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습과 분열로 흔들리는 이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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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종교 | 김정수 기자 rlawjdt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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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08:36 입력
이단 설립자들의 사망으로 이단들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주도권 싸움으로 분열되거나, 개혁을 외치며 갈라지고 있다. 설립자의 부정부패가 드러나면서 신도들의 탈퇴가 이어지기도 한다. 설립자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흔들리는 이단들의 모습이다. 끝이 없는 가족 전쟁, 통일교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문선명, 한학자, 문형진, 문현진 |
남편이자 아버지인 문선명이 사망하자, 친어머니 한학자와 자녀들(문현진, 문국진, 문형진)이 돈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한학자, 통일교)은 2012년 설립자 문선명의 사망 이후 가족 전쟁이 치열하다. 현재 한학자가 통일교를 이끌어 가고 있고, 밀려난 7남 문형진은 미국 생츄어리처치를 맡고 있다. 모자(母子)간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학자는 본인이 독생녀라는 교리를 내세우며 통일교 실권을 쥐었다. 본인을 형상화한 대형 조각상도 제작해 천승전 야외 정원에 세웠다. 과거에는 문선명과 함께 참부모님이라는 칭호를 받아왔으나, 문선명 사망 후 독생녀 교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천승전 야외 정원에 세운 한학자 형상의 대형 조각상 |
▲한학자는 사탄의 핏줄이라고 설교하는 문형진(출처: 문형진 통일교 유튜브 갈무리) |
신도들의 혼란이 있었는지 통일교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하늘이 세우신 독생녀 참어머님!”이라는 제하의 글을 게시했다. 본문에는 “참아버님께서 성화하신 후 참어머님은 하늘 섭리의 중심에 서 계시게 되셨다. 따라서 참어머님은 천상에 계시는 참아버님을 대신하고. 참부모님의 전권을 대행하시며, 또한 하늘 부모님의 지상섭리를 총괄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통일교에서 문선명을 지우고 한학자를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7남 문형진은 독생녀 교리에 적대적이다. 미국 생츄어리처치 설교에서 “한학자 핏줄은 사탄의 핏줄”이라며, 음녀라고 주장했다. 『천성경』, 천일국가, 가정맹세, 성혼문답 등을 변경하거나 수정한 것과 참아버님의 혈통을 축복에서 제거했다며 한학자를 비난했다. 통일교 후계자로 유력했던 문형진이었기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학자는 3남 문현진과의 갈등도 있었다. 여의도에 세워진 파크원은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재단과 시행사이자 문현진이 회장으로 있는 UCI그룹 계열 Y22디벨롭먼트 간의 소송으로 중단되었다가, 대법원에서 Y22의 승소로 사업이 재개되었다. 한학자의 패배였다. 파라과이 60만 헥타르 토지 소유권 소송에서도 문현진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바 있다. 한학자 통일교는 꾸준히 아들들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단체명을 내세워 가정의 중요성을 외쳐왔지만, 대표자 가족부터가 온전치 못하다.
쌍둥이파와 분열된 만민중앙교회
▲만민중앙교회 이수진 목사(상)와 만민중앙교회에서 갈라진 이희진, 이희선 목사(하) (출처: 유튜브 채널 <만민중앙교회>, PD수첩 갈무리) |
만민중앙교회는 이재록의 상습준강간, 헌금 횡령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재록은 대법원에서 16년 형이 확정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셋째 딸 이수진의 사실혼, 낙태 문제까지 터지면서 신도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만민중앙교회 이탈자들은 ‘만민중앙교회개혁성도회의’라는 이름으로 예배와 모임을 따로 진행했다.
이수진 목사는 이희진, 이희선 부목사(쌍둥이파)와의 갈등이 커졌고, 쌍둥이 목사의 모든 활동을 정지시켰다. 만민중앙교회에서 영향력이 있던 두 목사는 올네이션스교회를 새롭게 세워나갔다. 쌍둥이파 목사들은 3개월간 불법 도청을 당했고, 자신들에 대한 비난 집회를 개최하려고 했던 사실로 인해 떠난다고 밝혔다. 만민중앙교회는 쌍둥이파의 ‘올네이션스 목자의 기도원’(현 올네이션스교회)이 만민중앙교회와 전혀 관련이 없는 조직이라고 공지했다.
