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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요한 교수] 사탄, 마귀, 귀신이 궁금하다
현대종교 | 현요한 교수
2021년 12월 28일 08시 30분 입력

사탄, 마귀, 그리고 귀신

‘사탄’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서 대적, 대항자라는 의미인데, 신구약성경에서 두루 사용된다.1) 사탄은 초인간적 영적 존재로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의 영적인 대적이다.2) ‘마귀’라는 말은 헬라어 ‘디아볼로스’의 번역어인데 주로 신약성경에서 사용된다. 이 말의 문자적 의미는 중상모략하는 자, 비방하는 자, 거짓으로 고소하는 자라는 뜻이다.

마귀와 사탄은 동일한 존재로서, 옛 뱀이나 용으로 상징되며, 악한 세력의 우두머리로 여겨진다(계12:9, 계20:2). 귀신(‘다이모니온’), 혹은 더러운 영(‘프뉴마 아카타르토스’) 등은 구약성경에서는 드물게 사용되는데(신32:17, 슥13:2), 신약성경에서는 매우 많이 사용된다. 그들은 마귀의 부하들 혹은 사자들이다(마25:41). 신약성경에서 귀신은 주로 사람들 안에 들어가서 그들을 사로잡고 질병에 걸리게 하거나, 억압하고 죽이는 존재들로 묘사된다. 귀신들림 현상은 종종 미신적 우상숭배 종교와 관련되어 있는데3), 우리나라에서는 무당, 점복술, 굿 등 샤머니즘이나 무속신앙과 관련되어 나타난다.

마귀의 기원

마귀는 어디에서 왔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마귀와 귀신은 하나님의 피조물 중에서 천사들 중 일부가 범죄하고 타락한 것으로 이해된다. 유다서 1장 6절에 “또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을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에 가두셨으며”라는 말씀이 있다.

또한 베드로후서 2장 4절에는 “하나님이 범죄한 천사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고 지옥에 던져 어두운 구덩이에 두어 심판 때까지 지키게 하셨으며”라고 하였다. 범죄한 천사로서 하나님 보좌가 있는 하늘에서 쫓겨난 마귀는 “이 세상의 신(god of this world)”(고후4:4), 혹은 “공중의 권세 잡은 자(the prince of the power of the air)”(엡2:2)라고 불리기도 한다.4)

루시퍼?

마귀의 기원과 관련하여 간혹 이사야 14장 12-20절을 근거 본문으로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앞뒤 문맥과 역사적 정황을 보면, 이 본문은 천사가 범죄하고 타락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바벨론 왕이 여러 나라들과 예루살렘 산을 정복하고 교만하여져서 자기 자신을 하나님처럼 높이다가 결국 멸망하게 되리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물론 천사가 타락하여 마귀가 된 정황도 그와 비슷하리라고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계명성”을 라틴어 성경에서 루시퍼(lucifer)라고 번역하였고, 이를 근거로 마귀를 ‘루시퍼’라고 부르는 일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본문을 충실하게 해석하면 루시퍼는 그냥 ‘계명성’이며 동틀 녘에 뜨는 샛별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바벨론 왕의 본래 모습이 그러한 계명성에 비유할만한 훌륭한 존재였다는 말이지 ‘마귀’를 가리킨 말은 아니었다.5)

루시퍼가 마귀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된 것은 성경 자체보다는 서구 기독교 문학 작품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이 널리 퍼져서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는 루시퍼라는 말이 마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귀의 본성과 하는 일

사탄 혹은 마귀는 하나님의 원수요(마13:39), 하나님의 사람들을 대적하는 자이다.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한 자이다(요일3:8). 그리하여 사탄은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져 추방된 존재요(눅10:18), 하늘에서 땅으로 내쫓긴 자이다(계12:9). 뱀으로 상징된 마귀는 처음 사람 아담과 하와를 범죄하게 유혹한 자이다(창3:1-6). 마귀는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요(히2:14), 살인자, 거짓말쟁이, 거짓의 아비이며(요8:44). 저주받은 자이다(마25:41).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탄은 광명의 천사로 위장하는 자요(고후11:14), 자기의 일꾼들을 의의 일꾼으로 위장하는 자이다(고후11:15). 때때로 사탄은 거짓된 능력과 표적과 거짓 기적을 행하는 자이기도 하다(살후2:9). 마귀는 예수님을 시험하고 사람들도 시험하여 죄를 짓게 만들려 한다(마4:10, 막1:13, 눅22:31).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넘기게 만든 것도,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성령을 속이고 땅 판 값을 속이게 만든 것도 모두 마귀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다(눅22:3, 행5:3). 마귀는 사람들 앞에 올무를 놓아 넘어지게 하는 자이다(딤전3:7, 딤후2:26).

