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의 핵심적 내용은 인간 구원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구원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도대체 구원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구원(救援)이라는 말은 곤경에 빠진 사람,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와서 그 곤경과 위험에서 건져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곤경을 경험한다. 질병, 사고, 진학이나 취업의 어려움, 사업의 실패, 사람들과의 갈등, 더 나아가 전쟁, 전염병, 태풍, 홍수, 가뭄, 지진 등 많은 곤경을 경험한다. 사랑의 하나님은 그런 일들 속에서도 우리를 도우시고 건져주시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곤경 중에서도 가장 궁극적인 곤경인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육체적 죽음뿐 아니라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깨어지는 영적인 죽음이다.

그런데 성경에 의하면, 그 죽음의 원인은 바로 죄라고 한다. 로마서 6장 23절에 “죄의 삯은 사망”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구원은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이요, 그 원인이 되는 죄로부터의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죄인이며, 우리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영적 무능력자들이다.

그런데 죄악은 미워하시지만, 죄인은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실 구원자를 보내주셨다. 그분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우리가 받아야 할 형벌과 저주를 대신 담당하셨다.

구약시대에는 하나님의 백성이 죄를 지었을때, 하나님이 정해주신 율법(제사 예법)에 따라 죄를 회개하고 양이나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면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다. 죄가 반복되면 제사도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약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 언약이 주어졌다.

그리스도는 스스로 하나님께 바치는 순결한 어린양이 되어 우리를 위하여 완전한 제사를 드리셨다. 히브리서 9장 12절에 의하면, 그리스도는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고 하였다. 그리스도는 완전하고 순결한 자신을 제물로 드려 우리에게 완전하고 영원한 속죄를 이루어 주신 구원자이시다.

우리가 예배 중에 거행하는 성찬 예전은 바로 그 그리스도의 영원한 제사의 효과를 되새기며 기념하며 새로이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마26:28) 이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구원자는 없다(행4:12).

세간에 자칭 재림 예수라고 하는 자들이 있으나 모두 거짓이다. 재림 예수는 어느 특정 이단 집단 안에 비밀리에 오시지 않고 “구름을 타고 큰 권능과 영광으로 오실 것”이요 그의 “천사들이 택하신 자들을 땅끝으로부터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며 (막13:26-27), 만왕의 왕으로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방식으로 오실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간혹 자신이 영생불사하는 재림 그리스도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결국은 자신이 죽어서 그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또한 자칭 보혜사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들도 거짓일 수밖에 없다. 보혜사 성령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으로 모든 참된 그리스도인들 안에 이미 계시기 때문이다(요14:16-17).

우리는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죄사함을 얻으며, 영생을 얻는다. 로마서 8장 1-2절에 의하면,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고 하였다.

또한 갈라디아서 3장 13절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다”고 하였다. 이 놀라운 은혜는 우리가 성령의 은혜 가운데서 믿을 때에 우리 각 사람에게 적용되며 실현된다. 요한복음 3장 16절이 말씀하듯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이 놀라운 은혜를 믿음을 통하여 얻으며 누리게 된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우리가 “믿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죄용서와 의롭다하심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로마서 3장 24절은 죄인인 인간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고 하였다.

우리는 이 구원을 죄사함으로, 죽음과 저주로부터의 해방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됨으로, 의롭다 하심으로(칭의, 稱義), 영생으로 경험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우리 자신의 선행이나 율법적인 행위의 공로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다.

에베소서 2장 8절에 의하면,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것은 복음, 곧 복된 소식이다. 기독교 신앙은 그리스도의 은혜의 복음에 대한 신앙이기도 하다.

비신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선(善)을 행한 사람은 구원을 받아 천국에 들어가고, 악(惡)을 행한 사람은 심판을 받고 지옥에 들어간다고 해야 상식적으로 맞는 일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라는 점이고, 아무리 선행을 한다고 해도 그 선행으로 자신의 죄를 씻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스스로를 구원하여 천국에 들어가거나 영생을 얻을 수가 없다. 로마서 3장 10절에 “의인은 없으니 하나도 없다”고 하였고, 또한 로마서 3장 23절에 의하면,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라고 하였다.

이것이 모든 것이라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은혜를 허락하셨다. 죄인이었던 우리는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로 죄 사함을 받고 감히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는 복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상한 사람들은 기독교를 표방하면서도, 주일예배 참석 횟수나 십일조를 비롯한 헌금의 액수, 혹은 전도의 실적이나 교회에 봉사하는 행위 등으로 구원에 이르는 것처럼 가르치거나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은 전혀 신약성경이 전해주는 복음이 아니다. 물론 주일성수나 헌금을 잘하는 것, 전도를 열심히 하고 교회의 일에 열심히 봉사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들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원을 가능하게 하는 공로가 되고 점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받은 신자들이 감사의 응답으로 드려야 할 마땅한 행위이다. 이 선후 관계를 혼동하면 안 된다. 비유하자면,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구원하실 때,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선행을 모두 점수화하여 체크하신 후, 평균 60점 이상이 되면 출애굽시켜 주시기로 하시고, 마침내 이스라엘이 평균 60점이 되었기에 출애굽시켜 주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오직 은혜로 (그들의 조상들과의 언약에 따라) 그들을 출애굽시켜 구원하신 후, 시내산에서 그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고, 그들이 지켜야 할 율법을 주신 것이다. 에베소서 2장 8절에 의하면, 우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이미 구원을 “받았다”.

또한 요한복음 5장 24절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고 하였다. 믿는 사람에게 구원은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구원을 단지 천당 입장권 하나 얻는 것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 혹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면, 그 자녀답게 살아야 하는 것이요, 영생을 얻었다면 우리의 삶을 영생답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영생은 영원한 생명이기도 하지만, 영원한 삶이기도 하다. 이 영생의 삶은 이제 시작된 것이고 우리는 그 종말론적인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구원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고 경험된 것이지만(칭의, 중생), 또한 동시에 하나의 삶의 과정으로 남아 있는 측면도 있다(성화, 영화).¹⁾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내가 이미 얻었다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고 하였다(빌3:12). 구원이 성화와 영화를 포함하는 과정이기도 하므로, 그것은 내가 어떤 신앙체험을 한 어떤 특별한 체험이나 날짜에 매어 있지 않다.

우리는 신앙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체험을 가질 수 있다. 가령, 우리는 어떤 전도 집회나 부흥 집회에 참석해서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고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날을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그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그러나 어떤 이상한 집단이 규정하는 특정 체험 자체가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고, 그 날짜를 아는 지식이 우리의 구원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성경 어디에도 그런 말씀은 없다. 특정 체험이나 그 날짜의 확실성에 기대어 그 이후 진실하고 경건한 삶을 살지 않는다면 그것이 참된 신앙일까?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에 달려 있다. 그런 특별하게 기억 할 어떤 체험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그 날짜를 기억하거나 하지 못하거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중요하고 그를 믿는 믿음과 삶의 진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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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로마서 8:30,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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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요한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역임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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