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작게보기
페이스북
2021년 이단 트렌드
현대종교 |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21년 02월 04일 08시 44분 입력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이단 문제 역시 불확실성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는 이단 문제의 새로운 변곡점이었다. 코로나 환경의 불안정과 신천지의 사회적 노출은 이단 트렌드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1)

온라인

향후 예상되는 첫 번째 이단 트렌드는 ‘온라인’이다. 1970년대 저명한 종교사회학자인 베인브리지와 스탁은, 코로나 이전 신흥종교운동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직접적 참여보다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로 구성된 오디언스컬트, 둘째 필요할 때만 모임에 참여하는 클라이언트컬트, 셋째 동일한 영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적이며 정기적으로 회동하는 컬트무브먼트이다.

한국 이단들은 마지막 유형이 다수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단들은 전통적 유형들을 뛰어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장소’와 ‘연령’을 초월해 미혹하는가 하면,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곳곳에 미혹의 덫을 치고 방문자들을 기다린다. 더욱이 대중은 이제 스스로 손품을 팔아 이단 사이비 콘텐츠들을 찾아 기웃거린다.

현재의 비대면 거리두기 상황은 이단들에게 결코 악조건이 아니다. 올해는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이단들의 포교와 교육, 통제가 더 광폭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업그레이드

두 번째 트렌드는 ‘업그레이드’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종교연구소는 코로나 이전 신흥종교운동들의 성공 요인에 대해 신격화된 교주의 존재, 새로운 교리의 제시, 세력 형성, 거점 확보 등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조건들은 6·25전쟁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흥해 정착한 한국 이단들의 특징들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단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조건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했다. 우선 교주의 신격화를 노골적으로 주장하지 않지만, 실제로 모든 권력과 부가 교주에게 집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성경 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최신 심리상담기법이나 교육시스템 등을 적용해 미혹한다. 대규모 대면 집회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무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하게 접근한다.

오프라인 거점 확보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위장과 거짓말이 쉽고, 시공간 제한도 받지 않는 사물인터넷 세상이 이들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벤치마킹

세 번째 트렌드는 ‘벤치마킹’이다. 신흥종교연구가 고 이강오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신흥종교운동은 서양과 유사한 창교(創敎)형 개조형 분파형도 있지만, 한국만의 차별화된 조합형과 기업형도 있다. 조합형은 신흥종교운동들이 서로를 벤치마킹하며 혼합주의적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기업형은 종교적 목적보다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착취를 자행하는 사이비적 특징이 있다.

코로나 이후 이단들의 경우 조합형과 기업형의 특징들이 치밀하게 결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온라인 세상에서 이단 사이비들은 실시간으로 범죄적 노하우를 서로 벤치마킹하는 한편, 사회의 폐쇄적 사각지대에 숨어 타인의 돈과 성, 삶을 교묘하게 착취하는 역기능적 행태들을 지속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멈추지 않는 2021년 새해, 교회와 목사의 탈을 쓰고 비윤리적,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시사고발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이단 사이비 집단들의 모습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영적 거리두기

단연 코로나 시대의 키워드는 ‘거리두기’다. 역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극 권장되고 있다. 악수와 포옹은 친밀감의 표현이 아니라, 위협적인 행위가 되었다. 따뜻한 몸짓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이몰상식으로 오해받고, 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 ‘안전 불감증 오지라퍼’라고 조롱받는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 역병을 전후로 해 일상적인 관계 문화는 급격히 달라졌다.

코로나 대확산 초기 발생한 대구 신천지 사건으로 인해, ‘이단’은 또 다른 시대적 키워드가 되었다. 교회 안의 ‘교리적 논쟁’ 혹은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던 이단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신천지의 오정보로 인해 대규모 지역 감염이 확산된 후, 이러한 신천지의 행태가 우연적 실수가 아니라, 이만희 교주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된 은폐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신천지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신천지로 인해 감춰졌던 한국사회의 이단 트라우마가 다시금 노출된 것이다. 실제로 그 동안 굵직굵직한 사회적 사건들에 이단사이비 종교가 관련되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이를 우연으로 치부하며, 안이하게 대응해 온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이단과 역병의 시대’를 살며, 이단사이비 종교들을 경계하고 예방하는 일이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단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우는 사자처럼 우리들을 삼키려 달려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영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이단문제에 대한 관심과 정기적인 이단 예방 교육으로 ‘영적 백신’을 맞고, 친밀한 관계 형성으로 밀접 접촉을 시도하는 이단을 막기 위한 ‘영적 마스크’ 착용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 기반 상담 및 치유회복 센터

