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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의 이단(異端)과 이설(異說) (6)
현대종교 | 이상규 교수
2022년 09월 23일 08시 00분 입력

6. 마르키온파

어느 시대나 이단은 교회를 위협하지만 마르키온파는 교회에 해악을 끼친 대표적인 이단이었다. 교리적으로도 성경의 근본 진리를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금력으로 교회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마르키온파(Marcionites)는 마르키온(Marcion)이라는 인물로 시작된 이단이기에 마르키온파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말시온 혹은 마르시온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은 영지주의와 유사한 점이 있어 영지주의와 동일시하거나 영지주의의 한 분파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독자적인 집단을 형성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영지주의와 구분하고 있다.

마르키온의 출생과 성장, 가정 배경, 그리고 그의 주장이 어떠했는가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그의 생애나 이단 사상을 보여주는 원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생애와 사상은 그를 반대하거나 비판했던 교부들의 문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문서가 유스티누스(Justin Martyr)의 『마르키온과의 논쟁』과 『모든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 이레나이우스(Irenaeus)의 『이교들에 대한 논박』이 있다. 또 히폴리투스(Hippolytus)의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과 테르툴리아누스의 『변증서(Apologeticum)』 등이 있다. 이들 초기 교부들이 마르키온의 주장에 대해 변박(辨駁)한 것을 보면 마르키온의 이단설을 알 수 있고, 또 그의 활동이 교회에 상당한 위협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르키온은 85년경 비두니아 지방인 본도(Pontus)의 해변도시 시노페(Sinope)에서 출생했다. 이레나이우스, 유세비우스, 그리고 테르툴리아누스에 의하면 그는 부유한 선주船主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히폴리투스에 의하면 시노페 감독의 아들이었다는 상반된 기록도 있다. 그는 바실리데스와 발렌티누스 등 영지주의 사상에 매혹되었다가, 140년경 혹은 150년경 상당한 재물을 가지고 로마로 갔다. 이때 로마의 감독이 하이지누스(Hyginus)였는데, 그는 138년부터 142년까지 로마의 감독이었는데 그가 보통 제9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로마에서는 시몬 마구스와 메난데르의 제자였던 케린투스가 구약성경의 하나님을 부정하고 삼위일체의 하나님도 부정하는 교리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마르키온은 케린투스의 제자가 되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에서 소개한 바처럼 마르키온은, 마술사 시몬 → 영지주의의 아버지였던 메난데르 → 메난데르의 영향을 받은 케린투스로 이어지는 이단설을 계승하여 소위 마르키온파(Marcionites)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로마에서 활동해 온 마르키온은 144년경 로마교회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었으나 165년까지 로마에서 가르치며 활동했다. 그가 로마에서 활동할 당시의 영지주의 지도자 발렌티누스는 동시대 인물이었음으로 상호 교류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당한 부를 소유했던 마르키온은 로마교회를 돈으로 매수하고자 했고, 마술사 시몬의 기념탑과 예루살렘 성문을 전부 순금으로 입힐 만큼의 돈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거금을 지불하고 로마교회를 사고자 했는데, 그가 제시한 금액은 원형 경기장을 사고도 남을 정도의 거액이었다고 한다. 이는 과거 통일교가 금력으로 교회를 위협했던 경우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마르키온의 주장은 어떠한가? 마르키온의 이단적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두 하나님, 혹은 두 종류의 신을 주창했다. 영지주의적인 신론을 주장한 것이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창조주 하나님은 나쁜 신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하나님과는 동일시될 수 없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는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을 구분하였다.

그는 ‘신은 선해야’ 하는데, 구약에 묘사된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선하신 신과 조화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물질을 창조한 구약의 하나님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그의 이단 사상의 출발점이었다.

마르키온은 물질은 악하기 때문에 천지를 창조한 신은 악한 신으로 보았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은 ‘알 수 없는 아버지’로 선한 신이었다. 구약의 하나님은 정의를 요구하며 복수하며 실수를 저지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요구한다. 또 선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선한 하나님은 사랑과 자비와 용서를 가르치고 실천한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율법과 선지자는 케린투스가 말하는 바와 같이 열등한 신에 의해 영감된 것이었다.

반면에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는 선하신 알 수 없는 아버지로부터 온 계시라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구약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하나님을 구별하였다. 그래서 구약의 하나님은 분노에 가득 찬 존재이며 악의 창조자라고 정의하고, 이 하나님은 이스라엘만 사랑하고 다른 민족은 파괴하고자 했으나, 신약의 하나님은 모든 인류를 사랑하고 포용하는 은혜와 사랑의 근원으로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견해는 불가피하게 이원론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고, 구약과 신약, 율법과 복음, 이스라엘과 교회 사이에는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둘째, 반유대주의적 성격을 지닌다. 마르키온은 기독교회의 모든 유대주의적 색채를 다 제거했다. 그는 신약성경에서 구약 인용은 다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대교의 전통과 예식도 다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마르키온파에서는 자기들만의 특수한 예배의식을 개발했다. 마르키온은 바울만이 예수의 복음을 오염시키지 않았던 유일한 사도라고 보았다. 이들은 바울이야말로 율법의 대적자였고, 복음의 대변인으로 보아 그에 대한 존경은 숭배에 비견될 수 있다. 이런 반유대주의적 견해는 잘못된 정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마르키온은 잘못된 정경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마르키온은 신약의 정경성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누가복음과 바울의 서신 10권 만을 정경으로 인정하였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하나님은 오직 유대인만을 사랑한다고 보았으므로 구약 전체를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유대적 색채가 짙은 마태, 마가, 사도행전, 히브리서 등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자기들의 주장에 반대한다고 생각된 디모데전후서와 디도서 등 목회서신도 정경으로 볼 수 없다고 부인하였다.

다시 말하면 마르키온은 구약을 배격할 뿐 아니라 신약성경도 그리스도에 대한 순수한 교훈만을 간직한 책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거기에는 유대인들의 사상과 그 영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그런 책들은 정경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이레니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라는 취지에 대하여 사도들이 말한 것과, 그것이 우리에게 주님 오시기에 앞서 예언된 것임을 가르치기 위하여 사도들이 인용한 예언서의 구절들을 삭제해 버림으로써 결국 바울의 서신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런 점들 외에도 마르키온 교회에서는 세례 후의 결혼 생활은 금지되었으며, 물고기만 제외하고 모든 육류는 금기에 속했다. 이런 도덕적 엄격주의는 많은 광신적인 신봉자를 얻게 하였다. 이런 이단적 주장 때문에 하르나크는 마르키온의 가르침을 ‘악마의 복음’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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