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과 안식일을 지켜야 죄사함을 받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대표적인 경우가 이른바 ‘하나님의교회’이다. 그들은 이러한 절기들을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초대교회 성도들이 지켰고, A.D.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폐지된 이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출처: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유튜브)

  

그러면서 이러한 절기들을 회복하고 지키고 있는 자신들이야말로 구원의 진리를 소유한 진정한 교회라는 주장을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통교회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며, 유월절과 안식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원’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구원’은 신분의 변화로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영적 구원’과 삶 가운데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는 ‘일상의 구원’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의미에서의 구원은 ‘은혜’와 ‘믿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바울은 이러한 구원 사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2:8-9).

이러한 구원의 의미는 구약성경에서부터 줄곧 증언되고 있다. 노아의 선택(창6:8)뿐 아니라 아브라함의 부르심(창12:1-3; 18:19)과 이스라엘의 선택(신7:6-8, 참조. 출2:24-25)도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진 것이요, 그들을 사랑하시고 언약을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선택과 부르심에 믿음으로 응답할 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구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는 대비되는 두 번째 의미의 구원은 현실의 삶에서 경험될 수 있는 ‘일상의 구원’이다. 이러한 일상의 구원은 하나님과 맺은 언약 관계의 지속이라는 의미에서 이해된다.

그런데 언약관계의 지속은 언약 상대자 모두의 행동이 중요하다. 특별히 인간 편에서 언약 관계의 지속을 가능케 하는 언약에의 신실함을 보여야 한다. 언약에의 신실함은 언약 관계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인간의 책임 있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간의 책임 있는 행동이 무엇인가를 기술하고 안내하며 규정하는 것이 성경에 나타난 다양한 율법과 절기와 제도들이다.

그러므로 율법과 절기와 제도들은 언약 관계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삶의 방식과 지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유월절과 안식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율법과 절기와 제도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아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바를 따르면 유월절이나 안식일은 ‘영적 구원’을 이루는데 필요한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언약관계의 삶을 지속시키는 ‘일상의 구원’을 위해 필요한 삶의 방식과 지침이다.

‘일상의 구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구원받은 자가 누리는 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약관계의 지속은 구원의 삶을 지속하는 것이요,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 가운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상의 구원’을 위해 기능하는 율법과 절기와 제도들은 구원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 구원받는 자가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게 하는 삶의 방식과 지침을 제시한다.

그런데 성경에 기록된 율법과 절기와 제도를 이해할 때 구약과 신약 사이에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구약과 신약 성경을 관통하여 여전히 유효한 율법과 절기와 제도가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율법과 절기와 제도의 의미가 있다. 예컨대, 구약과 신약 사이에 연속성을 보여주는 율법은 십계명이 대표적이다.

십계명은 모든 율법의 요약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수님도 여전히 십계명을 율법의 주요내용으로 언급하셨다. 이같은 사실은 공관복음에서 영생에 관해 질문하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막10:17-27; 마19:16-22; 눅18:18-27).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 Luther)도 1530년의 “십계명에 대한 주해서”의 서언에서 십계명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십계명은 “모든 약속 중의 약속, 모든 신앙의 원천이며, 그리스도의 복음의 약속을 포괄하는 지혜의 원천이다.”(WA 30/2, 358).

하지만 이렇게 율법의 요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십계명도 더 짧은 형태로 요약될 수 있었다. 예수님은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라는 율법사의 질문에 이렇게 응답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22:37-40; 또한 참조, 막12:28-31; 눅10:25-28).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은 구약과 신약이 연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약의 율법이 예수님이 오신 후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구약의 내용 가운데 더 이상 유효하거나 필요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구약의 제도와 절기가 예수 그리스도 사건을 통해 새로운 제도와 절기로 바뀐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구약과 신약 사이의 불연속성을 보여준다. 그러한 예로서 구약시대에 드려졌던 다양한 ‘제사들’이 있다.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께서 십자가 죽음을 통해 ‘단번에’ 드려지심으로 죄사함을 위한 모든 제사가 필요치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저 대제사장들이 먼저 자기 죄를 위하고 다음에 백성의 죄를 위하여 날마다 제사 드리는 것과 같이 할 필요가 없으니 이는 그가 단번에 자기를 드려 이루셨음이라”(히7:27);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히9:12; 또한 참조, 히9:26, 28; 10:2, 10; 벧전3:18).

또한 레위기에 규정된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에 대한 율법(레 11장)이 그러한 예이다. 사도바울은 음식물에 대한 논쟁에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딤전4:4-5)이라고 말하며 구약의 음식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질것을 말했다.