이단은 신천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잠재적 위험성’을 지닌 크고 작은 이단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관심을 두는 사후약방문식의 이단 대처는 지양되어야 한다. 예방과 경계에 초점을 맞춘, 거시적인 이단 대처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교단과 연합단체 중심의 이단 대처에서 ‘지역 중심의 이단 대처’로 전환되어야 한다. 최근 이단들의 지역별 맞춤형 포교와 성장 전략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교회의 이단 대처도 각 지역의 기독교연합회나 교회들이 연대해 진행하는 ‘지역 기반’ 조직의 운영이 필요하다. 지역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신속한 이단 예방 및 피해 상담은 효과적인 이단 대처 방안이다. 한번의 방문상담으로 상담, 치유, 회복이 가능할 수 있는 지역별 ‘원스톱 이단상담 및 치유회복 센터’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의 이단 대처는, ‘정죄와 분리’를 넘어선 ‘치유와 회복’을 지향해야 한다. 24만여 명의 신천지 신도들 중 1%만 이탈을 해도 2400명이다. 과연 교회는 이들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는지 불안하다. 새로운 영혼구원만큼, 길 잃은 양들의 치유와 회복도 중요하다. 이단 탈퇴자들과 가족들이 안심하고 문턱을 넘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는 ‘신천지 OUT’ 대신 ‘신천지피해 회복지원 가능’이라는 스티커가 교회 입구에 부착되어야 한다.

셋째, 온라인 이단 대처가 반드시 요구된다. 이단들의 세련된 미혹 콘텐츠에 응전할 수 있는 인력 확보와 질 높은 복음 콘텐츠의 계발과 실용화가 필요하다. 먼저,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기보다, 현재 교단 총회 및 연합기관에서 활동하는 인적자원들을 네트워크화하여 활용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이미 개인적으로 혹은 교회 차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창의적인 기독교인 유튜버들이 다수 있다.

그리고 내용도 새롭게 만들기보다 아웃소싱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우리 「현대종교」를 통해 최신 이단 관련 정보를 국내외 어느 곳이든 무제한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최근 「현대종교」의 기사들과 연구 결과를 무단으로 유출 ·도용하고, 판매까지 하는 비윤리적인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지만, 「현대종교」의 모든 자료들과 기사들을 한국교회와 공유하고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

교회, 다시 세상의 소망으로

이단을 비판하는 교회를 향해, 사회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냉소를 보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단 대처’와 ‘교회 개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교회 역사는 이단과의 투쟁의 역사이며, 이단과의 싸움을 통해 교회의 신앙과 신학이 확립되어 왔다. 정결하고 건강한 교회가 이단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교회사학자로서, 특정 시기의 교회를 연구하면 같은 시기에 성행하던 이단들의 문제점들을 간파할 수 있고, 반대로 이단을 연구하면 교회의 문제점들을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최근 교회의 사회적 고립을 지켜보면서, 다종교 한국사회에서 이단과 교회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즉 최근 이단들은 ‘친사회적’ 활동을 통한 ‘순기능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다종교 한국사회는, ‘이단과 정통’ 구분보다는 ‘사회적 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단들이 ‘이타적인 봉사활동’이라는 양의 옷을 입고 활동하는 동안, 교회들이 ‘이기적인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면, 한국사회는 오히려 이단을 선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교회적 차원의 답변을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극단적인 이념적·정치적 프레임이 덮여지는 시대에, 교회는 사분오열된 모습으로 무기력하게 서 있다. ‘사리사욕이나 교권을 위한 야합’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선한 연합’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다.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빌1:18)라는 고백을 마음에 품고, 교파와 교리를 넘어선 연합적인 이단 대처가 요구된다. 교회가 정결한 모습으로 이단을 대처하지 못할 때, 이단을 향한 사회적 비판은 언제든지 부메랑이 되어 교회를 향할 수 있다.

구한말 콜레라 역병을 퇴치하기 위해 앞장섰던 교회가 민족의 소망으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한국교회는 ‘이단과 역병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선한 싸움을 싸워야 한다. 마스크를 벗고 서로 얼싸안는 날을 기다리듯, 우리 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하나님과 민족의 자랑으로 다시 서는 그날을 소망 가운데 기다린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각주

 

1) 이 글은 「국민일보」(2021.1.5.) “2021년 이단 트렌드 전망” 칼럼과 「신앙계」(2021.1) “2021 최신 이단 포교 트렌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 저작권자 (C) 월간 현대종교(hdjongkyo.co.kr), 영리 목적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탁지일 교수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