뿐만 아니라, 마귀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지 못하게 하는 자요(눅8:12),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게 하는 자이다(계2:10).

귀신은 죽은 사람의 영혼인가?

베뢰아 이단에서는 귀신을 죽은 불신자의 영혼이라고 주장한다. 김기동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그가 돌아다니며 집회하면서 많은 귀신들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귀신들과 나눈 대화를 근거 자료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귀신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다. 그에 의하면 귀신들은 죽어서 바로 천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한 맺힌 사람들의 영혼들이라고 한다. 이것은 사실 우리나라 무속신앙에서 하는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무속신앙 전통에서 종종 죽은 사람의 혼령이 무당에게 내려 자기의 억울한 일을 호소한다는 이야기, 그를 좋은 데로 보내기 위해서 무슨 굿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귀신과 접신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으며(레19:31, 레20:6, 27, 신18:11),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산 사람과 교통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눅16:27-29).6) 귀신이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고 보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

모든 정신질환은 귀신들림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에 종교적인 사람들은 흔히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귀신이 들린 것이라고 이해하고, 사회에서 격리 혹은 감금하거나, 귀신을 추방한다고 묶어 놓고 때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의학이 발전하면서 많은 정신적 질병들은 뇌신경계의 이상 혹은 주변 환경에서 받은 깊은 상처나 스트레스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약물이나 심리치료 방법 등을 통하여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런데 어떤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을 귀신이 들렸다고 오판하여 계속해서 축사를 행하거나, 감금하고 폭력을 가하면 그 사람은 회복은커녕 더 깊은 어두움에 빠지게 되며, 사람이 황폐해지고 심지어 자살을 할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들 중 어떤 이들은 간혹 정신과적 치료가 효과가 없고, 어떤 초인간적이며 악한 영적 존재가 결부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음을 인정하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과학이 발전된 세상에서는 어떤 정신적인 질환이 있을 때는 (다른 질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일단 정신과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예수님이나 사도들이 했던 것처럼 귀신을 추방하는 사역이 필요할 경우가 있는데, 이 둘을 잘 분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7)

승리자 그리스도

사탄 혹은 마귀와 귀신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경계하고 대적해야 할 존재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하며 피해야 할 존재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셔서 마귀의 일을 멸하셨기 때문이요(요일3:8), 마귀는 그리스도께서 이미 눌러 이기신 존재요(눅10:18-19), 결국은 최후의 심판을 받고 불과 유황 못에 던져질 자이며(계20:10), 그리스도께서 그 제자들에게 마귀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세를 주셨으며(눅10:19),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승리자이시기 때문이다(요일2:13-14).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하고(엡6:10-18), 항상 깨어 있어 시험에 들지 않도록 기도하며(눅22:40), 마귀의 역사를 분별하여 대적해야 할 것이다(약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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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되어 있지만, 사탄이라는 말은 뜻을 번역하지 않고, 그냥 히브리어의 음을 옮겨서 쓴다.

2) 간혹 사탄이라는 말은 어떤 악한 영적 존재가 아니라, 단순하게 ‘대적하는 자’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고난의 길로 가신다는 말을 듣고 예수님을 만류하다가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라는 책망을 듣기도 하였다(마16:23). 이런 경우는 사탄이라는 초인간적인 영적 존재가 베드로 안에 들어갔다기보다는 베드로 자신이 예수님의 대적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만일 사탄이 베드로 안에 들어갔다면, 예수님은 베드로에게서 사탄을 추방하셨을 것이다.


3) 성경에서 나타나는 현저한 예는 사도행전 16장 16-18절에 나오는 “점치는 귀신들린 여종”의 사건과 같은 경우이다.

