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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에게 가족 잃은 아빠, 죽음을 택하다
이용규 기자 aftereli@naver.com
2015년 03월 26일 15시 53분 입력

‘가족에게 왕따인 아빠’에게 설 명절은 버거웠다. 아빠에게 아내와, 아들과, 딸과 소박하지만 수다스런 그런 명절을 바랬던 건 사치였을까. 명절이 막 끝난 다음날,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가 죽었다. 스스로 앞당긴 생의 끝이었다. 이번 설은 유난히 길었다.

절대 아이는 포기할 수 없다던 아빠의 죽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월 21일, 오후 1시 30분경, 그의 어머니가 의정부시에 있는 아파트 현관문에서 죽은 아들을 발견했다. 아들은 이단에 빠진 아내와 두 자녀 때문에 힘들어했다. 남편보다 하나님의교회를 택한 며느리는 아들과 별거 중이었다.

사망한 이모씨는 하나님의교회에 빠진 가족 때문에 위기에 처한 많은 남편 중 한 명이었다. 2월 18일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다. 같은날,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인터넷카페에, “절대로 아이들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닉네임은 ‘가족에게 왕따인 아빠’였다.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 아픔을 지닌 동료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이씨는 ‘하나님의교회 피해자 가족모임’ 하피모 회원이었다. 앞장서서 끌고 나가지는 않았지만, 일인시위가 있을 때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던 그였다. 이씨에 대한 기사가 인터넷카페 게시판에 올랐다. 회원들은 “얼마나 가슴에 사무쳤으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정말 시리도록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했다. 이씨가 작년에 썼던 글이 그가 처했던 상황을 작게나마 알려준다.

“애 엄마가 하나님의교회 8~9년 정도 다니고 있고요, 아들딸도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아들은 중2, 딸은 중1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혼하려고 준비상태고요. 몇달 전 장씨(잘길자)가 집나간 엄마들 집으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쯤 이혼하려다 위자료 문제, 장씨의 지시 때문인지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 아들도 이틀 뒤에 상담소 데리고 갔는데 이번에는 상담하시는 분이 초보인 것 같더군요. 저와 아들과 상담을 같이 하자고 하길래, 제가 아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지금 바로 같이 상담을 하냐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담사 고집으로 강행하더라고요. 결국 아들과 저는 큰소리가 났고 아들이 저를 때리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네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어이도 없고 서글프기도 하고. 또 아들이 입은 상처 내가 입은 상처, 답답하기만 하네요. 오늘 아침에 청소년상담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애 엄마가 아들과 딸 상담 안 받겠다고 전화를 했대요. 하나님의교회에서는 상담을 못 하게 하는 것 같네요 … 하나님의교회에서는 무얼 가르치는지.. 가만히 우리 집 가족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주체사상이 많이 있는 것 같네요. 에휴. 눈물만 흐르네요. 하도 답답해서 짧게 써봤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그분이 돌아가신 주에 원래 일인시위를 나오기로 약속했었다. 만나기로 연락했는데 안됐다. 그 다음 날 돌아가셨다. 아내와 아이가 교회 근처에서 따로 살고 있었는데, 명절에 이씨가 아이들을 보러 갔다가 냉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하나님의교회에 빠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반증교리를 배우러 다녔을 만큼 적극적이었던 분이었다”고 하피모 관계자는 말했다.

피해자들은 다들, 죽고 싶었다

사망한 이씨와 같은 상황에 부닥친 남편은 한두 명이 아니다. 남편들은 말한다. 아내들은 남편을 버리고, 아이들을 데려가 버리거나 내버려둔 채 떠났다. 남편이 폭력을 휘두른다고 했고, 그러니 이혼해서 위자료를 달라고 했다. 결혼 중에도, 남몰래 쓴 돈이 늘어났고, 빚이 생기기도 했다.

아빠들은, 교회에 나갔던 어떤 자녀에게서 이모들이 떠들면 바늘로 찌른다는 말을 들었다. 전쟁뉴스가 나오면 뭘 봤는지, 아들이 벌벌 떨었다. 아내와 자녀가 뭘 듣고 배우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단체가 ‘사이비단체’라는 건 분명했다. 어떻게든 빼내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가정은 망가지고, 가장의 가슴은 피멍이 들어갔다.

“남편이 아내가 하나님의교회에 다니는 걸 알게 되면 아내가 남편의 인적사항을 교회 쪽에 건네는 것으로 안다. 만약 남편이 하피모에 가입하면, 남편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가장이 홀로 교회랑 싸워야 한다. 최근에 알게 된 소식이, 아이들의 엄마가 이혼사유를 만들기 위해 정신병이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거다. 그렇게 당하는 남편이 많다. 사망한 이씨도 정신병자로 몰리기 시작했다.”(하피모 관계자)

안타까운 일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피모의 한 회원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들을 막지 못하면 더 큰 참사가 일어납니다”라고 했다. “두 번 다시 종교문제로 자살하는 피해자가 없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가족이 하나님의교회에 빠져 자살을 생각한 남편은 이씨 한 명만이 아니었다. 그 회원은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만나본 피해자 중에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사람이 6명이 넘습니다. 한 분은 죽으려고 수면제 과다 복용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분이 있었고 또 다른 분은 목을 매려다 아이들 생각에 차마...”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 개인에게, 아니면 다른 가족, 종교단체 중 어느 한쪽에 모든 책임을 전가해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식, 근거 없는 비판이라는 식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 피해자들이 품게 되는 분노를 근거 없다고 비난할 수 없다. “사람의 생명마저도 저들에게는 조롱거리로만 치부되나 봅니다. 정말 저런 집단을 하나님이라 칭하며 다니는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구원과 천국이 한 집안의 가장 목숨보다 중요한 건지 말입니다.” 하피모의 한 회원이 말한 것처럼, 문제의 원인에 하나님의교회는 빗겨가지 않는다.

“남편들은 다 죽고 싶었다. 끔찍했다. 아이들마저 거기에 빠지면 감정이 극단으로 간다.” 하나님의교회에 아내와 자녀가 빠진 걸 알게 된 남편들이 보통 어떤 심정인지 한 남편에게 묻자 이렇게 답했다.

가장들은 그렇게 버티고, 싸우고, 투쟁하고 있었다. ‘다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을 누군가 겪고 있다고 해서, 그 크기가 작거나 외면할 수 있는 대상인 건 아니다. 예수의 사랑을 지닌 교회가 한 가장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단문제에 대해서 끝까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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