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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영화와 삶
현대종교 | 탁지원 소장 takjiwon@hdjongkyo.co.kr
2024년 03월 06일 08시 45분 입력

무언가 시작할 때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 만큼 위로가 되는 글이 또 있을까 싶다. 오래전 독자들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돌아왔다.

두​번째​마음

​

봄은 또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 캠퍼스가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캠퍼스든, 그 어느 곳이든 간에 새해 다짐했던 첫 마음을 안고 뚜벅뚜벅 가야 할 길, 잘들 걸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다짐했던 것이 조금 삐끗해도 아쉬워 말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해서 걷다 보면 언젠간 바라던 것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새해 아침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이 해이해지고 뒤처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힘을 내어 남은 한 해를 근사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학교에 입학해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다면,
친구나 연인들, 그리고 부부의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이 내내 계속될 수 있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할 수 있다면,
입대 날, 세상 무너지는 마음이겠지만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함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를 받던 날의 그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교회 건물이 높아지고 성도가 늘어도 개척할 때의 ‘처음’의 마음으로 목회한다면,
주일학교의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 이 영혼 오래도록 사랑하리라 먹은 마음과
아이들이 흔들림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는 소망이 오래도록 식지 않는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마지막 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직무 유기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질 것이다.


* 감히 시인의 시를 다시금 각색해 봤다. 원제는 ‘첫 마음’이다. 늘 ‘처음처럼’의 마음을 안고 사는 이, 더없이 근사한 인생이다.

 

<도그맨>과​<도그데이즈>

* 사람은 누구나 동물을 키우거나 그러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러나 후자로 살아간다고 해도 사람과 동물의 공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반려인들은 자기 삶 외에도 다른 삶도 생각하며 살아야 하기에 그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준다면 풍성한 ‘더불어’의 세상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개와 관련한 영화 두 편이 세상에 나왔다. 나름 반려인이기에 놓칠 수 없었고, 덕분에 오랜 시간 멈췄던 영화 이야기도 꺼내어 들었다.

 

<도그맨>

뉴저지의 한 도심, 분홍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한 남자가 수백 마리의 개와 함께 긴급 체포된다.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던 그는 정신과 의사에게 15년간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쇼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불세출의 명작 ‘레옹’으로 잘 알려진 뤽 베송은 프랑스를 대표했던 감독이었으나 헐리우드 진출 이후 점점 프랑스 영화 고유의 느낌보다 할리우드적 색채가 강해졌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그간의 작품과는 다른 결로 만들어서인지 예전 영화의 향수를 느꼈다는 평들이 있다.

영화 ‘도그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아들을 개 철창에 4년간 가뒀던 남성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면서 영화는 시작됐다. 이번 영화에 출연한 개는 115마리. 뤽 베송은 출연 ‘견’과의 촬영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가끔 기적적으로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주인공이 개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읽어줄 때 고개를 움직이는 개가 있었는데, 감독은 “정말 그 개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해했는진 모르겠지만, 그 순간 그렇게 느껴졌다”라며 당시 현장에는 그 같은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여러 에피소드는 (밑에 하나만 더 소개하고) 지면 대신에 직접 영화로 확인하길 바라며, 늘 그랬듯 영화를 통해 느꼈던 생각들을 담았다.


우선 언급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인간이 버리고 개가 선택한 사람’인 주인공이 큰 고통의 감정을 연기하는 순간 강아지 한 마리가 옆에 앉아 쓰다듬어주는 부분도 기적적인 장면이었다고 감독은 말했다.

개는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챈다고 한다. 개라는 존재가 어쩌면 사람보다 더 따스하게  사람을 섬기고 사랑한다는 것은 굳이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대개의 사람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버리고 개가(또는 개를) 선택한 이들이 이 땅에는 얼마나 많을까? 개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사람의 존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주제도 위의 것과 다르지 않으며, 끝으로 ‘개들은 사랑을 말할 때 절대로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간 강의 때마다 냉소적으로 말해온, 세상 사람들조차 이단과 열심히 싸우고 있고, 이단들의 열심은 진짜인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러기에 우린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하고, 진짜가 진짜답게 살아야 한다는 항변에 더해 선친이 자주 말했던 ‘개만도 못한 사람’의 이야기도 그 범주에 속하지 않나 싶다.