외적으로 큰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만민중앙교회 교세는 크게 줄었다. 2018년 5월 6일 주보에 의하면, 부목사 48명, 전도사 86명, 장로 145명이었으나, 2024년 5월 5일 주보에는 부목사 17명, 전도사 21명, 장로 66명이다. 부목사와 전도사는 각각 35.4%, 24.4%만 남았고, 장로는 45.5%만이 남은 상황이다. 교구편성표도 2018년에는 32교구까지 있었으나, 2024년에는 21교구로 줄었다. 이재록과 이수진으로 인한 탈퇴자, 올네이션스교회로 옮긴 신도들의 영향이 큰 것이다. 2023년 12월 31일 이재록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에 이수진은 당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정명석, 정조은 없는 JMS
기독교복음선교회(JMS)는 정명석과 정조은(본명 김지선)이 재판 중이다. 정명석은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23년 형을 받은 후 항소했고, 정조은은 2심에서 7년 형을 선고받고 역시 상고했다. 과거 정명석 부재시 정조은이 JMS를 안정적으로 이끈 바 있으나 정조은마저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JMS는 몇몇 신도들을 공동대표 형식으로 세워 이끌어가고 있다.
▲탈퇴를 했거나 원하는 신도들의 글이 올라온 가나안 네이버 카페(출처: 가나안 네이버 카페) |
피해자 기자회견, 넷플릭스 방송, 언론들의 적극적인 보도로 JMS의 실체가 드러났고, 많은 탈퇴자들이 발생했다. JMS는 여전히 신도들의 규합과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시위를 통한 정명석 무죄 주장, JMS 정기적 행사 개최, 정명석 새벽 잠언 등 신도들의 분열과 균열을 막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신앙을 강조하고 있다. JMS를 실제적으로 이끌 인물에 대해 김도형 교수(단국대학교 수학과)는 정명석의 형제를 꼽았고, 말을 잘 듣는 다른 인물을 내세워 활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혁 측과 나뉜 성락교회
성락교회(담임 김성현 목사)는 김기동 목사의 X파일 파문을 기점으로 둘로 쪼개졌다. 성락교회는 MBC 의 방송으로 큰 파장이 일었고, 김기동 목사의 강제추행, 횡령, 배임 등의 재판이 진행되었다. 김기동은 특경법 위반(배임)으로 2심에서 1년 6개월 형을 받았고, 대법원 선고 전인 2022년 10월 22일 사망했다. ▲개혁 측이 예배드리는 성락교회 신길 본당(좌)과 김기동 측 신도들이 예배드리는 크리스천 세계선교센터(우) |
당시 김기동 목사와 아들 김성현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며 교회개혁위원회(현 교회개혁협의회, 교개협)가 조직되었다. 교개협에서 전 교인 총회 및 투표를 진행하려고 하자, 김기동 측은 총회 장소를 두꺼운 철문으로 용접하며 막아섰다. 교개협 측은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고, 높이 쌓인 테이블과 의자를 치워가며 성전에 진입해 투표를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양측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고, 현재까지 김기동 측과 교개협 측으로 갈라져 예배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현 측은 교개협 측을 상대로 ‘헌금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했으나 패소했다. 김성현 측은 교개협에서 교인들의 헌금을 수령해 이를 관리 처분하는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기동 목사의 재정 비리 의혹 분쟁과 특가법(배임) 혐의가 유죄인 점을 들어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성락교회를 이끌어 가는 김성현 목사의 문제도 시끄럽다. 김성현 목사는 지난 2월 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업무상횡령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단 해제를 위해 부정한 청탁을 목적으로 윤덕남 목사(전 한기총 이대위 서기)에게 4억 원을 전달한 혐의다. 윤 목사도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1년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40억 횡령 건으로 나뉜 평강제일교회
▲공동의회에 참석하려는 신도들과 막는 신도들이 충돌하는 모습(출처: SBS 캡쳐) |
평강제일교회는 2014년 박윤식 사망 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박윤식 사망 후 이승현 목사가 평강제일교회 차기 당회장으로 선출된 후 연임투표를 통해 재임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승현 목사의 140억 횡령 의혹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이 목사는 재임에 실패했고, 투표에서 1위를 한 유종훈 목사도 2/3 이상의 득표가 나오지 않아 수차례 당회장 선출이 무산되었다. 1년 후 임시당회에서 대리회장으로 유종훈 목사를 선출했으나, 이승현 측의 반발이 거셌다. 유종훈 목사의 성전 입장을 막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공동의회를 앞두고 무력 충돌도 일어났다. 현장에서는 최루가스액을 뿌리는 일이 발생하고 전기충격기도 발견되었다. 갈비뼈가 골절된 신도도 나타났다. 이후에도 각각 공동의회를 개최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했으나 양측 모두 무산되었다. 서로 고소 고발로 맞대응을 하고 있으며, 이승현 목사 측은 다른 곳에서 예배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목사 측은 평강제일교회 정문 앞에 집회신고를 하고 일주일에도 수차례 집회를 열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교회 탈퇴 이어지는 다락방
