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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th 현대종교 그간 참 애썼어!
현대종교 | 탁지원 소장 takjiwon@hdjongkyo.co.kr
2026년 05월 04일 09시 27분 입력

1. 매캐한 기계 냄새가 진동하던 90년대 충무로. 인쇄소마다 책을 찍어내던 웅장한 기계 소리와 함께 종이 잡지(책)와 신문을 만드느라 애쓰던 직원들의 분주했던 당시 풍경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기자들이 쓴 원고를 오퍼레이터가 컴퓨터로 입력하고 완벽(하고자 노력은 했으나 늘 실수투성이던)한 교열작업을 거친 후 편집기자의 레이아웃에 따라 칼로 오려 붙이는 일명 ‘대지발이’라 불리던 작업 시스템 등 일일이 수작업으로 책을 만들던 시대였다.

그렇게 수많은 활자가 인쇄소를 통해 비로소 생명을 얻어 매달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본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시 「현대종교」는 상담과 문의 등이 오면 중요한 내용들을 취합해서 현장 취재를 진행하고, 이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원고를 쓰고, 활자를 뽑고, 제목을 달며, 레이아웃과 교정을 본 후에 월간지로 만들어졌다. 월간지 발송 날엔 지금처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작업한 후 독자들과 각 서점에 배달하는 것으로 한 달 사역의 끝을 맺곤 했다.

 

▲현대종교 발행 서적 판매 모습

 

이후 잡지 시장은 새로운 작업환경이 조성되었고, 제작에도 본격적인 변혁의 물결이 출렁였다. 잡지사마다 경쟁적으로 제작에 놀라운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지금의 AI만큼은 아니더라도 획기적인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더랬다.

2. 1994년 2월 선친 소천 후, 4월호(지령 240호)부터 본격적으로 잡지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여태껏 360권가량의 월간지 작업을 했다. 말이 360권이지, 기적으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니 1호부터 239호까지를 만들던 시절은 어땠을까. 너무나 열악하고 고됐을 것이며, 많이도 힘들었을 게다.

철없던 시절, 선친은 항상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의 사역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못했었다. 다시 그때로 회귀할 수만 있다면 선친의 사역에 힘이 되고 싶은 마음, 작지 않으나 결코 돌아갈 수 없기에 그저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빚진 마음 갚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3, 400호를 펴내고, 500호 행사를 치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세월이 살 같아 벌써 600호가 됐다. 당시 행사를 끝내고 두 가지 다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여전히 선친의 기대엔 부응하진 못할 테나 부끄럽지 않게 사역하겠다는 것과 500호 동안 책을 펴내고자 애썼던 모든 이들, 특히 독자와 후원자들의 사랑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인데 지금도 그 맘, 변함없다.

 

▲정기총회에 모인 현대종교 회원들

 

3. 55년, 2만 75일, 48만 1800시간. 600번째 현대종교 책을 펴내는 데 소요된 시간이다. 이제 9년 후, 700호까지 발행할 수 있을지 잘은 모르겠으나 그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정성을 쏟는 것이 남은 사역에 더 맞지 싶다.

55년 동안 월간 「현대종교」는 ‘독보적인 이단 대처 언론’에서 ‘이단 대처 언론 중 하나’가 되었으나 아쉽진 않다. 본지가 마중물이 되어 이단 대처에 많은 열매를 맺었기 때문이다. 하여 이번만큼은 한껏 축하도 받고 싶고, 맘껏 자랑도 하고 싶다. 그러나 곧 지령 601호를 준비해야 하기에 오래 들떠 있진 않으련다. 한 번 더 그간 수고한 모든 이들과 여전히 본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600호의 소회를 중국 작가 노신의 글로 맺고자 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노신(魯迅)의 《고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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