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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 신교(信敎)의 자유를 지키는 날
현대종교 | 탁지웅 신부
2022년 03월 03일 08시 30분 입력

2022년 2월 11일 금요일부터 13일 일요일까지 일본은 연휴였다. 연휴의 시작인 2월 11일은 ‘건국 기념의 날’이라고 하는 ‘국민의 공휴일’이어서 주택가의 모습을 보면 히노마루(일장기)를 내건 집도 있었다.

나라의 건국을 기념하는 날은 그 나라에 따라 다르다. 대한민국의 경우 10월 3일을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념하며 개천절을 국경일로 지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홍익인간의 개국이념을 계승하고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통일의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리며 자손만대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는 날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7월 4일을 ‘독립 기념일’로, 독일은 1990년에 독일 연방 공화국과 독일 민주 공화국이 재통일한 10월 3일을 ‘독일 통일의 날’로 지키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 나라는 자신들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건국 기념일을 정해서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할까? 일본의 경우는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신화’를 바탕으로 1966년에 2월 11일을 ‘건국기념의 날’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 개인의 모든 사상과 신조, 신앙을 억압하고 일본 신화(일본 서기)에서 유래한 텐노우 제도를 강요하기 위해 메이지 헌법 하의 1872년에 초대 일본 텐노우인 진무 텐노우가 즉위한 날을 일본국이 성립한 날로 규정하고 ‘기원절’을 공휴일로 제정하였다. 1873년 10월에는 기원절 날짜가 ‘2월 11일’로 개정되어 1874년 2월 11일부터 적용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라는 내셔널리즘을 기반으로 개혁을 일으켜 근대화를 꾀하였다. 이어서 메이지明治 정부는 1889년에 공포한 ‘제국헌법(帝國憲法)’과 1890년에 발포한 ‘교육칙어(敎育勅語)’를 통해 텐노우를 절대화하고 국가신도(國家神道)를 모든 종교의 위에다 두는 국가신도체제의 교의를 사상적, 법적으로 완성시켰다.

 

▲일본 초대 ‘텐노우’라고 하는 진무 ‘텐노우’ 존상(神武天皇御尊像) (출처: 1940년 北蓮蔵(기타레이조) 작품)

 

이렇게 메이지유신으로 시작한 텐노우 절대주의의 내셔널리즘은 청일전쟁(1894)을 시작으로 한국을 침략하였고 러일전쟁(1904)을 거쳐 급기야 일본 군국주의는 1931년 만주사변을 계기로 대동아공영권을 표방하며 아시아 침략전쟁과 식민지 건설을 행하다가 1945년에 결국 패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가운데 일본이라는 텐노우 제도 국가체제하에서의 기독교는 국가와 심한 대립을 하게 된다. 군국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갖고 국가의 초종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텐노우 제도는 외래 종교인 기독교를 이질적으로 보았고 기독교의 평화 사상과 배치되었으며 또한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신앙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신’을 믿는 기독교는 박해와 탄압을 받아왔고 신자들은 텐노우를 숭배하도록 강요와 감시를 받았으며 어떤 사람들은 체포되어 감옥에서 순교하기도 하였다. 즉, 일본의 기독교 신자들은 자신들의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는 자유를 침범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 2월 11일 ‘일본의 건국기념의 날’ 찬성파의 집회. 찬성파는 “나라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평화의 상징이 텐노우 폐하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출처: 아사히TV)

 

그러나 1945년 일본의 패전 후 GHQ에 의해 폐지되었다. 텐노우를 신으로 가르치고 일본의 국민을 전쟁으로 몰아낸 원동력인 ‘국가신도’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원절 부활을 위한 움직임은 1951년경부터 시작하여 ‘건국기념일’의 제정을 정하는 법안은 제출과 폐기를 반복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1966년 텐노우 제도 존속을 의식한 ‘건국기념의 날’이 부활하였다. 텐노우 제도에 의해 신앙이 탄압되어 온 일본의 기독교계(일부 종교계)는 모든 종파, 교파의 틀을 넘어 2월 11일을 ‘신교의 자유를 지키는 날’로 정했다. 일본의 기독교계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날이다.

