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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이단 인사이트 (3)
현대종교 |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26년 08월 06일 08시 00분 입력

6. 교주의 구속과 죽음, 끝인가 시작인가


신격화된 교주가 구속되거나 사망한다고 사이비종교가 몰락하지 않는다. 교주의 부재는 새로운 시작점인 경우가 허다하다. 자칭 구세주라는 문선명의 사후에도 통일교는 건재하고 현 교주인 한학자가 구속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이만희가 구속되거나 사망하더라도 신천지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주장한 안상홍이 사망한 후 오히려 하나님의교회는 급성장했다.

- 종말 예언이 실패해도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1919~1989)는 시한부 종말론이 실패했는데도 신도들이 종교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직접 종말론 집단에 참여해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의 결과가 인지부조화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이다.

교주가 예언한 종말의 순간이 다가오자 신도들은 열광적인 모습으로 종말을 준비한다. 하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고 혼란에 빠져 당황한 신도들을 향해 교주는 큰 소리로 외친다. “여러분의 믿음과 기도가 종말을 막고 세상을 구원했습니다.” 신도들은 교주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아멘’ ‘할렐루야’로 반응한다.

가족과 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말론 집단을 선택하고 헌신했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다. 기대와 현실이 충돌하는 인지 부조화의 공황 상태를 맞는다. 자신의 선택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훨씬 더 큰 고통이다. 종말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곧 자기 존재의 붕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종말론 집단을 떠나지 않고 더 열심히 활동하며 새로운 종말의 시간을 기다리기로 한다. 교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맹신과 맹종을 선택한다.

- 따르던 신이 죽어도

학업과 직업과 가정을 포기하고 따르던 교주가 사망해도 진실을 직면하기보다 오히려 부정하고 회피한다. 심지어 교주의 죽음을 미화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지난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주가 죽었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종교적 합리화, 즉 ‘자발적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

자신이 선택한 교주는 신적인 존재여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날의 맹신과 맹종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인지 부조화의 심리적 충돌 상황에서 현실을 수용하고 종교적 신념을 포기하기보다 현실과 정보를 왜곡하고 재해석을 시도한다. 사망한 교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다.

문선명은 2012년 사망했지만 통일교 신도들은 여전히 그를 메시아로 믿고 따르고 있다. 그의 아내 한학자는 자녀들과 서로 메시아가 되기 위한 골육상쟁의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정치권 로비로 구속된 절망적 상황이지만 신도들은 스스로에 대한 희망 고문을 멈추지 않는다. 신격화된 교주가 구속되고 설령 사망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고 전환점일 뿐이다.

- 멈추지 않는 자발적 가스라이팅

종말 예언은 실패할 수 없고 교주도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신도들은 믿는다. 사실과 거짓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 것이 곧 진실이 된다. 자신의 선택과 과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 심지어 뚜렷한 물증을 제시해도 공권력의 박해와 언론의 왜곡이라고 믿는다.

고액 헌금 강요로 인해 종교 법인이 해산되고 정치권에 대한 불법적인 로비로 교주가 구속됐지만 통일교 신도들은 여전히 종교탄압을 내세우며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통일교로 인한 피해자들의 아픔과 사회적 혼란은 외면한 채 범죄 혐의로 구속된 한학자의 안위만 염려한다.

신천지도 마찬가지다. 거짓말과 위장 포교로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의 원인 제공자로 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신천지는 지금도 여전히 책임 회피와 전가에 급급하다. 현재의 어려움이 사탄의 공격이고 영적 시험이며 자신들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면서 신도들의 결속력 강화에 집중한다.

사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합리화하는 신도들의 회복을 위해서는 통제 집단으로부터의 분리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허망한 교주와 교리를 ‘의심하지 않는 자신을 의심’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반면 현실을 인정하고 탈퇴한 신도들은 상실감, 우울감, 공허함 속에 머물기 쉽다. 사이비 집단에서 경험한 친밀한 관계 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보다 헤어나오는 일이 훨씬 더 힘들다. 천천히 확실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기다림과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7. 이단 피해, 자발적 동의인가 기망에 의한 강요인가

