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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이단 인사이트 (4)
현대종교 | 탁지일 편집장 jiiltark@hanmail.net
2026년 09월 23일 08시 00분 입력

9. 사이비,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스스로 사이비를 선택한 부모들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이비의 일원이 된 아이들은 ‘옳고 그른’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복종과 불복종’의 종교적 가스라이팅 속에서 자라난다. 설령 사이비집단으로부터 탈출하더라도 아픔과 분노의 흔적을 품은 채 생존을 위한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 미국 인민사원(Peoples Temple) 사건

 

미국에서 시작된 인민사원은 1977년 남미 가이아나(Guyana)로 거점을 옮긴 후 1000여 명이 존스타운(Jonestown)에서 집단생활을 했다. 교주는 ‘아버지’와 ‘예언자’로 불리던 짐 존스(Jim Jones·1931~1978)였다. 1978년 인민사원 신도들에 대한 불법 행위 및 감금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한 미국 하원의원 리오 라이언(Leo Ryan·1925~1978)과 NBC방송 기자 등 5명이 항공기 이륙 직전 살해됐는데, 촬영기자 밥 브라운(Bob Brown·1942~1978)은 총격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현장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 충격을 주었다. 사건 발생 직후 짐 존스는 신도들에게 집단 자살과 독살을 지시한다. 자신을 포함해 모두 918명이 사망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먼저 죽임을 당했다. 1세부터 17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 희생자는 304명이었으며 이들 중 절반인 150명이 10살 이하였다. 이들에게 독약을 제공한 이들은 다름 아닌 부모와 어른들이었다. 사건 발생 전 인민사원이 제작한 동영상에는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천진난만했지만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에는 무기력했던 아이들은 사이비 교주를 믿고 따르던 부모와 어른에 의해 잔인하게 사라졌다.

- ​미국 다윗파(Branch Davidians) 사건

데이비드 코레쉬(David Koresh·1959~1993)는 1983년 미국 텍사스 웨이코(Waco)에 다윗파의 거점을 만들었다. 안식교와 비성경적 종말론을 배경으로 자신을 ‘마지막 예언자’라고 주장하며 추종자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1993년 2월 일부다처제, 아동학대, 그리고 최후의 아마겟돈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불법무기 매매와 소지 혐의로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과 연방수사국(FBI)의 급습을 받았다.

51일간 포위와 저항이 이어졌다. 마침내 시작된 ATF와 FBI의 최종 진입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신도 7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 2세부터 17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25명이었다. 생존자의 증언과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아이들은 체벌과 엄격한 규율이 있는 집단적 생활을 했고, 외부로부터 철저히 격리됐으며, 코레쉬에 대한 신격화와 그의 종말론 사상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생존한 20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집단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해 오랜 기간 고통받았다. 한편 공권력의 무력 진압에 항의한다는 명분으로 1995년 4월 19일 25살의 티머시 맥베이(Timothy McVeigh·1968~2001)가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청사를 폭파했다. 168명이 사망했고 이 중 19명이 어린이들이었으며 10명은 2살 미만의 영유아들이었다.​

- 한국 오대양 사건

 

1987년 9월 1일 경기도 용인의 오대양무역 공장에서 총 32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교주이자 회사 대표였던 박순자를 비롯한 직원과 신도들의 주검이었다. 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공식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도무지 자살로 볼 수 없는 현장 상태, 주검들의 졸속 처리 과정, 그리고 배후 세력에 대한 의문과 의혹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교주 역할을 한 박순자와 회사 직원과 신도 31명 등 모두 32명이 사망했다. 여성이 대부분이었고, 10대 1명, 20대 10명, 30대 12명 등 젊은 세대가 사망자의 다수를 차지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순자는 아이들을 부모들로부터 분리해 집단생활을 강요했고 집단구타 등의 가혹 행위를 통해 이들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심지어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신도 3명을 무참히 살해한 후 암매장했던 가해자들에게 아이들의 인권은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사이비 집단 내 어린이 학대와 폭력은 대부분 부모의 방조 속에 이뤄진다. 보호자인 부모의 외면과 용인 아래 폭력과 착취를 위한 가스라이팅이 자행된다. 때론 방어와 저항 능력이 취약한 아이들에 대한 학대와 폭행을 통해, 신도들의 공포감을 조성하고 통제하며 결속력을 강화한다. 아이들은 교주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노동력과 성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통일교와 신천지 문제로 시끄러운 오늘, 어른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로 인해 아이들이 고통받고 희생되지 않도록 세밀한 배려와 돌봄이 필요하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10. 신천지·통일교 사태는 문제 해결 끝 아닌 시작점