 

▲2022년 2월 11일 ‘일본의 건국기념의 날’ 반대파의 집회. 반대파는 “텐노우제도의 상징인 2.11은 필요 없다. 정부의 우경화, 헌법개정에 반대한다”, “키시다 정권의 헙법을 파괴하는 개정(헌법)은 국민생활을 파괴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출처: 아사히 TV)

 

2022년 코로나 감염 확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국 각지에서는 ‘신교의 자유를 지키는 날’을 기념하며 아래와 같은 많은 행사가 열렸다.


■제45회 기원절 부활 반대 2.11 홋카이도 도민 집회 “입헌주의와 헌법 개정에 대해서”(야스쿠니 신사 국영화 저지 도민 연락 회의)
■2.11 신교·사상·보도의 자유를 지키는 미야기현민 집회 “우리의 평화—수도 민영화 문제로부터 보이는 것”(야스쿠니 신사 국가 관리 반대 미야기현 연락 회의)
■2.11 신교의 자유를 지키는 도치기현 집회 “일본국 헌법 75년과 교회”(토치기현 정교 분리를 지키는 회)
■신교의 자유와 평화를 요구하는 2·11 집회 “대바빌론과 전쟁 중독—그만둘 수 없는 군비화와 텐노우 제도”(일본 기독교단 관동 교구 사이타마 지구)
■제56회 없애라! 건국기념의 날·용서하지 마라! 야스쿠니 국영화 2.11 도쿄 집회 ‘왜 그만둘 수 없는가 텐노우 제도를’(2.11 도쿄 집회 실행위원회)
■피스 포럼×SDGs 16 「평화와 공의를 모든 사람에게」(요코하마 YMCA)
■제47회 2.11 평화 집회 “분쟁지, 재해지의 목소리를 사진으로 전한다”(나고야 YWCA)
■2.11 신교의 자유 세미나 ‘코로나 시대의 교회와 국가’(일본동맹기독교단 ‘교회와 국가’위원회)
■2.11 집회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홍콩과 중국 대륙의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증거를 배운다’(일본그리스도개혁파교회 서부중회 세계와 교회에 관한 위원회)
■2·11 집회(평화 집회) ‘미얀마의 지금과 우리’(오카야마 그리스도자 평화의 모임 2·11 집회실행 위원회)
■2·11 신교의 자유를 지키는 날 집회 ‘바벨 탑 vs 기류자의 천막—차별과 적의의 벽을 넘는 환대의 선교’(침례교 키타큐슈 지방 연합 사회 야스쿠니 위원회)
■긴키 중회 “2·11 학습회”(일본 그리스도 교회 킨키 중회 “교회와 국가에 관한 위원회”)
■교토 YWCA 2.11 집회 오키나와×2.11(교토 YWCA 평화·환경 활동 위원회, 오사카 YWCA 협력)

​전술한 바와 같이 2월 11일은 국가 신도의 핵이 되는 일본 신화를 유래로 하는 공휴일이다. 말하자면 텐노우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일본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유로 1966년 ‘건국기념의 날’이 제정되자마자 일본의 기독교는 그날을 ‘신교의 자유를 지키는 날’이라고 부르며 각지에서 반대 운동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국민의 생활 속에 텐노우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일본의 자세에 이의를 제기하고, 일본국 헌법에 의해 보증 받고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신교의 자유’를 지켜 가기 위해서이다.

‘건국기념의 날’ 제정 이후 ‘원호법제화(元号法制化)’ ‘국기 국가법(国旗国歌法)’ 제정, ‘교육기본법 개악’에 근거하여 ‘히노마루, 기미가요(日の丸·君が代)’ 강제, 도덕 교과화, 교육 칙어를 공교육으로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기독교인은 역사의 반성을 전제로서 믿는 자유와 믿지 않는 자유가 소수자에게도 지켜지고 보장되는 함께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2월 11일을 계속 기억해 나아가고 있다.

103주년을 맞이하는 3월 1일. 이웃나라 일본에서 계속되고 있는 신앙의 싸움을 기억하면서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믿으려고 하는 일본의 기독교인의 숭고한 믿음에 기도를 보태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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