통일교의 위기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살해 사건으로 본격화했다. 2022년 7월 8일 거리에서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는데, 범인은 40대 중반의 야마가미 데쓰야였다. 야마가미의 범행 동기는 통일교에 대한 원한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통일교 활동과 과도한 헌금으로 인해 불우한 성장 과정을 보냈고 그의 가정은 파탄이 이르렀다. 통일교에 복수할 생각을 품고 있었던 야마가미는 통일교 행사에서 연설하는 아베 전 총리를 보고 가족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사제 총을 만들어 범행을 감행했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3년 반의 시간이 흘러 지난 1월 21일 일본 나라 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야마가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야마가미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소중한 인명을 해쳤다는 점에서는 가해자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야마가미는 분명히 종교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1심 재판이 이례적으로 오래 걸린 이유도 야마가미에 대한 일본 사회의 고민과 동정 여론이 영향을 준 듯하다. 이단 문제 특성상 사건이 발생하면 온통 피해자뿐이다. 가해자와 원인 제공자인 이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만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해자는 변명하며 숨기에 급급하다. 통일교 역시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사죄보다 자신들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무고함을 항변하는 일에 급급했다. 지금도 여전하다. 정치권 유착으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사과보다 통일교 총재 한학자의 안위와 책임 전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기부인가 편취인가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통일교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한 자금의 출처는 가정불화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남편의 사망 보험금 5억여 원과 유산 4억여 원 등 10억여 원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통일교 물품 구매로 인해 결국 가정은 2002년 공식 파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파산 후에도 어머니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통일교에 바쳤으며 이로 인해 생활고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학업마저 중단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가 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간 범죄적 편취였다. 통일교 물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이러한 행위를 소위 영감상법(靈感商法)이라고 한다. 생활고 불운 불행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심각한 공포감 불안감 위기감을 조장한 후 저가의 통일교 물품을 고가에 구매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강요하는 종교적 사기판매 행위다. 일본 법원은 이를 조직적이고 악질적인 불법행위이며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족에게도 악영향을 미친 “법령을 위반하고 현저히 공공의 복지를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로 판단했다. 자발적인 종교 행위가 아니라 기망에 의한 강요였다. 결국 지난 3월 4일 통일교 일본 법인의 해산이 확정돼 현재 자산 동결과 피해자 배상을 위한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자발적인가 강요인가

야마가미 가정과 유사한 이단 피해 사례들이 적지 않다. 분명히 강요된 편취인데 자발적인 헌금이라고 가해자는 주장한다. 노동력과 성을 착취한 종교 범죄인데 가해자는 자발적인 헌신이라고 주장한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헌금과 헌신의 모양새인데, 실제로는 강요에 의한 편취와 착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정법으로 피해자가 보호받고 배상받기는 힘들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절도 강도 폭행 사건과는 다르다. 가스라이팅을 기본으로 하는 종교 범죄의 경우 실정법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해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교적 확신범에 의한 범죄는 정상참작이 필요한 우발 범죄가 아니라 가중처벌이 필요한 확신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 종교 자유인가 심리적 지배인가

사이비종교를 믿을 신앙의 자유가 있고 믿도록 교리를 설파하고 교육할 종교의 자유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법익(法益)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만 종교의 자유는 유효하다. 교주의 심리적 지배로 인한 강요죄(형법 제324조) 기망으로 재산을 편취한 사기죄(제347조) 위계에 의한 성범죄(제299조) 등에 대한 적극적인 법리 적용과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 사이비종교 교주에 의한 성범죄, 재산 편취, 감금과 폭행 등의 위계와 기망에 의한 범죄를 처벌 대상을 적시하는 판례와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사이비·이단의 피해는 이제 우리 사회의 드문 일탈이 아니라 만연한 일상이 됐다.

8. 배신 후 재림주와 이긴자 등극… 이단 교주 잔혹사

사이비·이단 교주 대부분은 배신의 아이콘이다. 한때 신으로 믿고 따르던 교주를 헐뜯고 배신한 후 스스로 재림주와 이긴자로 등극했다. 통일교 신도였던 JMS 정명석은 문선명을 ‘실패한 세례요한’으로 깎아내리며 재림주가 됐다. 장막성전 신도였던 신천지 이만희는 유재열을 ‘배도한 세례요한’이라고 비난하며 이긴자가 됐다. 신(神)이 되기 위한 이단들의 잔혹한 배신의 역사와 음모의 연쇄 고리는 오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배신의 흔적으로 얼룩진 신천지 이만희

