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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이단 인사이트(2)
현대종교 |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26년 06월 12일 08시 50분 입력

4. 이만희와 한학자, 확신범인가 우발범인가


이단 교주의 위법적 행태는 대부분 치밀한 확신 범죄다. 범행 과정에 망설임이나 죄책감이 없다. 도덕적 불감증은 기본이고 때론 잔혹하기까지 하다. 돈을 노골적으로 갈취하면서 헌금이라고 포장하고, 성과 노동력을 거침없이 착취하면서 헌신이라고 ‘가스라이팅’(세뇌)한다. 범죄 행각은 지능적이고 반복적이며 재발할 우려가 매우 농후하다.

하지만 종교적 확신범들에 의한 범죄는 피해 보상이 어렵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히 돈을 갈취했는데 겉으로는 자발적으로 바친 모양새다. 분명히 성과 노동력을 착취했는데 자발적 동의에 의한 행위로 해석된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법과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도움을 요청한다.

- 벤치마킹

이단 교주들의 확신 범죄는 ‘학습의 결과’이다. 한때 다른 교주를 신으로 믿고 따르던 이들이 주로 새로운 신으로 등장한다. 자신이 신이 되기 위해 배신을 서슴지 않는다. 성공한 교주들은 대부분 배신의 아이콘들이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는 그가 따르던 장막성전의 유재열을 ‘배도한 세례요한’으로 비난하고 스스로 ‘이긴 자’가 됐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은 한때 구세주로 숭배하던 통일교 문선명을 ‘실패한 세례요한’으로 폄하하며 스스로 ‘메시아’가 됐다.

벤치마킹의 역사는 반복된다. 유재열은 전도관 박태선을 벤치마킹했고, 문선명은 이스라엘수도원 김백문의 교리를 벤치마킹했으며, 한학자는 남편 문선명의 교리를 변개해 자신의 신격화에 사용했다. 이단 교주들의 상호 벤치마킹은 멈추지 않는다. 교주도 바뀌고 명칭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교리와 행태는 도긴개긴이다. 안타깝고 갑갑한 일은 이단 교리의 진위를 판단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신도들이 교주와 교리를 진리로 믿으며, 헌금과 헌신으로 미화된 갈취와 착취의 자발적 피해자로 전락하는 현실이다.

- 업그레이드

이단 교주들의 확신 범죄는 ‘자기 계발의 결과’이다. 전임 교주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아류로 전락해 지리멸렬해질 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그럴듯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친다. 1957년부터 박태선에게 배우고 1967년부터 유재열을 추종한 이만희는 마침내 박태선의 교리와 유재열의 조직을 업그레이드한 ‘신인합일 육체영생’ 교리와 ‘14만4000 12지파’ 조직을 만들었다. 소위 창조원리 타락원리 복귀원리로 성경을 왜곡한 김백문의 ‘『기독교근본원리』’에 심취한 문선명은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교리서 ‘『원리강론』’을 발간했다.

신천지와 통일교의 교리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한다. 이만희와 문선명이다. 물론 통일교의 경우 남편 문선명을 벤치마킹하고 업그레이드한 한학자도 있다. 이만희는 자신만이 성경의 감춰진 참뜻을 전하는 ‘말씀의 대언자’이며 ‘영생불사 불로불사 하는 보혜사 성령’이라고 주장한다. 한학자는 원리강론이 예언한 ‘구세주’가 자신이며, ‘6000년 만에 탄생한 독생녀’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존재를 업그레이드하고, 신도들의 인생은 다운그레이드하는 이단 교주들의 블랙 코미디가 여전히 성행 중이다.

- 서포터즈

확신범인 이단 교주의 주변에는 항상 ‘능수능란한 서포터즈’가 있다. 자신의 행위가 위법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종교적 신념이라며 궤변을 늘어놓는 이단 교주의 확신 범죄는 가중 처벌의 대상이다. 또한 교주의 확신 범죄를 기획하고, 범죄행각을 도우며, 치밀한 교리로 피해를 합리화하는 서포터즈의 죄질도 전혀 다르지 않다. 확신범 이단 교주의 뒤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는 확신 범죄의 서포터즈가 존재한다. 이만희와 문선명에게도 이인자로 군림하는 핵심 최측근들이 있다. 서포터즈는 교주 가까이 기생하며 조직을 체계화하고, 교리를 다듬어 신도들을 통제하며,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종교 비즈니스에 몰두하도록 부추기고 지시한다. 물론 문제가 생겨도 비난의 화살과 법적 책임은 주로 교주 탓으로 돌린다.