사도행전 10장에 기록된 베드로의 환상(9-16절)이나 예루살렘 사도회의 결의사항(행15:28-29)도 구약의 율법 가운데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이와는 달리 구약의 절기와 제도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에 맞추어 새롭게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월절과 안식일 제도일 것이다.¹⁾

유월절(踰越節, Passover)은 출애굽의 구원을 기념하는 절기이다(출12:21-27).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유월절 어린 양을 잡아 문인방과 문설주에 피를 뿌리게 하심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장자의 재앙을 면케 하시고, 출애굽을 통해 그들을 언약의 백성이 되게 하셨다.

이러한 유월절의 구원사건을 의미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이다. 예수님은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서 오셨다(요1:29).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서 유월절 어린양과 같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흘리신 보혈이다.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독생자 예수의 십자가 구원 사건을 믿고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면 구원의 백성이 된다(요3:16). 이런 점에서 유월절은 예수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가 알려주는 절기이다. 하지만 유월절을 지키는 것 자체가 구원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기독교에서는 유월절의 의미가 부활절로 전이되었다.

이 두 절기는 시기적으로 겹칠 뿐만 아니라 의미상으로도 서로 연결된다. 부활절은 유월절 어린양으로 죽으신 예수가 삼 일 만에 다시 살아나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죄와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를 구원하기에 충분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증언한다.

그러기 때문에 오늘날 기독교회는 유월절을 지키지 않고 부활절을 기쁨과 감사의 절기로 지킨다. 여기에서 여전히 유월절을 지키는 유대교와 부활절로 대체하여 지키는 기독교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더 나아가 유월절 어린양의 피의 의미는 유월절이 아니라 성만찬을 통해서 기념된다(요6:53-57).

안식일(安息日, Sabbath)도 유월절에 대한 이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십계명을 비롯한 다양한 법을 통해서 안식일을 지키라는 명령이 나타난다. 구약의 안식일은 힘든 노동으로부터 휴식하게 하는 ‘숨 돌리기’, 출애굽 구원사건에 대한 기억과 실행으로서 ‘해방과 자유’, 다양한 절기와 안식년/희년 법의 기본원리로서 ‘회복과 새로운 시작’, 그리고 언약의 표징으로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 제공’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²⁾

하지만 명심해야 할 사실은 이러한 안식일의 의미가 부활사건 이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인 ‘주일(主日)’로 대치되었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활동시기에서는 예수님도 유대인의 전통을 따라 안식일에 예배하였으나(마12:9; 13:54; 요7:10; 9:22), 부활 이후 그리스도인들은 안식 후 첫 날 모임을 가지기 시작하였다(행2:1; 20:7; 고전16:2).

요한계시록에는 ‘주의 날’이라는 명칭도 나타난다(계1:10). 여기에서 다시금 유대교와 기독교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러한 변화는 교회 역사에서 새로운 전통으로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초기교회의 주일지침(디다케 14장)에는 ‘주님의 주일마다’ 모여서 빵을 나누고 감사드리라고 규정하였고, 주후 321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주일을 법정 공휴일로 제정하였다. 종교개혁자들은 안식일이 폐지되었음을 강조하였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21장)에는 안식일 규정을 주일에 적용하였다. 현대 기독교회는 이러한 전통 속에서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고 있다.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이 땅의 삶과 밀착된 상황에서 기록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할 수도 있고, 다양한 신학적 이해와 전통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렵기도 하다. 쉽고도 어려운 성경을 어느 특정한 입장만을 가지고 자기 입맛에 맞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이단 사이비의 특징이다.

2021년에는 이러한 이단 사이비의 가르침을 물리치고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더욱 분명해지고 풍성해 지기를 소망한다. 쉽고도 어려운 성경이 성령의 조명을 통해 우리를 구원과 거룩의 삶으로 온전하게 인도하기를 바란다(딤후3: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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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안식일과 유월절의 바른 이해에 관해서 ｢현대종교｣2012년 1월호와 2월호에 게재된 필자의 글인 “구약에 나타난 절기 이해(1)”과 “구약에 나타난 절기 이해(2)”의 내용을 참조하라.
2) 이점에 관하여 필자의 졸고를 참조하라. 하경택, “구약성경에 나타난 안식일 법 - ‘하나님 닮아가기(imitatio Dei)로서의 안식일 준수,” Canon&Culture 28 (2020, 가을), 8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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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택 교수 본지 편집자문위원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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