칼럼 ‘이단 제대로 보기’ 마지막 집필 중 신천지 이만희의 구속 소식을 접했다. 마치 연재의 마침표를 찍는 듯한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불가의 절대적 존재인 한학자와 이만희, 이 둘이 없는 통일교와 신천지의 향방이 궁금하다.​

- 이만희 없는 신천지

6월 24일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이만희가 구속됐다. 현재 95세다. 신천지대다수 신도는 여전히 이만희가 ‘영생불사’, ‘불로불사’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죽음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모양새다. 최근 사후를 대비하는 듯한 교리의 수정과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만희는 죽음을 예견한 듯 “하늘이 저의 고향입니다. 이제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신도들에게 발송했다.

이만희 사후 신천지는 어떻게 될까. 강력한 후계자가 혜성처럼 등장해 포스트 이만희 체제를 공고히 구축할까. 아니면 영향력 있는 간부들이 아류분파들을 형성할까. 여하튼 몰락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만희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는 아직도 일사불란한 조직, 막대한 재정, 그리고 맹종과 맹신을 다짐하는 맹목적인 신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눈에 띄는 후계자는 보이지 않는다. 몇몇 주요 간부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사단법인 만남의 전 대표 김남희, 전 베드로지파장 지재섭, 고동안 전 총무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은 없다. 확실한 것은 이만희의 구속과 후계체제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신도들의 위기감을 잠재우고 통제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외 홍보와 집회, 포교 활동에 신도들의 등을 강하게 떠밀 것으로 예측된다.​

- 한학자 없는 통일교

지난해 9월 구속된 후 건강 악화와 치료 등을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아온 한학자는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문선명 사후 “6000년 만에 탄생한 독생녀”라고 주장하며 절대 권력을 장악해 온 한학자의 앞날은 재기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불투명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6월 22일 통일교 측의 특별항고를 기각하고 도쿄고등법원의 해산명령을 확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학자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는데, 윤영호는 모든 것이 한학자의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반면 한학자는 “윤영호가 몰래 독단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각자도생이다. 게다가 통일교 교리의 핵심인 ‘참가정’의 모습도 온데간데없다. 모자母子 사이의 볼썽없는 비난과 저주가 난무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삼남 문현진이 기자회견을 통해 “종교의 탈을 쓴 범죄집단으로 전락한 통일교는 이제 해체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고등학교 학력조차 없는 한학자가 문선명과 자신을 배신하고 위법 행위를 저지르도록 측근들이 사주했다고 비판했다. 막내아들 문형진은 최근 통일교 사태가 문선명의 저주이며 한학자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골육상쟁이다.​

- 구속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

‘스스로 신이 된 인간’ 이만희와 한학자의 몰락이 다가오는 형세다. 고령으로 영어의 몸이 됐고, 믿었던 측근과 자식들에게 배신당하고, 평생을 쌓아왔던 그들만의 왕국은 무너지고 있으며, 후계자는 보이지 않고, 인생마저 마지막길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감언이설에 미혹돼 인생과 가정이 파탄에 이른 피해자들이 가장 안타깝다. 통일교 피해를 알리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피격 살해한 일본 청년, 결혼 후 한국으로 이주해 온 수천 명의 일본 통일교 여성 신도들, 영감상법이라는 사기 상술에 농락당한 수많은 피해자, 신천지의 위장과 거짓말로 인해 피해당한 교회와 파탄된 가정들의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신천지와 통일교는 여전히 국민과 피해자들에 대한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이만희와 한학자의 억울함과 안위에만 집착하는 비상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만희와 한학자의 구속은 문제의 해결점이 아니라 새로운 변곡점이다.​

11. 연재를 마치며

 

필자의 부친 탁명환 소장(1937~1994)을 이단 옹호자들은 ‘이단 사냥꾼’이라고 부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MBC와 Wavve웨이브에서 방영된 탁 소장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사이비 헌터’(서정문 PD)이다. 표현은 비슷한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별세한 지 30년이 지난 오늘도 이단 옹호자들은 아버지 탁명환소장을 ‘이단 사냥꾼’이라고 부르며 모략과 권세로 사리사욕의 배를 채우고 있다. 그래도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입 맞추지 아니한”(왕상19:18) ‘사이비 헌터’들을 곳곳에 남겨주셨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 이 글은 6월 24일, 7월 1일자 「국민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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