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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
현대종교 | 한성열 교수
2022년 11월 25일 08시 30분 입력

한의학에서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말이 있다. 즉, “통(通)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痛)”라는 말이다. 물론 한의학에서는 몸의 건강을 설명하면서 이 말을 사용하지만, 아마도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받는 마음의 건강이나 절대자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는 영적 건강을 살펴볼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적 건강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사람 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건강을 살펴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친밀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잘 통해야 한다. 즉,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소통은 주로 ‘말’ 즉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말이 얼마나 중요하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널리 회자되고 있겠는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속담에도 나와 있듯이 대화는 ‘오고 가는’ 것이다.

대화를 하는 기본 목적은 그것을 통해 무엇인가를 서로 나누려는 것이다. 대화의 본질은 ‘듣기’와 ‘말하기’를 통한 의사소통이다. 상대방과 무엇인가를 나누려면 먼저 나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고(말하기), 동시에 상대방의 의사를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듣기). 즉 대화를 잘하려면 듣기와 말하기를 잘해야 한다.

나의 생각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전달하는 것, 다시 말하면 말을 잘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필수적인 능력이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과 좋은 비전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능력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고, 그에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말을 잘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동문서답식의 대화가 이루어져 결국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 무엇을 소통하려고 하는지 그 목적에 따라 대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상생활에서는 주로 ‘지식’이나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대화한다. 매일매일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대화를 통해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는 대화를 사리대화(事理對話)라고 한다. 사리대화에서는 주고받는 지식이나 정보가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주고받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감정’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또한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것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지름길이다.

나의 감정을 잘 헤아려줄 때 우리는 상대방이 나를 잘 이해해 준다고 여기며,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믿음을 가지게 된다. 상대방도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잘 받아줄 때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더욱 신뢰하게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알아주지 못하거나 무시할 때 마음이 상하게 되고 더 이상의 대화를 하려는 마음이 없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거나 되풀이되면 결국 인간관계는 삭막해지고 친밀한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감정을 주고받는 대화를 ‘심정대화(心情對話)’라고 부른다. 감정은 ‘마음’ 속에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심정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관계를 ‘마음이 통하는’ 관계라고 한다.

심정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감정에 민감하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즉 마음의 소리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야 한다. 진솔하다는 것은 느끼는 감정과 표현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속으로는 화가 났으나 그렇지 않은 것처럼 웃으면서 상냥하게 말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신체나 마음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과 잘 통하면 영혼이 즐겁고 건강하다. 하지만 하나님과 통하지 않으면 영혼이 아프다. 사람과의 대화처럼 하나님과의 대화인 기도도 두 가지가 있다. 지식이나 정보를 주고받는 ‘사리기도’가 있고, 감정을 주고받는 ‘심정기도’가 있다. 믿음에는 지식과 감정 두 가지가 필요하고, 이 두 가지의 균형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도 상황에 따라 사리기도와 심정기도를 하셨다. 대표적인 사리기도는 “주기도문”이다. 이 기도에는 예수님의 감정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전형적인 기도이다. 이런 기도는 공적인 예배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도이다. 예를 들면, 주일예배 때 드리는 대표기도는 감정을 자제하고 횡설수설하지 않으며 사리에 맞게 해야 한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할 때 혼자 하는 기도는 사리를 따질 필요가 없다. 단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진솔되게 표현하면 된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날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예수님의 기도는 대표적인 심정기도이다. 이 기도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혼란스럽고 두려운 예수님의 마음이 진솔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 기도에 하늘에서 천사가 와서 힘을 돕는 하나님의 응답이 나타난다.

형편과 상황에 따라 사리대화와 심정대화를 하듯이 하나님과의 대화도 상황에 따라 사리기도와 심정기도를 적절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 때에는 심정기도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마음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된다. 하나님과 통하는 기도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하나님과 영혼이 서로 통하는 믿음이 살아있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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