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천지 시몬지파에서 1년 반 정도 있다가 올해 1월 나오게 되었습니다. 신천지에 입교하기 전 저는 교회에서도 겉돌고 교회학교에서부터 만난 사람들에게 실족한 일들이 많아 기성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천지에 빠지기 전에 우연히 큐티책을 통해 “교회를 가고 싶지 않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혼자 신앙생활 하고 싶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일에 교회를 갔다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혼자 ‘주님, 제가 서울에 가게 되면 이런 절망적인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제대로 된 신앙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고, 저는 서울권 대학에 합격해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1학년 여름방학에 신촌역에서 신천지의 포교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를 신천지로 인도했던 언니는 스트레스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설문을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같은 대학이라는 말에 경계가 풀리고 설문에 응했습니다. 당시 제가 이단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것은 “도를 아십니까”나 교리를 직접 드러내며 전도한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교회에서 이단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밖에서 성경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상투적인 말과 이단에서는 폭행, 성 문제가 일어난다는 극단적인 내용의 영상을 본 것이 다였기에 신천지의 노방전도 방식은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신천지에서 일반적으로 거치는 노방전도의 단계(노방-인터뷰-상담-복음방-센터)를 거쳐 신천지에 입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서울로 오기 전 기도한 게 응답받았다고 생각했고 이 일은 신천지에서 저의 간증거리가 되었습니다. 신천지에 있으면서 저는 제가 천국을 찾았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신천지에서 하는 모든 일에 ‘사명은 생명이다’, ‘사명은 거절하면 안 된다’는 신천지인의 사고를 가지고 일해 나갔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신천지가 이단이며, 거기 가면 세뇌 당한다고 말했지만, 저의 믿음은 더욱 단단해져 갔습니다.
신천지에서 나온 후 부모님과 친척들은 그곳에서의 생활이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사실 안에 있을 때는 ‘신천지’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그곳의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내면적인 갈등과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어떻게든 ‘같이’견뎌왔기에 즐거운 일들도 많았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상처가 많았던 저는 전도되었을 때부터 친절하게, 나의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신천지 사람들을 통해 그간의 상처를 회복하며 1년 반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종교, 약속의 목자라는 공통사로 뭉친 신천지는 제가 스스로 ‘세뇌받고 있구나’하는 일말의 생각조차 할 틈도 없이 저의 성경관을 비유풀이, 계시록의 예언이 성취된 실상계시의 틀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신천지 안에서 사람들과 나의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되면서 가족보다 그들을 더 마음 가까이 두게 되었습니다. 눈물로 쓴 문자에도 답이 없고, 조롱하고, 신천지의 연락수단인 텔레그램의 모든 방에서 저를 퇴장시킨 사람들일지라도 지금까지도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만약 같은 교회였던 언니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부모님이 억지로라도 신천지가 틀렸음을 입증 받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도 신천지에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을 겁니다.
1월 1일 신천지에서 ‘신천지 하나님의 승리와 통치’라는 새해 표어를 들은 지 며칠 안 되어 신천지에 대한 반증교육 상담을 듣게 되었습니다. 신천지에서 반증교육을 강제개종교육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신천지에서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총회장의 글을 몇 번이나 쓰고 보면서 신천지 교리를 정리했습니다. 때로는 화장실에서 혼자 울기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간사님에게 계시록의 실상을 물어보게 되었고, 이만희 총회장이 쓴 책의 내용이 계속해서 실상의 기간이 바뀌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실상이라는 것을 신천지 자료를 통해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계시록이 이루어졌다고 자부하던 그 실상이 잘못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만약 신천지가 진리라면 나는 지옥에 가는 건데. 아닐 거야. 신천지는 틀릴 거야. 맞다면? 아닐 거야’라는 양극단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선택으로 천국과 지옥 둘 중에 한 곳을 가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무섭고 힘들었습니다. 신천지에서 나가면 나는 배도자가 되고 일곱 귀신이 들어오는 집이 되고 결국은 계시록에 기록된 대로 유황불못에 들어가지 않을까 한 생각은 지극히 신천지에서만 지배하는 교리임에도 떨쳐내기 힘들 정도로 제 성경관과 사고를 주관하고 있었습니다. 신천지에 대한 반증교육을 듣고 나니 신천지에 대해 잘못된 교리를 반증해주는 상담을 신천지가 강제로 종교를 개종시킨다고 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의 어떤 말로도 깨지기 힘든 단단하게 박힌 신천지의 교리와 부모님이 자녀에게 말을 거는 순간 부모를 경계하도록 피드백하는 신천지의 철저함 때문에 신천지에 빠진 자녀들을 강제적으로 보이는 방법으로밖에 구출할 수 없는 부모님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부모님들에게는 한 번밖에 기회가 없고 이 기회를 놓치면 자녀를 보기 힘든 상황이 되기에 그 절박한 심정도 헤아려집니다.
지금은 구리초대교회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신천지에 있을 때보다 더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게 되었습니다. 신천지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나서는 ‘하나님은 왜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은 나를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 신천지라는 곳으로 나를 인도하셔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하셨을까’하는 원망도 하고, 신천지에서의 사람들이 예전 같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도 사무치게 보고 싶어서 울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저는 여전히 저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기에 하나님을 더 찾게 되었고 영적으로 둔감한 제가 이단에 빠져 힘든 길을 돌아오게 해서라도 하나님께서는 저의 신앙을 성숙하게 하시기 위해 훈련시키셨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심령을 담은 성경의 말씀들이 저에게 살아있는, 운동력 있는 말씀들이 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신천지에 간 것이 제 삶에 있어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저에게 값진 경험이라 고백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모든 것들을 잘 견디면 하나님께서 저에게 더한 것을 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신천지가 왜 틀린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구원은 이미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셨음을 성경이 증거하고 있고 그럼으로 확신을 가지고 나가는 것인데(엡3:12), 신천지는 하나님을, 전도하지 못하면 화내시는 진노와 심판의 하나님으로 만들었고 구원의 확신을 깨서 사람들을 마냥 죄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신천지에 남아있는 식구들, 많이 보고 싶고 아프게 생각하지만 평생 잊지 않고 기도하고 기억하며 살려 합니다. 다만 많은 신앙인들이 이단에 빠졌다 나온 사람들을 피하고 멀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마다 상처와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극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 더 따뜻하게 맞아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