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자식 사랑

제가 교회를 안 다니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엄마는 그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시면서 계속 교회에 나올 것을 강요하셨습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죠. 오래전부터 ‘이거다!’하고 믿기 시작해 어느새 깊이 뿌리내린 교리가 한순간에 쑥 하고 뽑히던가요. 스무 살을 넘긴 시점에서 저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답답했습니다. 여전히 엄마는 제가 사단의 미혹 에 빠져서 교회를 안 나가고 있는 줄 알지, 아예 놓아버렸다고까지 생각은 못하시는 것 같더군요. 겹쳐지지 않는 교차점에 지긋지긋하고 답답했던 저는 급기야 연락을 잘 드리지도 않던 삼촌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얘기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주 미쳐버릴 것 같더라고요. 거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제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엄마의 친척분들도 하나님의교회를 질리도록 권유받으셨더군요. 지금은 이모들, 삼촌들, 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조용히 입만 다물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세상사로 바쁜 친척들은 그렇다 치고, 저 역시 엄마가 하나님의교회에 가는 걸 굳이 말리지는 않습니다. 옳든 그르든 그 길은 엄마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죠.

그걸 막을 권한은 제게 없었습니다. 막고자 해도 듣지 않으실 분이시고요. 주변에 전도할 만한 사람들이 다 멀어지고 난 이후로, 저를 향한 전도의 세레나데는 더 강해지고 심해졌습니다. 엄마는 아버지 어머니 하나님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셨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홀린 듯이 “아버지…”를 중얼거리십니다. “딸 좀 (교회 문제로) 그만 괴롭히라”는 아빠의 말에도 “세월호처럼 그렇게 자식이 죽어가도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게 부모인데,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자신은 돈도 없고 힘도 없어서 오직 소중한 딸에게 붙일 수 있는 건 하나님의 보호뿐이었다. 그때는 속으로 놀랬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을 줄이야’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대답하는 엄마는 마치 딴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뭐 교회 강요하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엄마의 모습은 제 시선에 딱 “사단 마귀에 들린 모습”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보호네 은총이네 하며 무슨 말을 떠들든 죽을 사람은 죽습니다. 아무도 저를 지켜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신마저도요. 그걸 어린 시절에 이미 깨달은 저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하루는 저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전도’에 질려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왜 다른 사람들한테는 전도 안 해?” 그러면 엄마는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말을 대답으로 내세우셨습니다. 내 새끼 하나 시온에 못 들이는데 누굴 들이냐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기가 차서 반박했습니다. “그럼, 엄마랑 같이 나고 자란 이모들과 삼촌들 그리고 그동안 함께 지내왔던 엄마 친구, 그 사람들은 안 소중하다는 거야? 70억(예전에는 60억) 구원한다면서, 이모와 삼촌들, 엄마 친구는 지옥에 던져지게 둬도 괜찮아? 설교 시작하기 전에 시온의 향기 맨날 나오잖아.

어떤 사람은 직장 상사, 동기가 하나님의교회를 안 좋게 보는 입장이었는데 전해서 식구 만들고,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도 전해서 열매 만들었다던데. 왜 엄마는 그렇게 안 해? 그 사람들은 뭐 한가해서, 자기들이 돌아오는 시선 모르고 그런 줄 알아? 그 사람들은 그럼 뭔데?” 엄마는 그제야 본인에게도 뭔가 깨달으신 점이 있으셨던 건지 더 이상 저에게 ‘교회’의 ‘교’자도 꺼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식이 왜 교회를 나오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는 납득할 수 없지만, 지금 자신의 상태를 다른 사람 입으로 듣고 나서 뭔가 깨달은 점이 있으셨겠죠. 하나라도 깨달으셨다면 다행이겠지만요.

탈퇴 후 깨달음과 성장

남들에 비하면 그렇게 크게는 보이지 않을 시련이라도, 저는 20대 초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하나님의교회의 이상함을 본격적으로 감지했습니다. 그 뒤 여러모로 위험하단 점을 알게 되어 하나님의교회와 영원한 작별을 고할 수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저를 옭아매고 있던 사슬을 드디어 끊어버린 거죠.

아무것도 모르고 기에 눌려서 마지못해 따라가던 그 시절에 비하면 한층 더 어른이 된 것 같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교회에 있을 때보다, 탈퇴 이후에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슴에 와닿았던 건, 비록 타 지역이지만 한때는 하나님을 믿고 봉사하셨을 당회장님, 장로님, 권사님이나 집사님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일개 성도로 있던 저와는 달리 나름 성도보다는 위에 있는 직급에서 수많은 부조리를 봐오셨던 분들을 생각하니 정말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록 거기서제가 그런 경험을 했던 건 아니지만 몰랐던 사실도 많았고, 어느 정도 생각한 부분과 겹치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그 글을 읽으며 위안도 많이 받고 공감도 되었습니다.

하나님의교회를 벗어나 무교가 된 지금의 저는 아직도 세상의 무엇이 옳은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점은, “사람이 스스로 우러나오는 믿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신앙이다”라는 것이었죠. 사람이 열이면 열 개의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자신만이 옳다고 하며 남의 생각을 죽이고 자기 생각으로 채우려고 하는 이 사태가 옳은 것이냐 물어온다면 저는 결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신약에 이런 구절이 있죠. “남편은 아내를 위하고 아내는 남편을 섬기며, 자녀는 그 부모를 따르고 부모는 그 자녀를 위한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과도하고 맹목적인 믿음은 성경에서 말하는 가족 간의 평화마저 깨트려 버립니다. 도움의 손길이 되길 원했던 것이 되례 독이 되어버리는 거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진정 가야 할 길을 알지 못한 채 막다른 길로 빠지는 분이 너무나도 많아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저에게 있어 어머니는 장길자씨가 아닌 육의 어머니인 것처럼, 신으로 우상화되어 있는 사람보다 자신의 주변 사람을 더 우위에 두게 되는 것이 많은 사람의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엄마가 교회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엄마의 길이려니 하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 늘 불안정하여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의존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완벽한 존재를 원하게 됩니다.

신이라는 개념도 아마 그 과정에서 탄생했을 겁니다. 자신이 숭배하고 따르는 우상적 존재를 좇으면서도, 다른 이면에는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길 원하고 있을 겁니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는 것은 사람의 자유라 할지라도, 이것이 선을 넘게 되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으로 왔다는 자칭 신을 믿는 시간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고, 나는 지금 어떤지 살펴보고, 베풀 수 있는 사랑을 주며 나를 향한 사랑을 감사함으로 받는 은혜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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