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명물인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만 해도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흉물로 받아들여졌다. 소설가 모파상은 에펠탑에서 자주 식사하곤 했는데, 그 장소가 에펠탑이 안 보이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라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 에펠탑은 지속적 노출로 파리의 명물이 됐다. 이러한 현상을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라고 부른다.

경제활동에서도 에펠탑 효과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PPL이라는 제품홍보 장면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람들 눈에 많이 노출되도록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판매 수익 상승으로 이어가려는 판매 전략이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기업 이미지와 상품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적극적으로 노출하려는 홍보 전략도 에펠탑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이단들의 포교와 홍보 전략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신천지의 이미지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추락한 것으로 보였다. 조직의 주요 거점들이 노출됐을 뿐 아니라 심지어 폐쇄되기에 이르렀고, 신도들의 이름과 소속이 주변에 알려져 사회활동이 위축되는 악조건에 처하게 됐다. 이로 인해 정체를 감추고 접근하는 거짓말 모략 포교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신천지 포교 전략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모략과 공개 포교가 병행되고 있다. 특히 ‘커밍아웃’을 동반한 공개 포교 방식이 눈에 띈다. 당근마켓 등 지역 기반 중고거래 사이트나 동호회 카페 등을 통해 접근하기도 하고,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브이로그’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호감을 얻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신천지자원봉사단(scjvolunteers.com)을 통한 사회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이 단체의 최근 활동은 대부분 코로나19 방역과 지역 봉사활동에 맞춰져 있다. 이들은 신천지 신도들이 지역방역 활동에 참여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의료봉사를 진행한다고 홍보한다. 적극적 노출을 통해 흉물에서 명물로 거듭나려는 신천지의 계획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선거도 이단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온 나라의 관심이 선거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사이비종교에 관한 관심과 경계 분위기는 약해졌다. 위법하고 부적절한 정치 개입이 예전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단들은 합법적이고 적절한 사회적 순기능과 홍보 활동을 통해 에펠탑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사이비·이단 문제는 교리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거의 격년으로 관련 사건들이 발생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유병언 구원파가 언론 헤드라인을 뒤덮었고, 2016년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최태민의 사이비종교 행각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2018년에는 은혜로교회, 만민중앙교회, 성락교회 사건이 터져 경종을 울렸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지역 감염 확산으로 신천지가 심각한 사회 쟁점이 됐다. 혹시라도 2022년에 또 다른 사이비종교 관련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참된 교회는 에펠탑 효과가 아니라,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 효과’에 집중해야 한다. 신실한 교회는 역사적으로 에펠탑 효과를 노렸던 적이 없다. 봉사활동을 할 때도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조차 모르게 하라고 했으며(마6:3) 남을 의식하고 잘난 척하며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마6:5).

낯 뜨거운 자기 자랑을 온갖 매체를 통해 홍보하기보다, 묵묵히 지역사회를 위해 맡은 일을 감당하다 보면, 오늘날 흉물처럼 비난받고 외면받는 교회가 우리나라의 명물로 변모하는 날이 오리라는 확신이 생긴다.

✽ 위의 기사는 「국민일보」 2021년 12월 14일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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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교수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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