▲공식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다락방 지교회와 목회자 |
다락방(공식명칭 세계복음화전도협회, 류광수)은 이단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많았던 곳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총회장 정학채 목사) 교단에서 다락방 지교회를 영입해 건전한 교단에 소속하게 되었다. 또 한기총에서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하는 등 외적으로 정통의 옷을 입으려 했던 곳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최근 다락방 소속 지교회와 목회자의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류광수 목사의 신학적, 도덕적 문제에 불만을 가진 11개 지교회 및 목회자가 공식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한 탈퇴 목회자는 다락방 내에 여러 목사들의 성적 문제, 공금횡령 사건 등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으나 총회에 건의해 보아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며 탈퇴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또 심적으로 탈퇴한 신도들이 수백 명에 달할 것이라며 다락방 내부적인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한편, 인터콥이 세습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인터콥 내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인터콥 주요 부서는 이미 최바울과 그 가족이 지배하고 있고, 가족 중심의 사유화가 되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설립자 사망 후 성공한 하나님의교회 ▲새언약 유월절 하나님의교회 홈페이지(상)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홈페이지(하) |
국내 이단 중에 설립자 사망 후 갈라졌으나, 더 큰 성장세를 보인 유일한 이단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다. 하나님의교회는 안상홍 생존 당시 교세가 크지 않았다. 안상홍을 신격화하고, 시한부 종말론 주장, 144,000명의 구원 등의 교리적 문제가 드러났던 곳이다.
안상홍 사망 후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와 새언약 유월절 하나님의교회로 나뉘었다. 하나님의교회는 안상홍 생존 당시 없던 하늘 어머니 교리까지 내세워 장길자를 믿어야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안상홍 사망 이전의 교리를 유지하는 새언약 유월절 하나님의교회는 소규모로 활동하고 있고, 새로운 교리를 추가한 하나님의교회는 성장한 이례적인 사례다.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는 하나님의교회에 대해 “1985년 안상홍 사후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와 ‘새언약 유월절 하나님의교회’로 분파되었지만,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는 꾸준히 세력을 국내외에서 확장해 오고 있다. 이는 종교사회학적으로 신흥종교로 정착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교회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에 대한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신천지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리의 다음세대는 하나님의교회의 도전에 직면하는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여러 이단 단체가 걸어가는 과정이 비슷하다. 국내 부흥의 시대에 맞춰 이단도 함께 부흥해 왔다. 하지만 결국 설립자나 단체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권 다툼이나 개혁을 외치는 신도들과 갈라졌고,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또 그 과정에서 신도들의 탈퇴가 이어지며 교세가 줄고 있다. 이단들은 설립자에 대한 신뢰가 강한 특징이 있다. 설립자의 사망, 성적 문제와 횡령 등의 문제가 드러나며 이단들이 분열되고 흔들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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