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이단사이비에는 유독 청년들이 많다. 그리고 이 청년들은 대부분 기존의 정통교회 출신이다. 이단사이비의 무엇이 이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청년들이 이단사이비에서 종교중독 현상을 보이는 정신내적 요인은 무엇인가? 이단사이비에 빠진 많은 청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가출하며 착취구조에 자신을 맡긴다.
▲ 유연철 장로 서울 우이감리교회 이단대책위원장 서울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 박사 서울신학대학교 한국 카운슬링센터 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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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개인의 삶이 종교에 의해 파괴되는 해로운 신앙(toxic faith)이다. 이 청년들의 행위중심적 종교활동은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 하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며, 믿음이라는 명분하에 행해지는 종교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기에 발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심리발달 요소인 ‘개인 정체감(personal identity)’ 형성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은 청년기를 ‘정체감과 정체감 혼란’의 시기로 정의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체감의 확립 여부가 청년기의 주된 심리사회적 위기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심리발달 요소인 개인 정체감이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한 기독 청년의 경우는 하나님 안에 존재하는 ‘자기(self)’라는 ‘자기항상성’1) 이 미약하여 이단사이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단사이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청년들은 이미 성장기에 정서적 결핍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대 정신분석인 자기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청년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공감을 받지 못하여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부모가 아기에 대한 충분한 돌봄에 실패할 때 아기는 부모와 친밀한 공감적 관계를 맺지 못한다.
이때 아기의 자기는 정상적인 발달이 정지되는데 이를 나르시시즘의 상처라고 한다. 이는 인간 본성의 핵심인 자기의 구조가 파편화된 상태로써 일종의 결핍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청년들이 가정이나 평소 다니는 교회에서 정서적인 면을 채우지 못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새로운 집단이나 대상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단사이비는 청년들의 이러한 정서와 심리를 겨냥하여 심리상담, MBTI, 에니어그램 등 심리적인 면을 터치하며 접근하여 청년들을 현혹한다. 청년기는 정체감 탐색과정 중에 때로는 자신에 대한 절망과 방황을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을 환대하는 집단에 쉽게 유혹될 수 있는 정서적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극심한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는 청년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듯 이단사이비에서는 청년들의 불안심리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포교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즉, 청년 대학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문화적 포교방법을 개발하여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포교활동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심리학을 주창한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자기의 발달이 정지되어 생긴 나르시시즘 상처의 핵심이 되는 세 가지의 요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첫 번째는 수치심으로써 이는 자기 존재를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공허한 마음이다. 즉, 수치심은 유아가 부모로부터 사랑과 공감적 반영을 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감정으로써 과도한 수치심은 인간관계를 해치며 공의존2)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러한 청년은 중독적 행동으로 쉽게 발전할 수 있으며, 뭔가 유용한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자신이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오는 이단사이비의 포교방법은 청년들을 쉽게 무력화시킨다. 또한 이들 청년들이 이단사이비에 포교되면 과도할 정도로 종교행위에 몰두하는데, 이것은 내면의 공허감을 채우려는 무의식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격노의 감정이다. 이 감정 역시 아기의 적절한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되었을 때 생기는 격한 감정이다. 이 감정은 일생을 통하여 한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고 지각하는 방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자기애적 격노의 감정이 외부로 분출되지 못하면 깊은 우울로 인하여 그 격노의 공격성이 자기 자신에게 향할 수 있다.
즉, 자기 자신을 쓸모없고, 무능력한 존재로 평가하는 고통스러운 ‘자기비하’에 빠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중독은 제어할 수 없는 충족욕구로써 어떤 대상이나 행동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삶의 주체가 ‘나 자신’에서 ‘중독 대상’으로 바뀌는 것이며, 나르시시즘의 상처로 인해 생긴 마음의 결핍이 외적 행동으로 드러나는 병리적 증상이다.
이단사이비에서의 종교중독 역시 일반적인 중독 현상과 본질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종교중독은 종교집단의 교리나 가르침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종교중독에 빠진 자들은 신을 믿기보다는 종교 활동이나 교리 등 신 이외의 것에 집착하여 실천과 봉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정받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데, 이것은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는 내면의 정서에 기인하는 것이다.3) 종교중독에 빠진 신도들은 외형적으로는 독실한 신앙인 같지만, 타인에 대해 비판과 정죄가 많고 하나님 자리에 자기 자신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특히 이단사이비에 빠진 청년들의 경우는 오직 종교적 실천과 봉사를 통해 구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완고한 신앙을 갖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행위는 무의식적으로 현실적인 삶의 고통과 정서를 회피하고자 하는 일종의 현실도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단사이비의 교주를 신봉하는 청년들의 심리를 이상화(idealization)의 개념과 연결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아기에 부모와의 공감적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아는 부모를 대체할 수 있는 외부대상에 눈을 돌리게 된다.
따라서 이단사이비에 빠진 청년들이 교주라는 절대적 권위의 추앙대상에게 복종하는 것은 유아 시절 부모에 대한 이상화 욕구의 좌절로 인한 일종의 병리적 현상이며, 이는 종교중독의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적 카리스마를 휘두르는 이단사이비 교주 밑에는 항상 묵묵히 교주의 폭력을 감내하는 추종자들이 있다.
교주와 교주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심리적으로 공생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명령하고 통제하면 쉽게 그런 행동에 익숙해진다. 따라서 교주를 생각할 때마다 청년들은 자기의 환상 속에서 어린 시절 상실했던 전능감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이러한 전능감은 청년들로 하여금 독재적이고 가학적인 교주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기제가 되어 더 깊은 종교중독으로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정통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정통교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이단 예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단 예방 교육은 물론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정서적 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말씀과 기도 등 영적 양육과 더불어 청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정서적 돌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단사이비의 감성적인 포교 앞에 청년들의 교회이탈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1) ‘자기(self)’는 정신세계의 중심으로써 인간 본성의 핵심이다. ‘자기 항상성’은 의식의 흐름 가운데에서 자기 자신이 동일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으로 자기의 연속성과도 그 의미가 유사한 개념이다.
2) ‘공의존’은 수치심을 없애려고 ‘거짓자기’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가면인격’이다.
3) Father Leo. Booth, When God Becomes a Drug: Understanding Religious Addiction & Religious Abuse (Long Beach: SCP Limited, 1998),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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