다면 탈출로는 비대면과 온라인밖엔 없는 것인지, 어떤 방법이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코로나 정국 2년 차인데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고, 결론도 나지 않는다.

4. 2021년, 그리고 그 이후

코로나를 잠시 잊게 해주기에 충분한 상큼하고 아름다운 봄이 곁으로 다가왔다. 종이 잡지의 소멸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2010년대와 코로나로 전 세계가 셧다운 된 2020년까지 잡지의 생명력과 더불어. 둘 다 변함없이 곁에 있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나 더 반가운 소식은 2021년엔 새롭고 다양한 잡지들이 여럿 창간되어서다. 전체적으로 매출은 줄었으나 다양성과 잡지 종수는 늘었다고 한다. 문체부의 ‘정기간행물등록현황’에 따르면 6년 전 4931종까지 감소했던 잡지 종수가 올 현재 5495종이나 된단다.

성격과 필자도, 그리고 디자인도 다채로운 새로운 잡지들이 등장했다. 잡지의 크기는 언제나 규모의 크기보다 독자들 열광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나 본지는 크기에 연연하기보다는 그간의 외침처럼 ‘올바른 신앙과 건강한 삶을 위해’서만 꾸준히 달려온 것 같다. 경영의 면에 있어선 그리 잘하지는 못했으나 후회는 없다.

예전에는 유통이 필요한 시대였고, 지금은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이다. 온라인 부분에 있어서 여태껏 오프라인에 집중한 것들을 지혜롭게 잘 조율하고, 본지의 장점인 콘텐츠 활용 가치만 높일 수 있다면 상황은 충분히 역전되리라 믿는다. 본질은 그대로, 형태는 계속해서 변화해 가면서 말이다. 아울러 영향력 있는 이들의 예상도 빗나갈 정도로 예측 불가한 미래임이 확실하나 분명한 것은 자연의 생명력과 함께 잡지도 그 맥을 같이 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더 해본다.

✽ 멋진 미래의 잡지가 다른 형태들로 꾸준히 생겨나고,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길 소망 해 마지않는다.

소상공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개 잡지 운영자이긴 하나 구차하게 명맥 유지를 위해서만 잡지사를 운영하며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지는 않으련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일에만 더는 정성을 쏟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간의 본지의 삶에 감사하며, 이 귀중한 사역을 접더라도 후회 없는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다시금 몸과 맘을 다잡을 뿐이다.

사람의 인생과도 같은 50살의 중년이 된 「월간 현대종교」가 존재 이유와 가치가 희미해질 때 미련 없이 놔주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독자 감소의 뼈아픔과 그래도 여태껏 부족한 사람들과 그 결과물을 사랑해주고, 함께 버텨준 독자들의 간극의 고민과 감사함이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귀한 열매를 위해 애쓰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번 호도 여러 흥미롭고 다채로운 기사들로 채웠다. 변함없이 모든 기사를 추천하나 그중 언론중재위원회 관련 기사를 꼼꼼히 읽어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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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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