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종교시설에 가서 참배하며 새해의 복을 빈다. 2018년 일본의 가 “설날에 어디에 가서 복을 빌겠습니까?”라는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신사가 63%, 절이 4%, 어디라도 상관없다가 33%였다. 한 군데를 선택하자면 신도의 신사를 가겠다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신사라고 해도 모든 신사가 같은 것은 아니다. 메이지 신궁, 이세신궁, 야스쿠니신사 등 웅장하고 역사가 있으며 유명한 신사에 사람이 몰린다. 메이지 신궁 같은 경우 매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 300만 명이 참배하였다. 참배하는 사람들은 참배뿐만 아니라 헌금과 같은 사이센(賽銭)이라고 하는 참배금을 봉납한다. 소니 생명보험주식회사가 2019년 11월 일본 전국의 남녀 4700명을 대상으로 사이센 금액에 대한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평균 금액은 286엔이었다.

메이지 신궁에 참배하는 사람 수와 평균 사이센 금액을 단순히 계산하면 약 8억 9000만 엔(약 93억 원) 된다. 그리고 「현대종교」 2018년 2월호에 보도한 바와 같이 ‘토미오카 하치만궁(富岡八幡宮)’이라는 유명한 신사에서 궁사(신사의 성직자)의 지위를 놓고 남매가 피를 부르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메이지신궁(明治神宮) 신사(출처: https://www.meijijingu.or.jp/)

  

남매간의 인간관계에 기인한 사건이었지만 권력과 명예, 무엇보다 돈과 관련한 갈등이었다. ‘토미오카 하치만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토미오카 하치만궁의 수입은 설날에만 약 2억 엔(약 21억 원)”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의 참배는 평소와 모습이 달랐다. 섣달그믐 날부터 늘어선 야간 참배를 금지하거나 분산 참배와 새해 이전 참배를 호소하는 신사, 절도 적지 않았다.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일본의 신사를 관할하는 신사본청은 전국 약 8만 개의 신사에 지침을 통보했다.

“신사의 코로나19 감염 대책 가이드라인”은 사람과의 거리는 최소 1m를 확보하고, 손을 철저히 소독하며 사이센을 바친 사람이 울리는 종을 철거할 것. 그리고 참배 전에 손을 씻기 위한 국자를 철거하고 혼잡을 피하기 위해 사이센 상자(헌금함)를 늘리는 등의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가상참배를 할 수 있는 동경의 아타고신사(愛宕神社)의 홈페이지(출처: https://www.atago-jinja.com/virtual/)

  

또한 신사나 절에 가면 올해 어떤 행운이 있는지 제비를 뽑는 전통도 있는데 제비뽑기의 통을 만지면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QR 코드에 대면 표시되는 번호로 행운의 제비뽑기를 대신하는 곳도 생겼다. 그리고 많은 신사와 절은 디지털로 참배를 할 수 있도록 ‘가상참배’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정비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산 참배’를 실시하였다. 설날 당일이 아니더라도 연말부터 3월 말까지 참배를 하여도 축복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첫 참배에 기한은 없습니다. 그해 처음으로 참배하면 새해 참배”라고 에도시대 초기에 창건된 도쿄의 어느 신사의 궁사는 전하고 있다.

나리타공항에서 가까운 유명한 절인 나리타산 신쇼우지를 의식한 듯 치바현 나리타시는 1월 12일부터 한 달간 시내 1600개 이상의 점포에서 특정 전자결제로 쇼핑을 하면 ‘2021년’을 따서 구매 금액 21%분의 포인트가 부여된다는 분산 참배 추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2021년 1월 1일 나리타산 신쇼우지(成田山新勝寺)의 참배 모습(출처: 1월 3일 자 「아사히신문」 디지털)

  

일본에서 새해 참배의 풍습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메이지에서 다이쇼 시대에 걸쳐 철도가 보급되고 나서 철도 회사가 그해의 운이 좋아지는 방향에 있는 신사나 절에 가서 참배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며 경제적 이익과 신앙의 마음을 교묘히 조합하여 만든 것이 그 시초이고, 운이 좋아지는 방향뿐만 아니라 같은 신사나 절에 매년 새해에 참배하러 가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정부와 종교관계자가 코로나19의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한 결과 새해 첫날 ‘집중’참배는 피할 수 있었고 2020년에 비해 설날 참배는 크게 감소했다.

일본의 무선통신회사인 소프트뱅크의 계열회사인 ‘Agoop’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 오후 1시 시점의 도쿄 메이지진궁(明治神宮)의 참배율은 2020년 같은 시간에 비해 78.2% 감소했고 후쿠오카의 다자이후텐만궁(太宰府天満宮)은 81.1%, 오사카의 스미요시 타이샤(住吉大社)는 67.7%, 나고야의 아츠타신궁(熱田神宮)은 73.4%, 미에의 이세신궁(伊勢神宮)은 62. 6% 감소하는 등 주요 지역의 조사 대상 10곳의 유명한 신사와 절 모두 60%이상 대폭 감소했다.

한국에서도 새해 들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3일 서울 동부구치소를 비롯한 각종 요양시설과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감염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교회에서는 비대면 예배를 계속해서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초기부터 제정일치의 천황제국가를 지향하여 국가신도체제 하에서 종교통제를 하는 것이 당시 일본 정부의 과제였다. 그러나 신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의 이유로 1899년 이후 여러 차례 법안제정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가와사키시의 유명한 절인 가와사키다이시(川崎大師)는 참배자가 작년의 10% 라고 2021년 1월 4일 아사히TV가 보도했다.

  

그러다가 국가통제가 강화된 1939년 이법령을 제정 공포하고 1940년 4월 1일 시행되었다. 종교단체법을 통하여 종교단체를 통폐합하고 종교단체의 조직과 교의를 전쟁협력과 현 인신 천황숭배 강요에 이용하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의 종교단체는 신앙의 자유를 국가가 통제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상사태가 선포되거나 특별법 제정이 논의될 때, 종교인은 종교 활동의 영위가 제한되는 상황을 신중하게 파악함과 동시에 시민사회의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을 추구하는 것을 전제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하나님에 대한 기도와 이웃에 대한 봉사 그리고 하나님과 이웃과의 교제를 지금과 앞으로의 과제로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C) 월간 현대종교(hdjongkyo.co.kr), 영리 목적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일본의 스가 내각과 종교 사정
• 인터콥의 '음모론'과 '이중 멤버십'
• 종교 탈퇴를 돕는 전문 기관들 일본에 등장
• 코로나19와 일본의 신흥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