이만희의 후계자는 김남희였다. 2010년 설립된 신천지 유관 조직 사단법인 ‘만남’은 이만희의 ‘만’과 김남희의 ‘남’을 합쳐 만들었다. 만남의 캐치프레이즈는 ‘빛과 빛의 만남은 이김’이었는데, 두 사람 이름에 있는 ‘빛날 희(熙)’와 중간 글자인 ‘만’과 ‘남’ 그리고 성(姓)인 ‘이’와 ‘김’의 조합이었다. 2012년 신천지 체전에서 김남희는 왕관을 쓰고 이만희의 왕후로 등장했다. 지금은 지워지고 없지만, 이만희의 부모 묘비석에는 왕후를 뜻하는 ‘후인(后人) 김남희’라고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이만희는 교회 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김남희를 제명했고, 김남희는 이만희의 사생활과 신천지의 내부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2024년 이만희의 유력한 후계자였던 신천지 광주전남 베드로지파 지재섭 지파장이 “미혹을 받아 신천지를 배신하고 저주”했다는 이유로 제명됐다. 2025년에는 이만희의 최측근이었던 고동안 총무가 “자기를 감추고 신천지에 잠입하여 많은 돈을 사기 쳤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제명됐다. 배신과 제명이 난무한 신천지 후계 구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95세 이만희는 지난 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경합동수사본부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 자식과 측근으로부터 배신당한 통일교 한학자

통일교는 문선명을 ‘참 아버지’ 한학자를 ‘참 어머니’ 즉 죄가 없는 ‘참 부모’라고 부른다. 자녀들은 ‘참 자녀’이며 그들의 가정은 ‘참 가정’이라고 주장한다. 통일교의 경전인 원리강론에 따르면 문선명과 한학자에 의해 맺어진 참 가정들을 통해 한반도에 통일교 지상천국이 세워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일교 후계 다툼을 보면 ‘참 가정’인지 ‘거짓 가정’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다. 2012년 문선명이 사망한 후 후계자로 등장했던 친아들 문현진(3남) 문국진(5남) 문형진(7남)을 어머니 한학자가 모두 쫓아내고 통일교를 장악했다. 한학자는 문선명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격하시켰다. 경기도 가평의 통일교 성지 조형물 중앙에는 한학자의 전면 모습이 세워져 있고, 문선명은 뒤쪽에서 측면만 보인 채로 누군가와 손을 맞잡고 있는 초라한 모습이다. 현재 통일교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문현진은 지난 2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능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통일교는 범죄 조직이다”라며 “정부는 종교의 이름을 쓴 통일교의 종교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면서, 한학자의 측근들이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도 못 한 어머니를 이용”하고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막내 문형진은 유튜브를 통해 “참 어머니의 자격과 권한을 모두 박탈하고 통일교에서 추방한다”고 선언했다. 한학자는 자신의 친아들들뿐만 아니라 최측근이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최근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오는 30일까지 병원에 머무는 한학자의 앞날은 여전히 어둡고 불투명한 상황이다.

- ‘무지한 교주’와 ‘영리한 측근’ 환상의 조합

한국의 이단 교주 대부분은 공신력 있는 사회적·신학적 교육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하지만 나름 성경 내용과 구조에 대해서는 능수능란하다. 이로 인해 자의적인 성경 해석에 익숙하고, 아전인수격으로 내용을 취사선택해 비성경적인 주장을 늘어놓는 데 거침이 없다. 한편 허무맹랑한 교주의 주장을 교리적으로 체계화하고, 신도들을 통제해 결속력을 강화하며, 돈을 착취하고 관리하는 역할은 ‘영리한 측근’들의 몫이다. 환상의 팀워크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배신의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교주는 자신도 배신당할지 모른다는 긴장과 불안에 시달리며 영리한 핵심 측근들을 늘 경계한다. 반면 교주의 실체와 한계를 속속들이 간파한 측근들은 교주의 죽음이나 구속으로 인한 부재의 순간을 이용해 조직을 장악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조직을 접수하기 어려우면 이권을 챙겨 분파를 형성해 독립할 준비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배신이 난무하는 한국 이단 교주들의 잔혹사는 멈출 기미가 없다.

* 이 글은 5월 20일, 6월 3일, 10일 자 「국민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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