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은 피째 먹지 말라는 성경을 근거로 수혈을 금지해 왔다. 자기 피를 뽑아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자가수혈도 금지 목록이었다. 최근 여호와의 증인 중앙장로회는 자가수혈을 개인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는 조정안을 내놓았다.여호와의 증인과 피여호와의 증인은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창9:4) ▲모든 육체의 생명은 그것의 피인즉 그 피를 먹는 모든 자는 끊어지리라(레17:14) ▲피를 멀리하라(행15:20)는 몇 개의 구절을 근거로 수혈을 거부한다. 피가 생명을 상징하고,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수혈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혈 및 주요 성분의 주입은 금지하면서도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응고인자 등 분리된 혈액 성분은 개인 양심에 맡기는 모순된 입장을 제시하고 있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자의로 수혈을 받고 회개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탈’로 처리된다. 여호와의 증인 장로 지침서 『하느님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를 살펴보면 ‘자의로 수혈을 받는다면, 극도의 압력 때문에 그랬다 하더라도 위원회가 제반 사실을 알아보고 그 사람의 태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조사 기간에는 회중 집회에서 해설하거나, 평일 집회에서 과제를 수행하는 등의 ‘특권’을 누릴 수 없으며 조사 결과 회개하지 않는다면 이탈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은 더 이상 여호와의 증인이기를 원하지 않아, 퇴출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종교적 신념에 의한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신도들에게 수혈을 받는 것은 가족과 모든 사회적 관계망까지 잃게 되는 강한 압력에 의한 결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여호와의 증인은 자가수혈도 마찬가지로 봤다. 『파수대』 2000년 10월호에는 수술이나 의료 검사, 최신 요법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피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그리스도인 각자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의학 자료집’에는 ▲급성동량성혈액희석 ▲투석 ▲심폐우회술 ▲혈액회수 등의 치료법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수술 전에 자기 혈액을 받아서 예치해 두었다가 나중에 재주입하는 방법은 금지했다.
그리고 피해자여호와의 증인의 수혈금지 교리는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했다. 여전히 종교적 신념과 생명권의 충돌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태어난 영아가 무수혈 수술을 고집한 부모로 인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생후 2개월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병원 측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부부에게 수혈이 필요한 ‘폰탄 수술’을 권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병원은 법원에 진료업무 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인다. 이에 부부는 무수혈 수술 경험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기는 수술을 받기 전 사망했다.이 밖에도 2007년 영국에서는 22세 여성이 쌍둥이를 출산한 직후 대량으로 발생한 출혈로 인해 수혈이 필요했지만, 종교적 신념으로 이를 거부했고, 가족도 그 의사를 존중하면서 몇 시간 후에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0년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15세 소년이 수혈 거부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치료 중에 사망하기도 했다.영국과 미국의 판례를 살펴보았을 때, 성인의 경우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수혈 거부를 존중하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법원이 개입해 강제 수혈을 허용하는 등의 사례가 발견되고 있는 추세다. 수혈을 받지 않고 사망하거나 고통받는 신도, 수혈을 받은 뒤 여호와의 증인 공동체에서 퇴출되는 신도, 자칫 형사책임까지 져야 하는 의료진까지 모두 피해자인 셈이다.자가수혈, 성경에 나와 있지 않아지난 3월 20일 여호와의 증인 수뇌부인 중앙장로회는 자가수혈과 관련해 변경된 입장을 발표했다. 중앙장로회는 2026년 보고 제2보를 통해 “각자는 치료와 수술을 포함한 모든 의료 문제에서 자기 자신의 피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신도들이 인공심폐기, 혈구회수기, 신장투석 치료 등 자신의 피를 사용하는 치료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많이 기도하고, 성경을 깊이 검토한 끝에 치료나 수술에 환자 자신의 피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피를 빼서 저장했다가 다시 자기 몸에 넣는 자가수혈도 포함됐다. 즉 사실상 금지됐던 자가수혈을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는 뜻이었다.이에 대한 근거로 “율법을 지킬 필요는 없지만 피를 멀리하라는 사도행전의 명령에 순종한다”며 “성경은 치료와 수술에 자기 자신의 피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혈 금지 구절의 해석 오류여호와의 증인은 앞서 언급한 창세기, 레위기, 사도행전의 구절을 들어 피를 먹지 말라 → 피를 몸에 넣지 말라 → 수혈도 피를 넣은 행위이기 때문에 금해야 한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성경에서 금한 것은 우상 제물과 결부되거나, 피를 마시는 이방 종교 의식에 참여하는 행위, 피가 제거되지 않은 채 먹거나 피를 마시는 이방의 풍습에 대한 금지였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치료로서의 수혈에 관한 내용은 아니었다.중앙장로회의 논리대로 치료와 수술을 위한 자가수혈이 성경에 없는 것이라면, 수혈 금지에 대한 근거도 사실상 성경에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생명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교리라는 이름으로 거부하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일부러 포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여호와의 증인 중앙장로회는 이번 자가수혈에 대한 입장 발표에 앞서 “여호와 하느님은 생명을 주신 분이며 우리가 생명의 선물을 존중하기 바라신다”면서 “우리가 생명을 존중하는 방법은 피에 관한 그분의 명령을 순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중앙장로회가 만들어 놓은 규범을 합리화하기 위해 성경을 이유로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모순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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