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자체가 아닌 과도한 신앙생활로 부부생활 해칠 경우, 이혼 사유
■ 의사 판단 가능 연령의 아이 의견, 양육권자 지정에 반영 가능
■ 가족에게 “사탄 씌었다”, 폭언으로 볼 수 있어

YTN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내와 이혼하고 싶은데 양육권이 걱정이에요”라는 주제의 상담내용이 방송됐다. 해당 방송은 지난 9월 13일에 전파를 탔고, 법무법인 숭인 소속의 강효원 변호사가 출연자로 함께했다. 종교 문제로 이혼 갈등과 함께 양육권에 대한 고민이 있는 한 남성의 사연이 소개됐는데, 이단 문제와 관련해 참조할만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강효원 변호사의 허락을 받아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후 가정은 뒷전인 아내

아내가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진 이후 집을 비우는 일이 늘었다. 성경공부를 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성경공부는 매일 가다시피 했고, 때로는 합숙 훈련을 이유로 열흘씩 집을 비우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아내에게 아이의 입시에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아내는 오히려 남편과 자녀가 “사탄에 씌었다”며 함께 교회에 가자고 설득했다. 아내를 이해해 보려고 성경공부 모임에도 1년간 참여했지만 도저히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내의 휴대폰에서 “남편 설득이 안되면 이혼하기 전에 가능하면 경찰을 꼭 부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이 문자로 크게 싸웠고, 아내는 그 날로 집을 나갔다. 남편은 “더 이상 아내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이혼을 하고 싶지만 이혼을 하면 양육권이 아내한테 갈까 봐 걱정된다”고 사연을 밝혔다.

과도한 신앙생활은 이혼 사유
종교의 자유엔 믿지 않을 자유도 포함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종교를 이유로 이혼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강효원 변호사는 “대법원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신앙의 자유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이를 침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부부 사이에는 서로 협력하여 원만한 부부생활을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신앙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라며 “그래서 처가 과도한 신앙생활로 인하여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면 파탄의 주된 책임은 처에게 있다고 한 판례가 있다”고 밝혔다. 양소영 변호사는, “아이들이 지금 고등학생인데 아이 입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데도 거절한 부분이 있으니까 이 부분을 이혼 사유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 역시 “자신이 믿는 종교를 믿도록 강요하고, 남편분이 성경공부 모임에도 참여했다. 그런데도 종교단체에서 이혼을 조장하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런 일로 크게 다투기까지 했다면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양소영 변호사는 “남편도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가 있다”며 “부인을 위해 노력을 하긴 했지만 남편과 아이에게 ‘사탄에 씌었다’고 얘기한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 역시 “일종의 폭언으로 볼 수 있다”고 동의했다.

‘양육권’ 남편이 가져갈 수 있어

결국 신앙의 자유가 있더라도 혼인 생활에 영향을 과하게 미쳐서 파탄에 이르게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종교가 혼인 생활에 과하게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강 변호사는 “종교의 교리 자체가 불법적이거나 혼인 및 가정의 개념을 부인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그러한 종교에 대한 신앙을 심중에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가정생활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다만 그 외부적 실천 행위가 혼인 및 가정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것일 경우에 문제가 될 것이어서 신앙생활이 혼인, 가정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지에 따라 과도하다, 아니다를 판단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양육권에 대해서도 답했다. 먼저 강 변호사는 “내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아이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전혀 돌보지 않는다면 친권, 양육권자는 남편에게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강 변호사는 “어린아이의 경우는 부모와의 유대관계 등을 법원에서 조사관이 확인해 보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서 독립적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을 때는 가사조사관이 아이의 의사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강효원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이혼을 조장하는 종교단체의 사주로 인해 혼인 파탄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증거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사자가 직접 그 종교단체의 집회에 참석해 설교자가 하는 말을 녹음한 녹음파일을 한 예로 들 수 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것 외에도 혹시 배우자 몰래 보험을 가입 또는 해지하였거나 은행에 거액의 채무를 졌거나 다른 재산 등을 처분하였는지 등 여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가족들이 사이비 종교단체에 빠진 배우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폭언, 감금 등의 불법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불법행위의 소지가 있는 한 상대방 쪽에서 이것을 빌미로 경찰에 신고하여 가정폭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파탄의 책임을 다른 배우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배우자와 종교 문제로 논의를 할 때에는 반드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대화를 하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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