서포터즈는 교주의 몰락에 함께하지 않는다. 모든 죄를 교주에게 덮어씌우는 일에 능숙하다. 심지어 치명적인 비밀을 누설하며 교주를 곤경에 빠트리는 일도 개의치 않는다. 검경 합동 수사에 제공된 고급 정보도 이만희와 한학자의 측근들에게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주의 구속과 몰락이, 서포터즈 이인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한다. 이만희와 한학자의 치부가 드러나게 한 것도, 회복 불능의 곤경에 빠트린 이들도 다름 아닌 신천지와 통일교의 핵심 서포터즈였다. 이단 교주의 범죄는 절대 우발적이지 않다. 치밀하게 계산된 종교적 확신 범죄다.

5. 국가의 개입, 사회 공익 보호인가 종교 자유 침해인가

사이비종교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제화 논의가 교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초에 발의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사이비종교 방지법이 아니라 기성 종교의 감시와 통제를 위한 종교 탄압의 개연성이 있으며, 비영리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 주무관청의 조사 권한 부여, 해산 후 잔여재산의 국고 귀속 절차 등을 포함한 법안의 궁극적인 표적이 교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이비 집단의 폐해를 막기 위한 공익 차원의 공권력 개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권력이 합법적으로 종교 법인과 개인의 종교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염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한편 이단의 정치 유착을 비판하면서, 일부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교계의 모습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공감을 얻고 있다.

- 이단인가, 정치집단인가

이단의 정치권 유착은 태생적이고 필연적인 생존 방식이다. 군사정권 시기, 종교적 정통성이 부재한 이단들은 정치적 명분이 취약한 군사정권에 빌붙어 안전을 도모했다. 군사정권은 권력 유지와 연장에 필요한 충실한 지지자가 필요했고, 이단은 교회의 비판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강력한 보호자가 필요했다.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최근의 통일교와 신천지도 다르지 않다. 비윤리적인 위장 포교, 반사회적인 거짓말 교사 등 반기독교적인 교리와 행태로 인해 이단·사이비 집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신천지는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내우외환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정치권력에 접근했다. 통일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살해 사건으로 일본 기반이 약화하고, 후계 다툼으로 인해 내부 균열이 가속하자 정치권력에 기대어 위기 타개를 시도했다.

하지만 부적절하고 위법한 정치적 유착이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불법적 선거 개입과 정치자금 제공은 대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심각한 범죄행위로 판단돼 한학자와 이만희는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됐다. 불법적인 정치 개입뿐만 아니라, 신도들의 헌금을 배임·횡령·도용한 혐의가 불거지면서, 공익에 반하는 종교 활동에 대해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공했다.

- 목회인가, 정치 활동인가

정치 권력에 빌붙은 이단 교주들도 문제이지만, 정치 권력의 언저리에 기생하는 기성 교회 목회자들의 행태도 예외는 아니다. 예배의 형식과 신앙적 용어들로 채워진 정치집회를 개최하고, 설교 강단에서 편향된 정치적 신념을 설파하며 거침없는 비성경적 편 가르기를 자행하는 목회자들이 있다. 생각이 다른 교인들을 배려하기보다, 정치적 이해가 다른 이들을 적으로 특정하는 일에 집중한다.

신앙보다 정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새다. 정치 활동을 위해 신성모독적인 거친 언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헌금이라는 미명으로 정치자금을 모으고,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한다. 심지어 위법한 행위로 법적인 제재를 받으면 부당한 종교 탄압이라고 소리를 높이며 피해자 행세를 한다. 이러다간 심지어 비슷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단들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실제로 이미 이단성이 있는 인물과 단체들이 이들이 개최한 정치적 집회에 등장해 신분 세탁을 시도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위헌적 요소를 염려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실효성 높이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연한 민주적 권리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편향적 목회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예배와 기도를 통해 증오를 부추기고,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적을 저주하는 교회 안의 정치꾼들을 경계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건강한 종교인의 ‘정치 참여’가 ‘정치 참사’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 고통은 피해자의 몫

무엇보다도 민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와 토론이 피해자들을 배제한 정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단들의 불법적 권력 유착에 대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단 피해자와 가족들의 하루하루는 답답하고 힘들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기보다, 당리당략과 정쟁의 명분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을 경계해야 한다. 논쟁을 계기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존재감 과시를 노리는 교계 정치꾼들의 영악스러운 이벤트성 행보와 행사도 주의해야 한다. 법제화를 둘러싼 소모적이고 이기적인 논쟁으로 인해 사이비종교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이 글은 4월 22일, 29일 자 「국민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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