4) 여기서 ‘공중’이라는 말은 헬라어 ‘아에르’로서, 보통 하나님의 하늘을 가리키는 ‘우라노스’와는 다른 단어이다. ‘아에르’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땅 위의 공간 혹은 허공을 가리킨다(행22:23, 고전9:26).

5) 여기에 “아침의 아들 계명성”은 히브리어로는 “헬렐 벤 샤하르”인데 칠십인역에서는 헬라어로 “호 헤오스포로스 호 프로이”로 번역하였고, 불가타역에서는 라틴어로 “lucifer”라고 번역하였다. 같은 불가타역 욥기 11장 17절에서는 히브리어 ‘보케르(아침)’을 ‘lucifer’로 번역하였다. 불가타역 베드로후서 1장 19절에서는 ‘헤오스포로스’를 ‘lucifer’라고 번역하였는데, 우리말 성경에서는 ‘샛별’이라고 번역하였으며, 여기서 ‘샛별’은 마귀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고, 재림 시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틴어 성경에서 ‘루시퍼’가 마귀의 명칭은 아니었다.

6) 사무엘상 28장에 죽은 사람의 영과 접신하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내용이 다르다. 그 이야기는 사울 왕이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얻지 못하게 된 형편에서, 그나마 의지하던 사무엘 선지자마저 세상을 떠나버린 절망적인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영적인 도움에 갈급해진 사울은 죽은 사무엘 선지자의 영혼이라도 불러서 도움을 얻고자 한다. (이것 자체가 매우 이방 종교적인 생각이다! 본래 사울은 레위기 19장 31절의 율법을 따라 이스라엘에서 신접한 자들과 박수를 모두 추방해 버렸었다(삼상28:3). 그는 수소문 끝에 엔돌이라는 곳에 숨어 사는 신접한 여인을 찾아간다. 그리고는 신접한 술법으로 사무엘을 불러올려 달라고 간청한다. 그리하여 사울은 죽은 사무엘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난 사무엘은 정말 죽은 사무엘의 영혼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난제이다. 왜냐하면 그렇다고 하는 것은 신접한 술법의 사용과 죽은 자와 산자의 교통을 금지하는 성경의 일반적 원칙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무엘상 28장 13절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왕이 그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무엇을 보았느냐 하니 여인이 사울에게 이르되 내가 영이 땅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나이다 하는지라.” 그런데 여기서 땅에서 올라오는 ‘영’이라고 번역한 단어는 일반적으로 구약성경에서 영(spirit)을 가리키는 말인 ‘루아흐’도 아니고 (‘루아흐’라는 단어는 죽은 사람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쓰이지 않는다), 사람의 영혼(soul)을 가리키는 ‘네페쉬’도 아니고, ‘엘로힘’이라는 단어이다. ‘엘로힘’이라는 단어는 구약성경에서 대개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나타난 존재가 하나님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엘로힘’이라는 단어에는 빈도수는 적지만 다른 용법도 있다. 이 단어는 가나안 종교에서 신들을(복수) 가리킬 때 사용되기도 한 단어였다. 출애굽기 12장 12절에서는 이방‘신들’이라는 말이 ‘엘로힘’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상한 방식으로 나타난 존재는 죽은 사무엘의 영혼이 아니라 사무엘을 가장한 어떤 영적 존재일 것이다. 종교개혁자 루터와 칼뱅도 그렇게 본다. 또한 사무엘은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었으므로 베뢰아 측의 주장처럼 죽은 이후 구천을 떠도는 원혼도 아니요, 하나님이 금하신 신접한 술법에 반응할 존재가 아니다. 귀신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아니라, 종종 죽은 자를 가장하여 나타나는 악한 영적 존재라고 볼 수 있다.

7) 필자는 사도행전 16장에 나오는 바, 사도 바울이 점치는 귀신을 추방한 것처럼 귀신 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추방하여 치유한 경험이 있다. 또한 필자가 아는 어떤 다른 환자의 경우, 축사 사역을 잘한다는 여러 목사님, 권사님들이 모두 치유에 실패하였으나, 정신과 의사가 데려가서 완치시킨 일도 있었다. 양자의 분별에 관하여 크리스천 정신과 의사가 정신의학과 임상경험을 토대로 쓴 다음의 책을 참조하시오. 김진, 『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 (서울: 생명의말씀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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