동물들은 적어도 누군가를 사랑할 때 거짓을 나타내지 않으며, 충성심도 깊은데 그들을 다스린다는 이들은 배신을 밥 먹듯 하고, 사랑의 진정성도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도그 데이즈>

영화는 개와 반려인에 대해 다뤘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깔끔한 성격의 계획형 싱글남 ‘민상’은 영끌해서 산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 때문에 매일 머리가 아프다. 늘 ‘진영’과 티격태격하던 ‘민상’은 동물병원에서 한 성격하는 할머니를 만나는데, 다름 아닌 세계적 건축가 ‘민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민서’의 도움이 절실한 ‘민상’은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진영’과 그녀의 반려견 ‘차장님(주차장에서 살기에 이름이 차장이다.^^)’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길에서 쓰러지게 되며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를 잃어 버리고만 ‘민서’. 동네에 살고 있는 케이팝 작곡가 ‘선용’과 ‘정아’ 가족이 완다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MZ 배달 라이더 ‘진우’와 함께 완다를 찾아 나선다.

한편 ‘선용’의 후배인 밴드 리더 ‘현’은 자리를 비운 여친의 반려견 ‘스팅’을 돌보던 중 스팅의 대디를 자청 하며 나타난 여친의 전 남친 ‘다니엘’의 등장에 기가 막힐 따름인데…! 특별한 단짝 덕분에 엮이게 된 이들의 기분 좋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반려견으로 인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이들의 ‘행복함’을 관객들에게도 선사한다. 세대를 초월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 서로를 배려하며 진짜 가족이 되어 가고, 처음엔 만날 때마다 싸우던 사이였지만 어느새 함께하며 서로의 고충과 아픔, 진심을 이해하게 된다.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따뜻하고 예쁜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준다. 그런데 왜 인간들의 상스러운 욕설마다 동물의 이름, 그중에 ‘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사람을 더없이 사랑하고 충성스럽기까지 하며, 본심이 선하기에 ‘개는 훌륭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같은 제목의 방송 프로그램이 생겼음에도 말이다.

어린 시절 키우던 개가 있었다. 그 개의 충성스러움과 변치 않는 살가움을 보며, 선친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못나고, 못된 이들을 향해 반려견을 빗대 엄히 꾸짖곤 했더랬다. 선친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서인지 나이 들어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여전히 개를 키우고 있다.

목회자들의 설교 중에 주의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정치 이야기와 더불어 출산율이 급하강하는 시대이긴 하나 무조건 아이를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이유가 있기도 하고, 더불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과 배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비록 소수이더라도 교회에서만큼은 그들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지 싶다. 하나 더는 반려견과 반려묘 1500만 시대이기에 동물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될 것 중 하나란다. 그러기에 반대로 이번 칼럼이 조금 불편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부족한 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로 받아들여 줄 것이라 믿으며, 중요한 것은 ‘배려’와 ‘사랑’은 사람 대 사람이든 사람과 동물에서든 간에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덕목이지 싶다.

 

그리고 <시민 덕희>

그간 숱하게 우려먹은 보이스피싱 관련 내용이다. 허나 앞의 ‘도그맨’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그간의 영화들과는 다르지 싶다.

내 돈을 사기 친 그놈이 구조 요청을 해왔다.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생활력 만렙 덕희에게 어느 날, 거래 은행의 손 대리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한 손 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충격에 빠진다. 전 재산을 잃고 아이들과 거리로 나앉게 생긴 덕희에게 어느 날 손 대리가 다시 전화를 걸어 오는데 이번엔 살려달라는 전화다.

경찰도 포기한 사건, 덕희는 손 대리도 구출하고 잃어버린 돈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필살기 하나씩 장착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가서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의 내용까지 굳이 담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영화와 실화의 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눈치챘으리라 싶다.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문제로 일상이 불안과 위험에 노출된 시대, 정부나 개인의 생활화된 경계와 예방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이라도 영적 보이스피싱과 영적 스미싱에 관심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는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해 결국 피해자가 스스로 문제를 풀어간다는 내용이 작금의 이단 대처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를 풀어야 할 교회들의 침묵과 미숙함으로 인해 여태껏 피해자인 개인이나 가정이 해결하는 일들이 많다.

최근 다녀온 모 대형교회를 통해서도 뼈저리게 느꼈다. 강의 후에 적지 않은 상담이 있었는데, 여러 성도가 그간 겪었던, 내지는 겪고 있는 이단 문제에 대해 교회가 풀어주기는커녕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다며, 분개와 실망 섞인 이야기들을 앞다투어 내어 놓았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하다고 잘 알려진 교회가 이 정도이니 다른 교회들은 말해 무엇할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상실감과 절망이 여태껏 기억에서 잊히질 않는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세상 사람들이나 방송이 도맡아 하고, 공동체 대신 성도가 개인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만 한다면 교회 존립의 이유는 뭘까, 싶다. 그럼에도 신뢰해야 하고, 믿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왜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지 모르겠다.

새해나 새 학기 때면 앞의 시와 더불어 벅찬 가슴으로 강의를 시작하곤 했다. 그 같은 마음으로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까지 포함, 모두가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세상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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